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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진짜 개성화로 자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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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6-10 18:09 조회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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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성화로 자립하기

겸조(4조)

난 재미있는 일을 하며 경제적 자립을 하고자 했다.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 사람들을 초대해 즐겁게 노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그런데 이 꿈이 완성되려 하면 무너지길 반복했다. 공허감이 밀려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만의 테마파크 만들기

나만의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었다. 나의 세상이 테마가 되고 이에 맞게 공간이 디자인되어 즐거움을 제공하는 곳. 난 그곳의 대장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커다란 공간을 만들 수 없었기에 지금 당장에 이룰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은 프리마켓이었다. 예술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거리 마켓을 만들었다. 특색 없는 곳이 되지 않길 바랐다. 작품들을 꿈의 씨앗으로, 스탭들을 농부로 설정했다. 농부들은 장화를 신고, 물통을 맨 채 행사를 진행했다. 작은 테마파크를 만들어갔다. 그런데 여러 친구와 함께하다 보니 테마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함께하기 전에 테마를 뚜렷하게 만든 후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려면 개인 단위로 일을 꾸려야 했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던 나는 초상화로 나만의 독립된 이미지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해서 ‘그림을 통해 무기력과 싸우는 게릴라’라는 슬로건으로 군복을 입고 거리로 나갔다. 독특함은 이목을 끌었다. 나와 똑같이 군복을 입고 그림 그릴 친구들을 모으기만 한다면 테마파크는 완성이었다. 이 계획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군인의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다. 때마침, 특색 있는 가게를 만들어보자는 투자제의를 받게 되었다. 당시 복고에 꽂혀있던 나는 테마를 추억으로 정했다. 인테리어부터 복장, 배경음악, 음식까지 복고풍으로 맞추었고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감독했다. 하드, 소프트웨어 모두 통일되도록 하여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한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예상대로 반응은 좋았다. 돈도 벌 수 있었고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동료들도 생겨났다. 테마파크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이미지가 고정된 가게에 반해 나는 계속 변했고, 가게가 나를 대변하지 못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되었을 땐 또다시 고민이 되었다. 나에게 딱 맞는 이미지는 없을까?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2년이 넘은 가게를 정리하고 나에게 맞는 옷을 다시 찾았다.

그다음의 밥벌이는 초상화와 삽화였다. 어느 날 평소대로 책을 읽으며 작업하는데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선비 같다 했다. 또 다른 테마를 고민하던 내가 이것을 놓칠 리 없었다. 난 한복을 입은 채 초상화를 그렸고, 나를 선비로 만드는 작업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나와 같이 한복을 입고 놀 친구들을 꿈꾸었다. 내 세계를 확장하고자 했다. 또 다른 테마파크의 시작이었다. 이때 생기는 희열을 통해 난 살아있음을 느꼈다. 난 이처럼 재미, 즉 나만의 테마파크를 추구하는 것이 삶의 이유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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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테마파크를 찾아서...

테마파크의 민낯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한복을 입은 내 모습이 어색해졌다. 한복뿐만 아니라 농부, 게릴라, 복고 등의 프로젝트들은 재미있게 시작하다가도 곧 나와 맞지 않는 옷이라 느껴져 시들해져 버렸다. 계속 변하는 나를 포괄하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찾기는 참 어려웠다. 그리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오래오래 하고자 만들었던 테마파크는 1~2년 주기로 무너졌고 항상 나 혼자 남았다. 열심히 만들어왔는데 완성되지 못하는 것에 허망함을 느꼈다. 이 공허의 반복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 나에게 맞는 이미지를 찾지 못한 것은 나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남과 다른 내가 되기 위해, 나의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공부를 했다.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를 알아갈수록 내가 만들어왔던 세계들에 의심이 갔다.

상품미학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처럼 CF의 허구와 디자인의 변화가 반복되면서 디자인은 이제 패션으로 바뀝니다. 변화 그 자체에 탐닉하는 것이 패션입니다. 부단한 변화와 새로운 것에 대한 신화입니다. 변화하지 않고 새롭지 않은 상품은 ‘아름답지 않습니다.’……사람들의 삶의 정서를 담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한 디자인에 몰두합니다. 결국 지금까지 친숙한 것은 상품미학에서 배격됩니다. 새로운 것이라야 됩니다.

{신영복 지음, 『담론』, 돌베개, 356쪽}

나의 테마파크의 실체는 상품이었고, 내가 해온 것은 상품 마케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스토리텔링으로 마케팅하고 있었다. 독특한 이미지 만들기에만 힘을 써왔기에 상대적으로 이야기는 빈약했고, 밀도가 낮으므로 사람들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여기에 얼른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보태져 실수를 키워 왔다. 그런데 사실 내게 상품이 팔린다는 것은 돈도 돈이었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으로서 의미가 더 컸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즉 인정욕망이었다.

난 나만의 성에서 혼자 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굳건한 성벽을 세우고, 함께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함께 지내려 했던 것이다. 내가 그토록 나만의 것을 추구했던 이유는 그 이미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 연결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연결이 아니었다. 나의 이미지를 복제하고 확장하는 것일 뿐이다. 마치 손오공이 분신술을 하듯이 말이다.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영향력 아래에 종속시켜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지배욕이었다. 거기에 더 깊은 곳에는 “보라. 내가 이 멋진 것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능력이 많다.”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깔려있었다.

내가 이렇게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인정받고자 했을까? 그 인정욕망이 커져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싶은 마음으로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정말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자아실현을 하려 했을 뿐이었다. 남들에게 없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을 찾기 위해 흥미로워하는 사물이나 행위, 현상 등을 기록했다. 더 구체적일수록 좋았다. 무슨 맛을, 어떤 색을,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등에 집중했다. 그렇게 찾은 나의 취향을 테마로 설정해 나를 구현했다. 타인과 다르다고 느낄 때마다 스스로 ‘나’를 잘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를 찾은 뒤의 계획은 타자와 연결이었다.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나와 타자 사이에 강한 방해물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강한 자의식이었다. 함께 하고자 하면서, 동시에 강력하게 개별화된 이미지를 추구해왔다. ‘나’라고 믿는 것을 계속해서 단단히 부여잡아왔다. 남과 다름을 추구해서 왕창 커진 자의식은 세상에 나밖에 없었기에 ‘나만 봐 달라’고 인정욕망을 증폭시켰다. 이것으로 인해 자의식은 더욱더 남과 달라지고 싶어 했으며 타자들과 분리되고자 했다. 하지만 “분리된 존재를 다시 합치려는 생명의 충동” {신근영 지음, 『칼 구스타프 융, 언제나 다시금 새로워지는 삶』, 북드라망, 228p}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했다. 분리와 연결의 힘겨루기 결과, 나를 인정한 사람들 즉, 내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연결되려 했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고 따라야만 통일성 있는 테마파크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세상 안에서의 연결. 이것은 지배욕이다. 이런 관계는 확장될 수 없다. 몇 안 되는 사람들과의 협소한 세상만을 만들 뿐이다. 이것은 내가 원하던 연결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내가 갈망한 세상은 처음부터 완성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개성화로 가기 위한 첫발은 나만의 것을 찾는 작업을 멈추는 데 있다. {『위의 책』,229p}

내 것을 내려놓는 것이 싫다면 아직도 자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자의식을 덜어내지 않는다면 타자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나만 남아 결국 내가 원하는 어울림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만의 것을 계속 추구하고 싶은가? 타자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며, 나만의 것으로 꽁꽁 묶여있는 것이 진정 개성일까?

참된 개성화

상대에 따라 새롭게 대화의 장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개성화된 사람이 가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장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하고, 상대 역시 변신시켜 버리는 게 개성화의 힘이다……개성화야말로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특징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 않을까? 나만의 것으로서 개성을 찾는다면, 세상의 것들과 공명하는 능력을 더 많이 키우면 된다. 집합적인 존재, 그래서 보편적인 존재가 가장 개성적이다. {『위의 책』, 232p}

여태 상품 안에서만 놀고 있었기에 아직 연결된 적은 없었고, 고립감은 당연했다. 이제는 개성화된 나로서 ‘진짜’ 공명하고 싶다. 참된 개성화는 얼마나 다채로운 내가 되느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의식의 껍데기를 내려놓고, 이것도 되었다가 저것도 되어 다양한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존재. 이렇게 개성화가 되어야, 진짜 개성화된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많은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경제적 자립의 토대가 될 것을 믿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밀도를 내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와 계속해서 마주해야 한다. 앞으로도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일과 사람, 환경을 기꺼이 맞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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