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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글소식]솔직함, 리더십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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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31 11:07 조회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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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리뷰 ⑫ 

 

솔직함, 리더십의 원천



 

성 승 현

 

청석골에 오가와 유복이만 있을 때에는 탑고개를 지나는 이들의 물건을 빼앗는 좀도둑 수준이었다. 오주와 막봉이, 돌석이가 합류하며 규모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니, 서림이가 합류하면서는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임꺽정까지 합류하자 무서울 게 없게 됐다. 지략가 서림이와 힘이 장사인 임꺽정의 궁합이 좋은 건지, 일이 척척 풀리기 시작했다. 청석골 재산이 넉넉해지자 헤어져 지내던 식구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이런 저런 가게들이 생기며 작은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임꺽정은 어느새 청석골의 대장으로 자리를 탄탄히 잡았다. 궁금하지 않은가. 꺽정이의 어떤 자질이 그를 대장으로 만들었는지. 전술을 짜는 서림이의 자질도 중요해 보이는 데 말이다. 꺽정이는 되고, 서림이는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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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 부리는 꺽정?

소금장수를 했던 막봉이가 뒤늦게 식구를 데리러 갔다가, 안성에서 잡히게 되었다. 막봉이를 구하기 위해 처음에는 꺽정이와 봉학이, 유복이 셋이 가려했는데, "나두 나두" 하다 보니 두령 모두가 총출동을 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꺽정이 일당이 옥사에 갇힌 막봉이를 구해냈지만, 청석골로 가는 길이 막히게 되었다. 결국 패를 갈라 청석골로 들어가는데, 꺽정이는 병이 낫지 않은 막봉이와 남기로 했다. 

  

‘염량 빠른 기집년의 노염을 샀다가 의외의 해를 볼는지 모르니 어루만져두리라.’ (382쪽) 

‘꺽정이가 이방을 삼씨오쟁이 지우기 미안한 생각도 있고 계집의 마음을 사두는 것이 좋을 뿐 아니라 얼굴 곱살스러운 계집이 옆에 와서 부니는 것이 마음에 싫지 아니하여 계집을 손에 넣었다.’ (383쪽)  

위의 인용문은 꺽정이와 막봉이가 잠시 몸을 피한다고 진천 이방의 작은집에서 며칠을 묵는데, 그 첩이 꺽정이를 따로 불러 부니는 장면이다. 꺽정이는 피신하는 처지에 첩의 미움을 받게 되면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그 수작에 응하기로 한다. 이 장면에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구해준 이방에게 예의가 아닌 것이 첫째고,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명목으로 첩과 상관하는 것이 좀처럼 '꾀'를 쓰지 않는 꺽정이의 성정과 어긋나지 않는가 하는 것이 두 번째다. 

 

『임꺽정』에서 ‘꾀’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서림’이다. 물론 서림이 덕에 청석골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서림이에게 신뢰를 보내기는 힘들다. ‘이 사람이 언제 배신을 할까?’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어서다. 임꺽정과 서림이 '꾀'를 부리는 것은 같은데, 이 두 사람에게 느끼는 우리의 감정에는 온도차가 있다. 

 

‘꾀’ 부리는 서림! 

서림이는 광주 아전으로 경기 감영 감리를 다녔는데, 포흠(관청의 물건을 사사로이 소비하는 것) 있는 것이 탈이 나 구실을 떼이게 되었다. 이후 평안도 관찰사 김명윤의 눈에 들어 진상할 물건 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김명윤의 눈에 들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포흠을 진 이유가 중병으로 죽게 된 늙은 아비 산삼을 먹이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김명윤은 이것이 거짓인 줄 알 길이 없어서 서림의 효심으로 해석을 했던 것이다. 

 

일을 맡기자 서림은 영롱한 수단으로 각 골 토산과 중국 물품을 구해 감사의 체면을 다치지 않게 했다. 감사가 서림이를 ‘사자 어금니’같이 여기게 되어 시쳇말로 고속 승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하는 법. 본래 계집을 좋아하던 서림이가 기생집에 들면서 진상물품에 손을 댄 것이 들통이 나게 되어 도망자 신세가 된다. 

서림이 훔쳐낸 진상물품을 가지고 탑고개를 넘어가다가 도적에게 걸렸는데, 물건을 빼앗기기 싫어 또 꾀를 낸다. “이 물건 임자는 양주 장사 임꺽정이오”라는 것이다. 청석골에서 임꺽정 모르는 이가 없으니, 서림의 거짓말은 곧 들통이 나게 된다. 하지만 서림이의 말주변에 넘어가 서림의 청석골 입당이 결정이 되어갔다. 하지만 곽오주만은 임꺽정 팔던 것을 괘씸하게 치부한 까닭에 그의 입당을 반대하는데, 그런 오주를 오가가 설득한다.  

 

“생각해보게. 지금 우리 중에 꾀를 낼 줄 아는 모사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거기서 서씨가 아주 안성맞춤일 것 같으니 두말 말구 입당시키세.” (47쪽) 

결국 서림이는 전매특허인 꾀를 내어 진상물품을 훔쳐내는 데 공을 세우게 되고, 청석골에 입당도 하고 대접도 받게 된다. 서림이는 ‘거짓말’ 혹은 ‘꾀’를 내는 것으로 일생을 살아왔다. 아무리 계집을 좋아한다지만 자기를 신임하는 감사가 총애하는 기녀 옥부용과 서로 배를 맞추지를 않나,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때에는 청석골에 붙기 위해 자신을 믿어주었던 감사가 보내는 진상물품을 훔쳐내질 않나…. 앞으로 보일 서림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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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꺽정이들 

사실 꺽정이가 꾀를 부린 적은 거의 없다. 「의형제」 편에서 나오는 것이 거의 유일할 지도 모른다. 첩의 유혹에 모른 척 넘어간 것은,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고 혹은 부니는 여자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기도 할 거다. 어느덧 막봉이의 병이 낫고, 주변도 수습이 되어 청석골로 돌아갈 때가 되었는데, 떠나는 날 느닷없이 이방에게 고백을 한다. 

 

“내가 상주의 첩을 상관했소. 그러나 나를 배은망덕한 놈으룬 알지 마시우.” (392쪽)

꺽정이는 은혜 진 사람의 첩을 상관한 것이 마음에 궂은고기 먹은 것 같아서 궂은고기를 토하는 셈으로 토설하고 말았다. 이런 일은 꺽정이의 심성에 맞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꺽정이는 꾀나 꼼수로 관계를 지속하지 못한다. 그러한 성정이 이방에게 고백을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꺽정이의 고백으로 이방은 첩을 죽이고, 미쳐 증발해버린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꺽정이가 그냥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이방은 첩이 마음을 쉽게 바꾸는 사람이라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첩과 함께 사는 것이 이방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었을 거다. 적어도 꺽정이에게는 그렇다. 물론, 꺽정이라면 이방과 같은 선택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이방도 나름 대범한 축에 속하는 편이지만, 첩의 외도를 넘길 정도로 강한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꺽정이뿐만이 아니다. 칠두령은 대부분 마음과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하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그것이 때로는 모나 보이고, 괴팍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마음 속 생각을 기이는 법이 없다. 앞뒤가 다르지 않으니, 번뇌나 망상 같은 것은 끼어들 틈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게 곽오주인데, 그는 서림에 관한 일이라면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나선다. 곽오주는 서림의 되도 않는 거짓말 하나만으로도 그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림이가 좋은 언변으로 사람들을 홀릴 때에도 오가는 좋아하고 박유복이는 공경하고 길막봉이와 배돌석이는 놀라워하지만, 곽오주만은 좋아도 않고 공경도 않고 또 놀라워도 하지 않았다. 곽오주의 캐릭터는 순수 그 자체다. 거짓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음 속 이야기를 속이고 하는 법이 없으니, 서림처럼 눈치를 보고, 계산을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칠두령 중 ‘순수’를 담당하고 있는 ‘앞뒤가 똑같은 인간’ 곽오주가 서림이와 앙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솔직함, 임꺽정 리더십의 원천 

결국, 서림은 곽오주의 반대로 의형제를 맺는 것에서도 빠지게 된다. 그도 그렇지만, 휼륭한 지략가로 활약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서림을 대장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꾀를 잘 내는 서림이는 청석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들과 온전히 섞이지는 못한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소통이 될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어긋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서림은 '임꺽정들'의 응원을 받지 못한다. 

 

꺽정이는 다르다. 만일, 꺽정이가 궂은 고기를 삼키고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위선적인 인물이었다면, 타인에게 어떤 영향력도 끼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꾀’가 가질 수 없는 힘이다. 솔직함과 힘은 상관관계에 있다. 스스로에게 진실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힘을 갖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에게조차 진실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의 힘은 점점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서림과 꺽정이는 다른 힘을 발산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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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믿는 편이다. 누군가는 강한 인간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약하고 비굴한 인간처럼 보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달라서가 아니다. 힘이 작용하는 방향성의 문제다. 속이는 것, 거짓말하는 것, 비난하는 것, 자책하는 것, 증오하는 것… 이것도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다만 이런 성격의 힘을 쓰고 나면 힘이 빠진다. 본성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힘을 쓰는 것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라면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축적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니, 카리스마가 뿜어나오지 않겠는가. 생기발랄하지 않겠는가. 나는 이것이 청석골의 리더가 서림이 아니고 임꺽정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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