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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하오 공자, 짜이찌앤 <논어> | 닌하오 공자, 짜이찌앤 <논어> #23 - 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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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16 14:11 조회4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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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하오 공자, 짜이찌앤 <논어> #23

- 3부. 제자들 ; 천 개의 물음, 천 한 개의 대답​

문리스 (남산 강학원 대표회원)

자공 (5) : 저는 그릇되고 싶지 않, 습니다(2)

그러니까 자공이 자신도 군자냐고 물은 겁니다. 선생님께서는 노타임으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자공 너? 너는 그릇(器)이다.” 그러자 이번엔 자공이 노타임으로 되묻습니다. “엥? 그, 그릇이요? 무슨 그릇인데요?” 이어지는 스승님의 답변. “호련(瑚璉) 그릇이다.”

그릇(器)이라니, 군자 얘길 하다가 갑자기 왠 그릇 타령일까요. 군자와 그릇. 이 둘 사이의 상관성은 <논어>의 다른 편에서 보입니다. ‘위정’ 편에 보면, ‘군자불기(君子不器)’란 말이 나옵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 라는 뜻입니다. 맥락이 없이 달랑 이 한 구절만 보면 좀 어리둥절할 수 있지만, 이 구절에 대한 전통적이고 주류적인 해석은 군자란 쓰임이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릇처럼 쓰임(용도)이 미리 정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너는 그릇이다.”라는 선생님 말씀의 의미는 ‘너는 군자가 아니다’라는 말씀인 거죠.

그러자 자공이 되물은 겁니다. 그릇이라뇨, 그건 군자가 아니라는 뜻인데, 그럼 대체 저는 뭐란 말입니까. 이렇게 묻는 자공은 마음이 어땠을까요? 의외의 대답에 놀란 것이었을까요? 스승에게 서운했을 수도 있겠죠. 살짝 좌절의 탄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공의 이 질문으로 이 짧은 문장은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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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 너? 너는 호련(瑚璉)이다.”

조금 과장해서 상황을 상상해보면, 자공이 입이 댓 발 나와서 퉁명스럽게 얘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웃음) 안 그렇겠어요? 맨날 밥하고 빨래하고 뒷바라지 다 하면서 스승님께 붙어있었는데, 자천이란 제자한테는 군자라고 칭찬하고 자기한테는 어림없다고 하시는 거잖아요. 안 그래도 위나라에서 노나라 유학와 맨날 안회한테 밀려 2인자만 했는데, 또 밀린 거죠. 근데 이걸 다시 공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솔직하게 대답했다가 자공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 걸 보신 거죠. ‘아차차’하고 생각했더라도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이미 그릇이라고, 군자가 아니라고 해놓았으니 번복할 수도 없고 말이죠. 암튼 공자님도 입장이 난처했을 겁니다. 만약 아차, 했다고 하면요. (웃음)

“그릇이라니, 무슨 그릇이란 말씀이십니까?”라고 묻는 자공의 얼굴은 사실 “그릇이요? (아, 너무하시네), 무슨 그릇인데요? 자천은 군자고 저는 그릇이라고요? (아, 어이가 없네)” 뭐 이런 분위기인 거죠. 이쯤 되자 선생님도 깜짝 놀라셨을 수 있겠죠. 왠지 자공이 지금 씻던 쌀도 다 엎어버릴 것도 같고(웃음), 별생각 다 드시는 거죠. 저놈이 저 밥에다 독이라도 타면 어떡하지? (웃음) ‘아, 내가 잘못했네. 밥 시간이나 지나고 말할걸... 근데 이제 와 어쩌지....’

그리고 나온 공자의 대답이 “호련”입니다. “아. 자공아. 내가 그릇이라고 그랬던가? 음, 그게 말이지, 너는 내 생각으론 네가 꼭 그릇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만약에 그릇에 비유할 수 있다면 호련(瑚璉) 정도라는 뜻이었다. 호련, 이라고 알지?”

호련은 호(瑚)와 련(璉)이라는 그릇 이름입니다. 제기용 그릇인데, 천자가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쓰는 그릇이에요. 그릇 중에서 가장 귀한 용도에 쓰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떻습니까? 상상이 가세요? 자공의 도발적인 질문에 스승께서 꼼짝없이 당황해서 “네가 그릇은 그릇이지만, 그릇 중에서는 최고로 귀한 그릇”이라며 변명하는 듯한 이 장면. (웃음) 전 이런 구절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아마 자공은 스승께서 이렇게 쩔쩔매며 변명하시는 걸 보면서 뒤돌아 씨익 웃지 않았을까요? (웃음) 사실 <논어>는 그냥 그렇게만 되어 있어요. “자천이 다녀갔다. 선생님 말씀하셨다. 자천은 군자로구나. 자공이 말했다. 저는 어떻습니까. 너는 그릇이다. 어떤 그릇입니까. 호련이다.” 어떠세요? 밋밋하죠. 재밌는 게 한 개도 없어요. 그런데 이 대목은 상상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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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쩔매는 스승을 보여 씨익~ 웃었을 자공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죠. 자공은 공자 말년을 지킨 제자입니다. 공자가 14년 천하 주유를 할 때, 공자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서포트하는 자공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공문에 굴러온 돌이고, 맨날 2인자입니다. 하지만 자공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정말 듣보잡이 와가지고 선생님하고 대화하고 갔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평소와 다르게 그 사람을 막 칭찬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 자공이 그냥, 사실은 그다지 의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여하튼 그냥 지나가는 말로 “선생님 저는요?”라고 물어 본 거예요. 공자와 자공은 그럴 정도로 서로 친밀한 사이였을 겁니다. 31년의 나이 차는 아버지와 아들 혹은 할아버지와 손자뻘이니까요. 그런데 공자님이 그만 “넌 그릇인데? 군자 아닌데?” 라고 말씀하신 거죠. 물론 스승님도 농담으로 던진 말씀이었을 수 있습니다. 평소 두 사람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뉘앙스는 미세하지만 완전히 다른 결을 만듭니다. 다큐멘터리랑 예능 사이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자칫하면 금방 이게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리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예능으로 좀 읽겠습니다. (웃음) 암튼 자공도 그냥 장난으로 물어본 건데 스승께서 단박에 “넌 그릇이잖아. 군자가 아니잖아.” 이렇게 얘기하니까 갑자기 빈정이 확 상해서.... “그래요. 아니에요. 그럼 뭐 어떤 그릇인데요?” 이렇게 제가 멋대로, 예능으로 상상하는 겁니다. 지금 제가. (웃음)

그런데 이렇게 상상하지 않으면 <논어>는 너무 평범한 문구가 되고 맙니다. 이 문구들을 그냥 읽는다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재미없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이미 공자를 알고, 그리고 자공이라는 캐릭터를 안다면요. 또 우리는 스승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 정도로 마구 퍼붓지는 않았을 인격이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자공이 위나라로부터 노나라로 넘어와서 구르고 치이고 박히면서 노나라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눈칫밥 먹고(실제 눈칫밥 먹었을 것 같진 않지만) 기타 등등 이런 제자라는 것도 알고 있다면요. 저는 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문맥을 메꿀 수 있는 상상력은, 우리의 권리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정답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 구절을 딱딱하게 “아, 아직 자공은 군자가 아니었는데 뭐 어쩌구 어쩌구....” 이렇게 해설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논어>를 읽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입니다.

자공 (6) : 너랑 안회 가운데 누가 더 나으냐?

<논어> ‘헌문’편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선생님 말씀하셨다. 자공은 현명하구나. 난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는데.”

무슨 말씀일까요. 자공이 사람들을 자꾸 비교하고 다니는 걸 지적하신 구절입니다. 한편으론 자공이 얼마나 자주 그랬으면 스승에게까지 알려졌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른 제자들이 와서 스승님께 일렀을지도 모릅니다. ‘자공 형, 맨날 사람들 비교하고 순위 매기고 다녀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비꼬신 겁니다. ‘자공은 참 어질고 똑똑해서 사람들 하나하나 살피고 비교하고 평가하고 다니는구나. 난 하는 일 없이도 너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자공이 공자를 찾아와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선생님, 저기 저 자장이랑 자하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낫습니까?” 자장은 지나쳤고 자하는 미치지 못했다. 지나친 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게 아까 말한 과유불급, 그 대목인 거죠.

그러다 결국 자공과 스승은 갈 데까지 갑니다. 급기야 자공과 안회가 비교되는 대목이 나오는 거죠. 이 대목은 처음 봤을 때 사실 좀 뜨악했습니다. 스승 공자가 단단히 자공을 벼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마치 스승 공자가 자공에 대해 ‘어 그래? 네가 그렇게 사람들하고 비교하는 걸 좋아한다면, 제대로 비교해주지. 두고 보자. 자공, 너 일루 와봐.’ 뭐 이런 분위기처럼 여겨졌다고 할까요. 제가 성인을 너무 깔보고 말하는 거 같죠. 암튼 실례를 좀 하면서 상상하고 그랬습니다. (웃음)

공자 : “자공아. 내 너한테 질문 하나 하자. 너랑 안회랑 비교하면 누가 더 낫냐?”

딴사람도 아니고 안회랑 비교해서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냐니. 강의를 들어서 이젠 아시죠? 이건 질문이 아닙니다. (웃음) 공자 문하에서 안회랑 비교하는 건 뭐랄까, 일종의 ‘반칙’이죠. 말이 안 되는 비교라는 겁니다. 잔인한 물음이죠. 완전 항복을 받겠다는 뜻입니다.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이건 질문이 아니죠. 이미. “너랑 안회 가운데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니...”

그런데 자공이 나오는 대목이 재미있는 건, 자공이 공자 제자들 가운데 언어 제일이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런 물음들에 자공의 개성과 총명함이 빛나는 거죠. 언어가 발달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다는 의미와도 통합니다. 명석한 거죠. 사고를 언어로 하니까요. 나쁘게 말하면 잔머리 대왕 같은 게 됩니다만, 여하튼 자공은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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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자꾸 비교하고 다니는 자공에 대한 공자가 일격을 가하다.

스승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자공은 짧은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을 겁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일단 바로 머리를 숙입니다. 확 엎드립니다. 여기서는 절대 버티면 안 된다는 걸 자공은 직감으로 알았겠죠.

“아 스승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찌 감히!! 안회형과 제가 비교될 수 있기나 한가요?” 하감망회(何敢望回). “제가 어찌 감히 안회형에 미치기를 바라겠습니까”라는 뜻입니다. 선생님 무슨 농담을 하셔도 꼭 진담처럼, 비교를 해도 어떻게 저랑 안회형이랑! 뭐, 이렇게 말하면서 선생님의 예봉을 피해 가는 거죠. 전 안회형과 비교하면 상대도 안 되죠. 안회형이랑 저랑 이라니,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세요. 전 평소 안회형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자공은 스승의 질문에 곧장 그리고 완전히 꿇습니다. 그런데, 자공이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 짧은 순간에, 이 한 마디로 참기에는 자공의 머리가 너무 좋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 한마디 하고 그냥 꿇고 참으면 되는데, 그 순간 또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른 거죠. ‘아, 선생님은 무슨 안회형이랑 저를 비교하세요.’ 라고 입은 말하고 있지만, 그 순간에 자공의 가슴에서는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웃음), 참을 수 없는 무엇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로 보면 자칫 크게 사달이 날 것 같고, 참을 수는 없고...

자공은 최대한 머리를 굴립니다. 그리고 최선의 수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수를 찾아냅니다. 자공은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안회형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사람인데 어찌 저하고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 문일(聞一) 하면, 지십(知十). 문일지십(聞一以知十)이 여기서 나옵니다. ‘하나를 들으면 열 개를 아는데, 안회형하고 저를 어떻게 비교해요.’ 여기까지만 말하고 말았어도, 자공은 아직 사는 수가 있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자공의 머리가 너무 좋고 말을 잘한다는 게 이번에는 거꾸로 독이 됩니다. 자공은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안회형이랑 비교도 안 되죠. 저는 문일지이(聞一以知二), 하나 들으면 두 개밖에 못 알아들으니...” (웃음) 얼핏 보면 자공이 자기를 안회보다 낮게 얘기한 게 맞죠.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자기는 하나를 들으면 둘밖에 모른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자공의 이 말에는 자공의 자존심과 어떤 무의식적 욕망이 들어 있습니다. 자기를 낮춘다고 낮췄지만, 최후의 선에서 저항하고 있는 겁니다. ‘선생님, 이 자존심까지는 건드리지 말아주세요.’라는. (웃음) 사실 이 말은 ‘제가 하나를 들으면 그래도 두 개는 알지 않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안회형까지는 안 된다고 해도, 사실 제가 그렇게 못난 건 아니지 않나요?’ 뭐, 이런 마음이 있는 거예요. ‘솔직히, 막말로 자로 형처럼 열 개 가르쳐주면 열두 개 까먹는 형도 있는데... (웃음) 저는 그래도 한 개 하면 두 개는 기억하는데...’ 그런데 이 말, 이 말이 사실은 자공의 자충수였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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