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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글소식]지금은 꺽정시대 ④-'재주'도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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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두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8-21 08:45 조회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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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리뷰 ④

 


재주’도 전염된다



성승현

 

 

드디어 『임꺽정』에 임꺽정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린 임꺽정에게 남다른 일면을 기대하게 되지만, 언뜻 안하무인처럼 보이는 힘센 아이가 등장할 뿐이다. “상감이란 게 꼭대기구료. 내가 크거든 상감 할라오”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를 해 어미를 기함하게 만들지를 않나, 자신의 비위를 틀리게 하면 물불을 헤아리지 않는 성정으로 아비를 곤란하게 하질 않나, 부모가 꺽정이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지를 못하였다. 이때 양주에 놀러온 갖바치의 “내가 맡아다 가르쳐볼까?” 한 마디에 꺽정이가 서울에 올라오게 된다. 

 

꺽정이는 서울에 올라와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봉학이와 유복이다. 셋이서 하는 일이라고는 달음질에 뛰엄질 같은 장난이었지만 어느새 맘에 맞는 동무가 되어 결의형제까지 맺는다. 봉학이와 유복이는 소학을 읽으며 글공부를 했지만, 꺽정이는 밤저녁마다 갖바치에게서 옛날 명장의 싸움 싸우던 이야기를 듣는 게 공부였다. 이렇게 일상적인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중이었는데, 봉학이의 활장난이 발단이 되어 다양한 재주들이 등장하게 된다. 

 

재주는 우정을 타고!   

 

봉학이가 외조모를 따라 몇 달 동안 서문 밖 진관으로 나가있게 되었다. 절에 와서 있는 봉학이는 동무와 떨어져서 심심하였다. 심심한 끝에 싸리나무로 활을 만들고 빼앙대로 살을 만들어 활장난을 시작했는데, 하루하루 재미가 붙어 밥 먹을 것을 잊고 활을 쏘게 되었다. 열성이란 게 무서웠다. 활재주가 나날이 늘어서 활장난 시작한 지 한 달 안에 굵은 싸리나무 활에 끝을 깎은 싸리나무살로 참새를 쏘아 맞히기까지 했다. 

 

두어 달 후 진관에서 돌아왔지만, 봉학이는 더 이상 뛰엄질 같은 게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따로 활을 쏘기 일쑤였다. 유복이가 심사를 내기도 하고, 꺽정이가 한량이라며 놀리기도 했지만, 봉학이의 열성은 계속되었다. 봉학이가 원래 손이 재고 눈이 빠른데다가 천생 타고난 궁재가 보이어서 장난감 활일망정 쏘는 살이 겨냥에 틀리는 법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앉은 파리를 쏘아서 백발백중 맞히더니, 나중에는 일부러 파리를 쫓아 나는 파리도 놓치지 않게 되었다. 봉학이의 파리 사냥이 동리에서 다 알도록 유명해졌다. 이에 갖바치와 심의가 공론하여 활과 전통과 다른 제구들을 장만하고, 시재를 핑계하여 봉학이에게 상급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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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복이는 봉학이가 두 선생에게 상급을 받을 때 그 재주가 부러웠다. 자신도 재주 한 가지를 배워보려고 작심하고 궁리하던 끝에 댓가지로 창을 만들어 던지기 공부를 시작하였다. 유복이는 사람이 좀 의뭉한 까닭에 낮에는 전과 같이 장난하고, 밤에 집에 가서 몰래 창쓰기를 공부했다.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에 차차로 손이 익숙하여 처음에 가까운 거리에 큰 물건이나 맞히던 것이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물건이 조금씩 작아져도 능히 맞히게 되어서 두서너간 밖에 있는 참새를 노릴 만큼 되었다. 유복이는 창을 어지간히 쓰게 된 뒤에 의형들을 놀래줄 작정으로 끝내 숨겼는데, 그의 어머니 입을 타고 소문이 나게 됐다. 꺽정이는 “재주를 배우면 드러내놓고 배우지 숨길 것이 무엇이냐?”며 나무라고, 주변에서도 성화를 부려 그 재주를 공개하게 됐다. 

 

유복이까지 상급을 타게 되자, 꺽정이 누나 섭섭이가 “너도 무슨 재주든지 재주 한 가지 배우려무나. 봉학이의 활은 고사하고 유복이 뼘창 잘 쓰는 것도 보기 부럽더라.”며 재주 배우기를 권했다. 꺽정이는 “부럽거든 누나가 배우구려”라고 튕기고, 누나는 “여편네 사람이 그런 것을 배워서 무엇하겠니”며 한탄하니, “누나가 쓴다 못 쓴다 하는 것이 벼슬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누나의 여편네나 나의 사나이가 못쓰기는 일반”이라며 옥신각신한다. 

 

이런 대화 끝에 꺽정이가 양주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어물도가에를 갔는데, 사람들이 모여 검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슬원 근방에 칼 잘 쓰는 이가 있어 검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간다는 것이었다. 꺽정이가 검술 이야기에 귀가 뜨이어 구슬원 근방 주막엘 찾아간다. 검술 선생은 꺽정이가 힘이 장사란 말을 들었던 차에, 그 꺽정이가 검술을 배우러 자신을 찾아왔단 말에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일 년 넘게 꺽정이에게 검술을 전수한다. 꺽정이가 일 년이 넘게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봉학이와 유복이는 물론이고 누나도 걱정이 태산이다. 봉학이와 유복이가 꺽정이를 찾으러 간다고 하자 갖바치가 “꺽정이가 너희들 모르게 재주를 배우러 간 모양이다. 지금 찾아가야 만나지 못할 것이요, 만나야 같이 오지 못할 것이니 당초에 찾아갈 생각을 하지 마라.”고 이들을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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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이는 꺽정이가 재주 배우러 갔으리란 말을 듣고 ‘공연히 재주 배우라고 사살을 하였더니, 동생의 결기에 맘을 먹은 것이 있던 게다. 동생을 재주 배우라고 내쫓다시피 하였으니, 나더러 배우라던 동생의 말을 생각하여 나도 한 가지 재주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고르고 고른 끝에 콩알을 입에 넣고 입 힘으로 부는 것을 익히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까이 떨어지던 것이 차차로 멀리 가고 처음에는 대중없이 가던 것이 차차 대중에 맞게 가도록 되었다. 재주가 늘어가는 데 재미를 붙이어서 일년 넘어 콩을 불었다. 

 

봉학이의 활쏘기가 유복이의 창 던지기로 이어지고, 꺽정이가 검술을 배우게 되고, 섭섭이가 콩을 불게 되었다. 재주가 재주를 낳게 된 것이다. 

 

재주는 욕망을 타고!  

 

이들은 재주를 왜 배웠을까? 아마도 답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 기준에서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입시에 좋을 것 같아서, 스펙을 쌓기 위해서 등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이 친구들은 달랐다. 누군가는 심심풀이로 누군가는 부러워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꺽정이가 섭섭이와 재주 배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 이렇게 말한다. “쓰기는 무엇에 써요. 그저 배워두는 것이지.”라고. 즉, 별다른 목적이 없는 것이다. 

 

봉학이가 활쏘기로 유명해지면서, 아기 한량의 색시활을 메고 다니는 것이 동소문 안의 명물이 된 적이 있다. 갖바치와 심의가 상급으로 준 활 세트를 메고 다니다가 붙게 된 별명이다. 봉학이의 재주는 사람들이 그의 활쏘기를 구경하고, 그 재주를 축하해주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유복이 때도 마찬가지다. 뼘창 세트를 준비해 봉학이와 같은 잔치를 마련했다. 꺽정이 스승은 꺽정이와 헤어질 때 그가 아끼는 장광도를 선물했다. 그리고 “검술하는 사람은 까닭없는 미움과 쓸데없는 객기로 칼을 쓰지 않는 법이니. (중략) 악한 것을 미워함은 곧 착한 일이라. 그 미움을 금하는 것이 아니로되 까닭없는 미움으로 인명을 살해함은 천벌을 면치 못 할 일이다”라는 말로써 칼 쓰는 자의 윤리를 사사했다. 재주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염려해서였을 것이다. 이처럼 재주는 축제의 장을 열거나,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악한 것을 미워할 수 있는 것도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재주들이 어떤 사건이나 욕망에 전염이 되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봉학이의 외조모는 봉학이가 활로 입신하기를 바랐다. “저의 아버지가 뼈는 근본이 있던 사람이고 죽기도 의리로 죽었으니까, 이놈이 다음날 속신하여 호방으로 출세하면 만호, 첨사 쯤이야 얻어하겠습지요.”하며 좋아했다. 유복이는 어떤가? 글공부 아니하고 장난만 한다고 어머니가 발악을 하니, “상놈의 자식은 백정보다 낫답니까? 어머니, 별수없어요. 아버지 원수를 갚으려면 꺽정이 같이 힘이 장사거나 그렇지 않으면 봉학이의 활재주 같은 재주가 있어야지. 내가 댓가지 창으로 원수놈의 대가리를 꿰어놓을 날이 있으니 어머니 두고 보시오.”라며 강한 의지를 보인다. 꺽정이가 돌아오자 심선생은 “천하장사가 무쌍한 검객이 되었다지? 그러나 백정의 아들이 탈이다.”하고 허허 웃자, 갖바치가 “꺽정이게도 탈이지만 세상에도 좋은 것은 없으리다.”하고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백정의 말만 들어도 울분에 차는 꺽정이 성정과, 아비의 억울한 죽음에 억울함이 있는 유복이 마음과, 부모의 죽음을 설욕하고자 하는 봉학이의 마음이 전염되었을 때에는 이 재주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이것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 그들의 재주는 어떻게 쓰이게 될까? 자신을 해방시키는 쪽인지, 자신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쪽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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