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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상실은 성장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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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두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7-03 08:36 조회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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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은 성장의 기회이다



최소임



샹린댁을 죽음으로 몰아간 우울증


몇 년 만에 돌아온 샹린댁은 이전과 달랐다. “얼굴은 검푸르고 누르스름한 빛이 감돌고 두 볼에는 이미 혈색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리감은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보였으며 눈빛도 예전과 같이 그렇게 활기차지 않았다.” 또 “손발이 이전처럼 민첩하지 않고, 기억력도 많이 나빠졌”고, “죽은 사람 같은 얼굴에는 하루 종일 웃음기가 하나 없었다.” (루쉰,『방황』, 그린비, 221쪽)


  샹린댁은 루쉰의 소설집 『방황』에 실린 「축복(祝福)」에 나오는 인물이다. 샹린댁은 남편이 일찍 죽자 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하게 된다. 그녀는 무엇이든 잘 먹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했다. “힘이 세어서 웬만한 남자 한 사람 몫의 일을 거뜬히 해내”면서 자신의 이런 모습을 뿌듯하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살도 올랐고 혈색도 좋았으며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 시어머니가 찾아와 그녀를 강제로 데려가서 두메산골로 시집을 보내버렸다. 그러나 두 번째 남편 역시 장티푸스로 죽었고, 아들도 이리에게 물려가고 말았다. 게다가 시아주버니가 집을 빼앗고 쫓아내서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옛 주인을 찾아온 것이다. 다신 온 상린댁은 예전의 활기차고 건강하던 샹린댁이 아니다. 그녀의 모습은 우울증의 증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울증이란, 우울한 기분으로 고통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외모나 행동, 말, 생각, 사고방식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통찰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며 일에 대한 능률이나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표정이 매우 슬프거나 무표정하며 제스처가 빈약하고 몸단장에 소홀하다. 만일 당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에서 전혀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전에는 없었던 여러 가지 신체적 통증이 나타날 것이다. ···· 우울증은 사고에도 영향을 미쳐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감퇴된다. 생각은 일정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며 죄의식이나 자기 비난, 절망감, 무력감, 자신에 대한 가치 상실로 이어진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 크리스티안 노스럽,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한문화, 406쪽

 ​ 샹린댁도 일정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을 되풀이했다. 그녀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대해 말했다. “나는 정말 바보였어요. 전 그저 눈 내릴 때라야 산속에 먹을 것이 없으니 야수가 마을에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봄에도 그럴 줄 몰랐어요. ... 그 애는 과연 풀숲에 누워 있었는데, 뱃속의 오장은 이미 먹혀서 비어 있었고, 가엾게도 손에는 그 작은 바구니를 꼭 쥐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녀를 동정하고 함께 따라 울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온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외울 정도가 되었고 결국은 무시하고 외면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슬픈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웃는 모습에서 어딘가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받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되풀이하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소통은 점점 멀어진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면 통찰력과 판단력이 떨어진다.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삶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샹린댁은 류씨 어멈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인다. 류씨 어멈은 샹린댁이 재가를 했기 때문에 죽어서 저승에 가면 두 명의 남편이 샹린댁을 두고 다툴 테고, 염라대왕도 어쩔 수가 없어서 샹린댁을 찢어 두 귀신에게 나누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죄를 씻기 위해 토지묘에 가서 문지방을 기증하라고 권한다. 어찌 보면 유치한 미신이며 류씨 어멈이 놀리기 위해 던진 농담을 샹린댁은 철썩 같이 믿어버린다.


​  그 후로부터 일 년 동안 샹린댁은 오로지 문지방을 시주할 돈을 모으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문지방을 시주했음에도 주인집에서 여전히 자신을 죄 지은 사람으로 취급하자 절망한다. 더 이상 두려움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을 수 없는 그녀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을 잃고 만다. 결국 주인집에서 쫓겨나고 거지가 되어 떠돌다 죽는다. 그녀는 죽기 하루 전까지도 자신이 죽어서 두 명의 남편을 만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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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성장을 멈출 때 우울증이 생긴다


  노스럽에 따르면 우울증은 심장병, 유방암과 함께 폐경기 여성의 ‘3대 질병’이다. 폐경기 자체가 우울증이나 건망증, 걱정 같은 정신적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 하지만 우울증에 민감한 요인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면 이 시기의 호르몬 변동이 그 우울증을 표면으로 나타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삶 속에 내재된 우울증의 요인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것들과 모든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우울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우울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단순한 생리적 질환이 아니며, 인간 본래의 것도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은 토착민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우울증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을 변화시켜 뇌의 생리 작용을 건전하게 바꿔야 한다. ···· 다른 증상들과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삶의 균형이 깨져 있다는 내면의 경고이다. 이 메시지는 삶의 일부가 성장이 멈추었거나 침체되어 있다는 걸 알리고 삶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다는 걸 경고해주는 인도자이다. 또 누군가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별이나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이나 슬픔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같은 책, 412쪽

  우울증은 삶의 일부가 성장을 멈추었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럼 삶이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성장’에 대한 우리의 표상은 어떤 것일까? 나무를 예로 들어보면, 작은 새싹에서 가지가 쑥쑥 뻗어가고 잎이 무성해지는 것이 떠오른다. 그럼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지는 것, 열매가 씨앗이 되는 것은 성장이 아닐까? 그것도 성장이다. 성장은 변화이다. 그리고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잃어야 한다. 그러니 성장과 상실은 분리될 수 없다. 꽃이 져야 열매가 생기고, 여린 새싹의 순수함과 연약함을 벗어나야 크고 짙푸른 잎이 된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지 않으려고 붙들고 있는 것이고, 어딘가를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또한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쳇바퀴 돌 듯 일정한 범주의 생각을 되풀이하는 것 또한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상실의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려면 그것에 온 몸을 내맡기고 충분히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다르게 느끼려고 하면 흘러가지 않고 몸에 남아 있게 된다. 헤어진 커플들이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것도 서로를 잃은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라는 것이다. 이는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잃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떠나보내기 힘들수록, 잃는 고통이 클수록 그만큼 그것이 지금까지 삶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중요하게 의미를 부여한 가치를 더 이상 추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끼며 존재감의 상실로 이어지게 된다. 아들과 남편은 죽었지만 샹린댁의 삶은 그들에서, 그들과 연결된 가부장적 가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샹린댁에게는 그녀를 둘러싼 사회 전체가 오랫동안 공유해온, 그래서 뿌리 깊게 박혀있는 가치를 벗어난 다른 삶의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중년이 되면 누구나 여러 가지의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나 배우자의 죽음, 아이들의 독립, 직장에서의 해고, 신체적 역량의 변화 등. 상실을 받아들이고 슬픔과 고통을 껴안는다면 이 시기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폐경의 논리도 마찬가지이다.


폐경이란 말은 월경을 주관하는 경맥이 닫혔다는 뜻이다. 경맥은 기가 지나는 길이다. 폐경으로 인해 하나의 길이 닫힌 셈이다. 그러나 모든 길은 통해 있는 법. 한쪽 길이 닫히면 다른 길이 열린다.
- 안도균,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동의보감』, 작은길, 300쪽


  닫힌 길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 주위를 맴돌면서 우울해 할 것인가? 닫힌 길을 받아들이고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진 곳으로 시선을 돌려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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