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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하필왈맹자 | 좌충우돌 ‘호연지기(浩然之氣)’ 읽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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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28 15:56 조회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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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영(남산강학원 동고동락)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호연지기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기다. 일상을 올바로 살면 길러지는데, 올바름을 해치지 않으면 호연지기가 하늘과 땅 사이를 꽉 채울 수 있다. 그것은 마음이 의와 짝하고 자연의 이치와 함께할 때이니, 그렇지 못하면 곧 쪼그라들고 만다. 호연지기는 내 안에 의가 쌓여서 생겨나는 것이지, 따로 밖에 있는 의를 가져와 취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제 마음에 꺼림칙하면 바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자는 애당초 의를 바로 안 적이 없다’고 한 터다. 그는 의가 밖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드시 호연지기 기르기를 일로 삼되 집착하지 말고, 잊지도 말고, 조장하지도 말아야 한다.

「공손추」 (하),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배병삼 옮기고 풀어 씀, 사계절, 291~292쪽

『맹자』 「공손추」는 부동심(不動心), 인의예지의 사단(四端), 호연지기(浩然之氣), 큰 용기 등의 거대담론이 펼쳐지는 핵심적인 장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호연지기’다. 맹자는 스스로를 ‘말에 대해서 좀 알고 호연지기를 잘 기른’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맹자의 호방하고 당당한 성격, 자기 옳음에 대한 확신의 바탕은 호연지기리라. 그런데 이해하기 좀 어렵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우선 그 말뜻만이라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호연지기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맹자 어르신처럼 말 잘하는 사람도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을 정도다.^^ 바꿔 말하면 그래서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는 뜻? 호연지기야말로 체득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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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지기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한 기다

‘호연(浩然)’은 ‘크다’는 뜻이다. 기가 충만하다는 의미다. 호연지기를 뭐라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맹자가 즐겨 사용한 ‘크다(大)’는 의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힘자랑, 재물, 여색을 좋아한다는 제선왕에게 맹자는 좋아할 바에 아예 ‘크게’ 좋아하라고 제안한다. <맹자>에는 ‘대(大)’와 관련된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이때의 큼은 물리적인 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을 바로잡음으로 남을 바루게 하는 사람을 대인(大人)이라 하고, 폭정에 시달리는 은나라 백성을 구한 무왕의 큰 용기(大勇)가 있었다. 인이라는 큰 집에 살고 의라는 큰길을 걷는 사람을 대장부(大丈夫)라고 한다.

맹자가 만나고 상대했던 사람들은 당대 ‘큰’ 물에서 노는 사람들이었다. 각국의 제후들, 고위급 인사, 지위에 상관없이 인지도 높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중은 제환공을 춘추오패중 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유능한 재상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권력과 온갖 부귀영화 등 세속적인 욕망을 다 누린 사람이기도 했지만, 중원의 태평성세에 결정적 역할을 한 한 정치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맹자의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이유는 심플하다. 인의를 가장한 힘의 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무엇을 크다고 볼 것인가? 사회적 지위, 경제력, 학벌이나 지식의 양? 혹은 고아한 인품이나 사회적 기여도? 맹자가 말하는 호연함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큰’ 삶일까?

얼마 전,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19의 확진자수가 폭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조정 됐다. 이에 따라 공부공동체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의 방역 대응 단계도 높아져서 나는 공부공간을 남산강학원 근처에 있는 ‘studio 나루’라는 곳으로 조정했다. 남산강학원+감이당은 강의와 세미나가 행해지는 강의실과 공부방, 주방과 세척실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은 상주하는 청년들이 주로 이용한다. 남산강학원+감이당엔 상주하는 청년들을 제외한 외부 회원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studio 나루’는 남산강학원 선생님 두 분의 독립연구공간이다. 나루에서 공부하던 나는 어느 날, 두 분 대표샘과 살림당 청년 회원들이 회의하는 것을 엿듣게 되었다.^^ 5명의 청년들과 중간 매니저 줄자 등으로 이루어진 살림당 멤버들은 공부공동체인 남산강학원의 전체 살림을 책임지며 리더쉽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그날은 각종 연구실 회계를 정리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단순히 돈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 세미나와 각종 활동, 장소 이용과 청년들의 생활공간 및 외부 알바, 연구실 살림 구석구석까지 전방위적으로 검토와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허투루 흘러가는 시간도, 사건도 없었다. 청년들은 주목해서 고민해봐야 할 지점들을 사건 안에서 포착하고 흐름을 파악하여 발표했고, 샘들은 청년들이 놓친 지점들을 조목조목 일깨워 주셨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에 대해서는 청년들로 하여금 다시 언어화해 말해보게 함으로써 확실히 새기게 하셨다. 청년들은 샘들의 지도하에 사람들의 동선과 마음을 살피는 훈련을 해나가고 있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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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미나를 통해 그동안 보고 듣고 배웠던 내용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배움이 삶에 직접 적용되고,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현장이었다. 우정이 실험되고 앎이 삶이 되는 ‘큰’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일상을 올바로 살면 길러지는데,

올바름을 해치지 않으면 연지기가 하늘과 땅 사이를 꽉 채울 수 있다

‘일상을 올바로 살면 길러지는데(直養)’의 부분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해석이 있다. ‘직(直)’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표현이 달라진다. 보통은 ‘직’의 사전적 의미를 살려 ‘올곧음으로써’ 잘 기른다고 해석한다. ‘올곧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직’은 정직, 진실, 투명함 즉 겉과 속이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호연지기의 쭉쭉 뻗어 나가는 기운과도 연결된다.

‘마음에 둔 뜻이 한결같으면 기를 움직인다(志壹則動氣, 氣壹則動志也)’고 했다. 원문중 ‘일(壹)’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일(壹)’은 ‘일(一)’과 같아 ‘하나, 오로지, 한결같다’는 뜻이다. 마음(뜻)을 오롯이 할 때 기(氣)도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직’은 ‘하나’라는 키워드로 이해하면 되겠다. 겉과 속, 몸과 마음, 말과 행동을 하나로 일치시켰을 때 직할 수 있고, 그래서 두 마음을 내지 않고 한마음으로 해야 호연해질 수 있다.

다시 며칠 전, 역시 나루에서 벌어진 일이다. 줄자는 남산강학원의 핵심멤버이고 유능한 매니저다. 이번에도 내년 프로그램 중 하나를 매니징하는 중인데, 매신청자들마다 일일이 전화로 상담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마음가짐, 각자의 공부거리들을 체크한다. 이때 상대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많이 공부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만으로도 부족하다. 일상의 중심에 공부를 놓고 하겠다는 발심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연구실에서는 같이 공부하게 될 사람들과의 멤버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래 함께 공부할 친구가 되려면 글이나 삶, 자세에 대한 지적을 사심 없이 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확실히 자각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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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유능한 매니저 줄자가 근영샘께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사적인 친분에 가려 줄자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는 것! 선배(혹은 선생님)의 지적은 매서웠고 줄자는 놓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난 그 과정을 보며 직(直)이 떠올랐다. 직의 반대는 사(邪)와 곡(曲)이다. 두 사람의 대화 방식은 ‘사심이 섞이(邪)’지도 ‘에둘러(曲)’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 순간 나루를 꽉 채운 건 호연한 긴장감과 두 사람의 굳은 신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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