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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독신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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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7-15 08:00 조회193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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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매력





오 선 민



1. 나의 꿈은 독신자


카프카는 독신자였습니다. 펠리체와 율리, 그리고 밀레나를 지극히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결혼으로 가는 길을 닦지 않았던 것일까요?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는 결혼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그의 분투기로 보입니다. 왜 결혼할 수 없는가? 일차적인 이유는 결혼이 고독을 빼앗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 1913.6.21.) 글을 써야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배우자와 나누어 써야겠지요. 분신이나 다름없는 자식을 낳음으로써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입법자(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카프카는 독신을 선택합니다. 그래도 ‘결혼’이라는 화두를 간단히 폐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는 계속해서 결혼과 독신이라는 주제를 부둥켜안고 작품을 썼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볼까요? 그가 ‘독신자’라는 표제로 발표한 작품은 무려! 세 편이나 됩니다. (그가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니까, 세 편 정도는 대단히 많다고 해도. ^.^;;)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유고; 1907~1908 추정), 「독신자의 불행」(『관찰』, 1913),「나이든 독신자 블룸펠트」(유고, 1915년 추정). 이 밖에도 카프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대부분 독신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아들을 유럽에 두고 미국에 온 카알 로스만(「화부」(1913),『실종자』(미완, 유고)), 그리고 학술원의 원숭이(「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시골의사』(1919)) 정도겠지요. 그 밖에도 장편 『성』의 주인공 K가 있군요. 하지만 이들도 결국에는 유혹자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집을 뛰쳐나오거나, 반인반수의 자신과는 말도 통하지 않는 짐승 아내와 동거하는 정도입니다. 오순도순 새끼들과 모여 앉아 촛불을 켜놓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든가 하는 일은 절대로 없지요. 카프카는 왜 깔끔하게 ‘결혼’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독신’이라는 주제를 거듭 화두로 삼았던 걸까요?




2. 충성과 반역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반한 까닭은 그녀의 선 굵은 외모와 직설적인 행동, 물질세계와의 친근성 때문이었습니다. (“거의 짜부라진 코. 금발이지만 다소 뻣뻣하고 윤기 없는 머리칼, 강한 턱”; 일기, 1912.8.20.) “그대를 사랑한 이유는 그대가 나의 이러한 의지 박약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 1913.1.21.) 한마디로 자신과 정반대에 있는 여인이었지요. 프루스트라면 차이를 향한 카프카의 이 욕망을 사랑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은 바로 이런 차이를 줄일 것을 목표로 하는 관계입니다. 일단 결혼함으로써 남녀는 법망 안에 기입됩니다. 법의 이름으로 권위가 마련되면, 공동의 집이라는 공간적 지표와 가계도라는 집단적 시계(時界)가 만들어지지요. 그 안에서 둘은 하나가 되어 단자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신을 상속할 또 하나의 생명체를 낳습니다. 카프카는 이렇게 ‘하나가 되어 하나를 낳는’ 연쇄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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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하나가 되어 하나를 낳는' 연쇄


가련한 연인이여, 그 중국 시가 우리에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 그대에게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그 시가 학자의 부인이 아닌 애인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지 않았나요? […] 시에서 애인은 그 점에서 그렇게 곤경에 처해 있지 않습니다. 등잔불이 정말로 꺼졌지만, 고통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즐거움이 넘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내의 경우라면, 그리고 우연한 밤이 아니라 함께하는 삶의 모든 밤들이 등잔불과의 투쟁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 아내가 요구하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실존입니다. 그리고 비록 오로지 책만 보는 것 같지만, 밤낮으로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내밖에 모르는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자신의 내재적인 무능함과 더불어 사랑밖에 줄 수가 없습니다. 애인은 이 점에서 아내보다 더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인은 이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래 가련하고 불행한 아내는 맹목적으로 투쟁합니다. 그녀는 눈앞의 것도 보지 못합니다. 앞에 벽이 서 있으면 그녀는 기어 올라갈 수 있는 밧줄이 늘어뜨려져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믿습니다.

[…]

그대여, 그것이 얼마나 충격적인 시인지 깨닫지 못 할 뻔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짓밟고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는 수많은 층위가 있습니다. 눈은 단지 하나의 가능성만을 볼 뿐이지요. 그러나 가슴속에는 모든 가능성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 [펠리체에게 보내는 편지] (1913.1.21.~22)


독신자의 삶을 찌글찌글 합니다. 이 삶이 괴로운 까닭은 친구가, 이웃이, 가족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카프카는 바로 이런 관계에서 어딘가 ‘충성스러운 개’ 같은 구석을 발견했습니다. ‘하나’이고자 하는 관계란, 서로를 기다리고, 공유하는 생활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며, 상대의 불결함과 전염병조차 나누어야 한다고 믿는 관계입니다. 카프카의 독신자 블룸펠트는 개를 키울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결국 ‘눈물이 흐르는 개의 눈’에서 보게 될 것은 자신의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오! 결혼이란 나르시시스트의 천국! 카프카는 차라리 자신의 이마라도 때려서 천국의 이 충성스러운 분위기를 깨고 싶어 했습니다.



독신자로 남는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로 생각된다. 저녁때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에는 나이 든 사람으로서 위신을 지켜가며 한데 끼어줄 것을 어렵게 청해야 하고, 몸이 아프게 되면 자신의 침대 한구석에서 몇 주일씩이라도 텅 빈 방을 바라보아야 하고, 언제나 대문 앞에서 작별을 해야 할 뿐 한 번도 자신의 부인과 나란히 층계를 올라올 수 없고, 자신의 방안에 있는 옆문들은 단지 낯선 집안으로 통해 있을 뿐이며, 늘 한 손에는 자신의 저녁거리를 들고 집으로 와야 하고, 낯선 아이들을 놀라워하며 바라보아야 하지만 “나에게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구나” 하고 줄곧 되풀이해서도 안 되며, 젊은 시절의 기억에 남아 있는 한두 독신자들을 따라 외모와 태도를 꾸며 나가야 한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결국은 그렇게 될 것이다. 다만 오늘날이나 후에는 실제에서도 하나의 육신과 하나의 진짜 머리, 그러니까 손으로 치기 위한 이마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서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독신자의 불행」



3. 가장의 근심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카프카의 독신자는 기혼자 연합에 맞서 혼술혼밥하는 투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반드시 동반자를 갖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늘 ‘두 개’의 형상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탄성’을 갖고 있지요. 독신자 블룸펠트의 방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파란 줄이 쳐진 두 개의 작고 흰 셀룰로이드 공이 널마루에서 오르락내리락 튀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공은 블룸펠트의 등 뒤에서 이 방향 저 방향으로 통통거리면서, 그의 눈에 띄지는 않는 채 소리만으로 그를 괴롭히면서 놉니다. 블룸펠트와 두 공은 서로 집을 공유한다던가, 한 쪽이 늘 신경 쓰인다던가 하지만 본질적으로 별개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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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독신자들은 항상 두 개의 동반자를 가진다



블룸펠트는 회사에도 이런 공같은 견습생 두 사람을 두고 있습니다. 견습생들은 일을 익히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그때그때의 흥미에 따라 일감을 갖고 놀면서 다른 직원들을 방해합니다. 지각과 눈속임. 뒷돈 거래 등 이들은 공장을 마치 유원지처럼 휘젓고 다닙니다. 작업 규칙이나 능률 따위를 들이밀어 보았자 말귀를 들을 리 없습니다.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인정욕망이 없다는 점이지요. 견습생들은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블룸펠트는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이 공 같은 존재들과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공에 흥미를 느낀 소녀들과 말을 섞게 되기도 하고, 엉뚱하게 직장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도 하고. ‘블룸펠트 답다’ 라고 할 수 있는 아무런 특성도 가질 수 없게 점점 생활은 희한해져 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성』의 K가 부리게 되는 쌍둥이 조수 두 사람도 이 공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 덕분에 K는 성으로 한 발 내딛게 되다가도 옆길로 빠지고, 새집을 얻다가도 쫓겨나게 되지요.


이런 공 두 개가 튀어 다니는 집에서 결혼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등 뒤에서 계속 통통 소리를 내고 있는 남편과 함께 어떻게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이가 태어나면 장난감으로 갖고 놀면 되지 않느냐고요? 물론 블룸펠트 씨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아랫집에 사는 이웃 아이에게 선물로 주면 생활이 좀 조용해질까 하고. 하지만 한 엄마의 아들이었던 이 소년은 공 근처까지도 가보지 못했어요. 어쩐지 엄마가 안 된다고 할 것 같아서였지요. 카프카는 합의(부부간의)와 허락(부자간의)이 지배하는 곳에서 공이 두 개나 튀어 다니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카프카의 ‘가장’ 들은 이 공의 존재를 늘 주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 집 안에 들어올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틈만 있으면 언제고 튀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의 근심」(『시골의사』, 1919)에서 가장은 오드라테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이 괴물이 바로 블룸펠트의 공과 닮은 존재지요. 목적도 이름도 없는 존재, 선의도 악의도 모르는 존재. 유난히 움직임이 많아서 붙잡을 수 없는 존재. ‘정해지지 않은 집’에 사는 존재.




어떤 이들은 오드라데크Odradek라는 말이 슬라브어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것을 근거로 이 말의 형성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이 말이 독일어에서 나온 것이고, 다만 슬라브어의 영향을 받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 가지 해석의 불확실성으로 미루어 보아 그 어느 것도 정확하지 못할뿐더러, 게다가 이들 해석으로는 그 말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

나는 그가 어떻게 될까 하고 헛되이 자문해본다. 그가 도대체 죽을 수도 있을까? 사멸하는 모든 것은 그전에 일종의 목표를, 일종의 행위를 가지며, 그로 인해 그 자신은 으스러지는 법이다. 그러나 이 말은 오드라데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가 언젠가는 내 아이들과 손자들의 발 앞에서까지도 실타래를 질질 끌면서 계단 아래로 굴러 내려갈 것이란 말인가? 그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죽고 난 후에도 그가 살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나에게는 몹시 고통스럽다.

「가장의 근심」

카프카의 독신자는 단지 애인이 없거나, 어쩌다가 파혼한 불행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오드라데크를 끼고 사는 존재입니다. 찌글찌글하다지만, 기원도 없고(오드라테크는 이름이 없고, 두 개의 공도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니까요), 미래도 없는(오드라데크나 공들에게도 목표란 없으니까요) 두 개의 공과 함께 사는 자. 덕분에 나날의 모험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희한한 관계를 맺어가는 존재이지요. 어떻습니까? 독신, 매력 있지 않나요?




-> MVQ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에 관한 글을 더 보고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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