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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저자가 직접 쓰는 <뉴욕과 지성> 세미나 1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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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두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7-31 10:12 조회11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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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직접 쓰는

<뉴욕지성> 세미나 1차 후기





김해완



다시 만난 ‘뉴욕’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날에 나는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은 작년 여름에도 왔었고, 이렇게 1년 만에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뉴욕에 있을 때는 중간에 한 번도 안 돌아오지 않았던가. 돈도 들고 시간도 들고, 무엇보다 내가 활동해야 할 장소는 뉴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모두 제1세계에서 살던 사람의 배부른 소리였음을 이제는 알겠다. 쿠바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춤사위가 절로 나왔다. 한국에~~ 돌아간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신이 났는지는 지금까지 MVQ에서 쿠바 리포트를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한국에 오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는 쿠바 생활에서 잠시 탈출해서 한 숨 돌리는 것이었고, 둘째는 9월 의대 입학을 앞두고 선생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이것 저것 필요한 물품들을 재정비 해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기에 의도치 않게 새로운 목적이 추가되었다. 입국하기 두 달 전, 나는 <뉴욕과 지성>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나는 쿠바에 있었고 책은 한국에서 나온 터라, 당시에는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내 책을 만져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입국을 하자, 내 책은 나에게 여러 활동의 물꼬를 터 주었다. 연구실에서 책 출간 기념파티와 함께 청년 세미나를 하게 된 것이다...! 알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농담을 했긴 했지만, 사실은 그 이상에 감사했다. 한국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책을 매개로 여러 사람들과 새로이 연을 맺는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생각했다. 늘 그렇지만 나는 참 운이 좋다.


지난 주 화요일, 그러니까 7/24에 1차 세미나가 열렸다. 그래서 오늘은 늘상 올리던 ‘쿠바 리포트’ 대신에 <뉴욕과 지성> 청년 세미나 후기를 올리려고 한다. 쿠바에서의 생활은 잠시 잊어버리고, 1년 전 뉴욕을 떠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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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현장 사진.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이달팽' 세미나 멤버께 있습니다...퍼왔습니다.......ㅎ)




저자가 튜터인 (이상한) 세미나


세미나 튜터 자리를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그러나 곧바로 고민이 시작되었다. 세미나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세미나 참석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세미나 책을 읽어가는데 튜터가 그 책의 저자라면, 사람들은 무슨 기분이 들까? 괜히 자의식이 들어서 질문을 못 하지나 않을까? 저자의 이름으로 내가 독해 방식을 강요하는 게 아닐까? 독자에게는 책을 자유롭게 해석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세미나에 참석하는 인원수도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무려 열 일곱 명이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인원이 모두 토론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얼른 머리를 굴려서 세미나 형식을 생각해 보았다. 일단은 저자로서 책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그 후에는 세미나원들 한 명 한 명이 자기 나름대로 뉴욕과 서울을 연결하는 삶-지도를 그려보는 걸로. 즉, 뉴욕과 서울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규명하면서 <뉴욕과 지성>이 제시하는 문제의식들을 자기 나름대로 활용해보는 걸로. 이렇게 하면 주도권을 세미나원들에게 넘겨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 사이에는 역시 간극이 있다. 책을 열심히 읽어온 친구들은 내게 폭풍질문을 했고, 원체 말이 많은 나는 거기에 폭풍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러니까 세미나가 반(半)강의가 되고 만 것이다...... 세미나가 끝나자 갑자기 자의식이 솟구쳤다. 혹시 나만 너무 떠든 게 아닌가? 세미나의 절반은 끝까지 아무 말도 꺼내지 않던데, 혹시 말도 못하고 지루하게 견디기만 한 게 아닌가? 다음 번 2차 세미나(7/31) 때는 꼭 강의가 아닌 세미나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내가 아니라 세미나 멤버들이 말을 하게 만들리라. 꼬옥.



우리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


이 세미나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둘도 없는 특별한 기회다. 독자와 직접 대면해서, 그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낸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 내 아이가 아무리 단점이 많을 지언정, 이 녀석이 세상에 나갔을 때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1차 세미나 때는 <뉴욕과 지성>의 1장부터 6장까지 다뤘는데, 나는 속으로 이 중에서 과연 어떤 장이 가장 인기가 많을까 궁금해 했다. 뉴욕에 대한 보편적 환상을 다루는 1장 피츠제럴드 편일까? 아니면 학교에 매여있는 한국 청년으로서 공감하기 쉬운 4장 이반 일리히 편일까?


실제로 세미나를 해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5장인 스티븐 제이 굴드 편이 가장 많은 질문을 이끌어낸 것이다. (청공자에서 가장 최근에 공부한 책이라서 그렇다는 코멘트도 있었다. ^^;;) 사실 이 장은 내게도 몹시 특별했던 실험이었다. 뉴욕 사람들을 사회*문화적 개념인 ‘뉴요커’와 생물학적 종의 개념인 ‘호모 사피엔스’ 양쪽 모두로 정의해보는 것이다. 지구에서 생명으로, 생명에서 종(호모 사피엔스)으로, 종에서 문화(뉴요커)로. 이 물리적 여정을 스티븐 제이 굴드가 주창한 ‘우연’이라는 키워드로 꿰어보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렸던 지적 여행이었지만, 과연 이 주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확실히 마이너한 장이었다.


그런데 세미나 멤버들 대다수가 이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 열띤 궁금증을 보였다. 우연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거기에 어떻게든 경향성을 부여하려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이성, 신체적 능력과 언어적 능력을 동시에 갖춘 호모 사피엔스의 보편성, 한 마리 호모 사피엔스 개체의 죽음을 생명의 규모로 볼 때와 문화 시스템의 규모로 볼 때의 차이점......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풍성한 질문과 주제들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세미나를 마치고 나서, 그제야 나는 내가 <뉴욕과 지성>의 핵심 키워드로 ‘호모 사피엔스’라는 개념을 사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쓰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피드백을 받고 나자 역으로 생각을 정리하게 된 것이다. 일단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 속 생물로서의 몸과 문화 속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몸을 동시에 포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개념이다. 문화를 호모 사피엔스 종이 진화 과정에서 갖게 된 종적 특수성으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호모 사피엔스는 그 속에 ‘종’의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지구 위에서 공존하고 있는 다른 종들을 우리 시야에 끌어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종과 개체를 구별해서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한 개념이다. 인간이라면 국경과 문화와 인종과 관계없이 모두 하나의 종에 속해 있음을 강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체의 자율성을 무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주신 세미나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역시 호모 사피엔스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구석이 있다. ㅎㅎ.



눈물의 독자, 감동한 저자


열띤 질의응답을 하던 중, 의견 개진을 하다가 눈물을 흘린 세미나 멤버가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나중에는 감동했다. 게다가 그가 눈물을 흘린 부분이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편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 감동했다. 따분하다고 느끼기 쉬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지성’의 이름으로 동양을 편견 속에 가둔 유럽 지식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어째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타자에 대한 질문은 사그라드는지, 어째서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견고해지는 것인지, 그는 질문했다.


솔직히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스스로를 반성하는 마음은 참 어여쁘지만, 몇 세기 동안 동양에 대한 일그러진 상을 쌓아올리고 나중에는 제국주의의 폭력까지 행사한 유럽에 자기 자신을 견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울지 마세요!) 그러나 그 마음은 면면이 공감되었다. 나 역시 이런 단계를 거쳐왔고, 지금도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공부에 처음 발을 담글 때는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넘쳐나는 말들로 남을 재단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새로운 질문을 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경계해야 할 나쁜 습관이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단지 쉬이 피로해지지 않고, 또 쉬이 게을러지지 않고, 부지런히 질문하는 심신을 갖추기 위해 오늘도 한 뼘 더 훈련할 뿐이다.


아마도 이 멤버는 별 문제 없이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 같다. 무엇보다 동료가 있지 않은가. 세미나 멤버들은 친구의 예기치 않은 눈물을 넉넉한 웃음과 격려로 감싸주었다. 내 마음이 다 그~득해졌다. ㅎㅎ. 나 역시 앞으로 내 공부 길에서 이런 동료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에서든 쿠바에서든, 언제 어디서든 버릴 수 없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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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미나!

우리 모두 7/31에 또 만나요~~





#공지#


쿠바 리포트는 8월 달에는 쉽니다.

필자가 쿠바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탓입니다.

에너지를 재충전해서 9월 달에 더 흥미진진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본격적인 의대 생활 시작! 그때까지 차오 차오!






폭풍 같은 쿠바 생활기, '쿠바 리포트'의 다른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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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릿님의 댓글

문릿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오오. 저자가 직접 참여하는 세미나에, 저자가 직접 쓰는 세미나 후기라니!! ^^ 후기까지 멋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