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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참을 수 없는 예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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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6-03 01:26 조회263회 댓글1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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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질문들] (6) - 행인  

 

참을 수 없는 예민함


박 성 옥​


 1. 가족은 외로워

 

소세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에게 여자란 스쳐지나가는 행인처럼 낯선 존재다. 눈앞에 보이지만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다. 소세키의 남자들은 동성인 친구나 스승과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마음 속 갈등의 밑바닥까지 토로하지만 여자와는 공유하지 못한다. 남자들에게 여자는 원천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대상이다. 왜일까? 여자를 지적으로 대등한 대화상대가 되지 않는 열등한 존재라고 폄하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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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들은 여자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여자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여자를 아예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외면하지도 못한다. 여자는 다가가고 싶어도 도무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타자이다. 알 수 없기에 더 알고 싶은 목마름의 대상이기도 하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남자들이 선택하는 도피처는 침묵이다. 일상의 대화마저 입을 닫고 머릿속으로만 수없이 상상의 모래성을 쌓았다 부셨다를 반복한다. 따라서 결혼은 인생에서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된다.

 


『행인』은 남녀사이의 이런 소통 불가능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지로와 형 이치로, 형수 나오의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풍선처럼 팽팽하다. 어느 날  이치로는 동생에게 심각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오가 너에게 반한 게 아닐까?” 형은 자기 아내가 시동생을 좋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동생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동생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형은 결백을 입증해보라고 형수와 함께 휴양지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라는 미션을 준다. 이 소설에서 가장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다.


형은 자기 아내의 정조를 시험해보고 싶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제안을 할 수는 없다. 동생이 거절하자 형은 “그러면 평생 너를 의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할 수 없이 동생은 형수의 속내를 알아보기로 한다. 해지기 전에 돌아올 요량으로 길을 떠났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와카야마에 도착하자마자 하필 폭풍우가 몰아치고, 전신주가 넘어지고, 전차가 끊긴다. 동생과 형수는 한 방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전기가 끊어진 암흑의 밤은 한없이 길다.


두 사람을 기다리며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운 형의 핏발 선 눈빛은 탄식을 자아낸다. 자신이 설정한 상황에 포획되어 뒤척이는 인간의 내면은 처절하다. 가족의 이면을 스케치하는 소세키의 펜은 쇠로 철판을 긁어대는 소리를 낸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 위에 남겨진 상흔은 참혹하다.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므로 서로를 잘 받아들이고 동일시되기 쉬울 거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깨진다. 가족이라서 더 깊은 상처를 준다. 쉽사리 인연을 끊어낼 수도 없다. 가족이라도 이럴진대 사람 사이에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는 일은 얼마나 무망한 일인가. 그들은 제각기 떨어져 있는 섬처럼 외롭다. 
 

2.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

 

소세키는 10여 년간 창작활동을 했는데 『행인』을 쓴 것은 중반기에 접어들 무렵이다. 1904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가 된 소세키는 1907년부터 아사히신문에 전속작가로 발탁되었다. 『산시로』, 『그 후』, 『문』을 신문연재하면서 대중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가 되었지만 소세키는 위궤양으로 건강이 악화된다. 요양을 하러 슈젠지 온천에 간 그는 엄청난 피를 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른바 1910년의 슈젠지 대환이라고 부르는 사건이다. 죽다 살아난 다음 해 다섯째 딸 히나코가 급사하는 불행이 겹친다.


소세키가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상처를 딛고 쓴 소설이 『행인』이다. 『행인』은 1912년 말부터 1913년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다시 신경쇠약과 위궤양이 재발해서 중간에 몇 달씩 연재를 중단하기도 했다. 글쓰기는 한 사람의 정신을 물질화하는 과정이어서 신체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이 무렵부터 소세키의 작품들이 급속하게 어두운 분위기로 바뀌는 느낌이다.


소세키가 초기에 쓴 소설에는 재기발랄한 캐릭터가 종종 등장한다. 신랄한 문명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학과 여유가 묻어난다. 하지만 『행인』 이후에 발표한 『마음』이나 『한눈팔기』, 『명암』의 분위기는 염세적이다. 사람의 마음을 탐색하는 내면 풍경은 진지함을 넘어서 선병질적이다. 남녀관계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소세키의 초기작에 나타난 남녀 관계는 어느 정도 낭만적이고 탐미적인 향기가 풍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갈등을 겪지만 완전히 절망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행인』 이후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부부관계는 도저히 해소되기 어려운 소통 불가능성이다. 감정적 교류에 실패한 남녀는 서로의 영혼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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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에 나오는 형 이치로는 타인을 불신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얻고 싶어 고뇌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모순된 욕망은 이중적인 태도로 표출된다. 그는 기분이 좋을 때는 매우 좋지만 일단 심사가 꼬이기 시작하면 며칠이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지 않는다. 남 앞에 나서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신사적인 자세를 취한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를 온화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차갑고 냉담한 남편이다. 급기야 이치로는 아내를 손찌검하기에 이른다. 이치로는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다. 왜 이렇게 외면과 내면이 불일치하는 걸까. 
 


 “사람이 정상일 경우에는 세상 체면이나 의리 때문에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말이 많이 있겠지. 그러나 정신병에 걸리면 아주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닐까? 마음에 떠오르는 일은 뭐든 상관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겠지.”(나쓰메 소세키, 『행인』, 유숙자 역, 문학과 지성사, 2013년, 103쪽)

이치로는 차라리 정신병자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신병에 걸려야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도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 같다. 도덕이나 체면을 벗어 던질 수 없다는 예민함이 그를 신경쇠약으로 몰고 간다. 그는 아내의 마음을 얻지 못해서 자기 마음의 감옥에 고립된다. 동생이 보기에 형은 “미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지적으로 너무 예민하여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듯하다.”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의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은 불안하다. 아내는 남몰래 죽음을 상상하며 눈물 흘리고, 부모님은 큰 아들의 눈치만 살핀다. 동생은 형의 의심을 털어주기 위해 집을 나와 하숙을 하고 아무 여자하고 선을 본다. 모두가 무언의 압박 속에 살아가는 인간군상이다.


이쯤 되면 꼭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알아야 하나 반감이 든다. 자기 마음부터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몸이 떨어져 있는 타자끼리 속내를 다 알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라고, 다른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고 탓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 속 부터 들여다보라고 항변하고 싶다.

 

 

3. 광기를 창작의 동력으로

 

나쓰메 소세키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는 이치로의 성품을 따뜻하게 감싼다. 소세키 자신도 신경쇠약의 고통을 절실하게 경험해서일 것이다. 소세키는 근대인이 불안한 것은 불가피한 시대 환경이라고 이치로를 변호한다. “인간의 불안은 과학의 발전에서 비롯되네. 앞서가기만 하고 멈출 줄 모르는 과학은 일찍이 우리에게 멈추도록 허락한 적이 없네. 어디까지 끌려갈지 알 수 없는 일이지. 참으로 두렵다네.”(『행인』, 327쪽) 이치로는 “인간 전체의 불안을 모아서 1초 1분의 단시간에 응축시킨 자의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어도 초조하고 쫒기는 기분이다.


  갑자기 개인의 불안을 과학 발전의 탓이라고 비약하는 감이 있다. 다만 이치로의 참을 수 없는 예민함이 아주 터무니없는 신경증만은 아닌 듯하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여관방에 묵게 된 동생의 심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목욕을 하고 돌아왔을 때 동생은 형수가 어느새 엷은 화장을 마쳤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동생은 형수의 요염함에 흠칫 놀라면서도 야릇한 기쁨을 느낀다. “이 기쁨이 솟아나왔을 때, 나는 바람도 비도 해일도 어머니도 형도 모두 잊었다. 곧 그 기쁨이 두려움의 전조로 바뀌고 자신을 산산이 파괴하고 말 예고처럼 여겨졌다.” (『행인』, 158쪽) 소세키는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잔혹할 정도로 응시한다.


소세키는 신경쇠약으로 몰아치는 시대에 개인이 살아가는 윤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경쇠약의 원인은 이질적인 속도감이다. 신경쇠약은 외부의 변화와 내면의 속도감이 어긋나는 데서 온다. 사회변화는 빠르지만 인간 내면의 감정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초조하고 불안하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진보한다 해도 물질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정신이다.

 

 

서양의 압박을 받고 있는 국민은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일다운 일을 할 수가 없지. 모두 빡빡하게 짜인 교육을 받고, 그러고 나면 눈 돌릴 틈도 없을 정도로 혹사를 당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신경쇠약에 걸리게 되지. 눈앞의 일 외에는 아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한 상태이니 어쩔 수 없긴 해. 정신적인 피로와 신체적인 쇠약은 불행하게도 항상 붙어다니는 법이니까. (나쓰메 소세키, 『그 후』, 윤상인 역, 민음사, 2012, 104쪽)

소세키는 사회가 아무리 진보해도 경쟁과 불안 때문에 안절부절 못한다면 야만시대보다 행복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소세키는 33세에 영국유학을 다녀오라는 일본 문부성의 명을 받고 런던으로 떠났다. 2년간 영국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배워왔던 동양학과 서양 학문 사이의 괴리감을 절감한다. 오랫동안 몸에 익숙한 문화와 전통을 일시에 버리고 앞서가는 서구 사회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경쟁에 회의를 느낀다. 일본은 서양에서 100년에 걸쳐 이룩한 사회 경제적 발전상을 10년 안에 달성하려고 한다. 서양인을 닮기 위해 일본인에게 우유를 마시고, 고기를 먹으라고 장려할 정도로 초조강박에 사로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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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는 영국 유학시절부터 신경쇠약에 걸렸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다. 소세키가 신경쇠약에 대처하는 자세는 도도하다.

 

 

 

나의 신경쇠약과 광기는 목숨이 남아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것들이 계속된다면 수많은 『고양이』, 『양허집』, 그리고 수많은 『메추라기 새장』을 출판할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영원히 이 신경쇠약과 광기가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나쓰메 소세키, <문학론 서(序)>, 『문학예술론』, 황지헌 역, 소명출판, 2010년, 43쪽)

소세키는 자신의 신경쇠약을 소설 창작의 동력으로 전환시켰다. 신경쇠약은 시대의 징후를 예민하게 느끼는 자의 몫이다. 그는 신경쇠약을 “빈틈없는 사고력과 예민한 감수성에 대해 지불해야 할 세금”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치로를 비롯해서 소세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예민하고 선병질적인 지식인들은 전형적인 근대인의 초상이다. 그들은 소세키 자신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다. 소세키는 자신의 신경쇠약을 세계를 인식한 자의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그 광기로 자신을 다그쳐서 창작열로 향하게 했다.(2017.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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