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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관계 맺는 법 | c.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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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6-01 23:52 조회2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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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관계 맺는 법




이하늘(청공자 용맹정진)


투가레 혈족은 물리적 우주에 보다 밀착해 있고, 세라 혈족은 인간적 우주에 보다 밀착해 있다. 따라서 세라 혈족이 투가레 혈족보다는 약하다. 사회질서도 우주의 서열을 속일 수 없고, 또 그 서열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보로로족에게서조차, 자연은 오직 우리들이 자연의 지위를 인식하고 그 권위에 따른 숙명이 진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할 때만이 정복될 수 있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한길사, pg.450




자연을 정복하는 방법


보로로족 속의 혈족은 투가레혈족과 세라혈족으로 나뉜다. 이들은 각각 ‘물리적 우주’(자연)와 ‘인간적 우주’(인간 사회)에 밀착해 있다. 보로로족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이런 방식으로 (이원적으로) 나누면서 그들의 삶 자체를 구성한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 자연과 사회, 죽은 자와 산 자의 구분, 영적인 삶과 현세적 삶의 구분이며 앞서 말한 혈족과 혈족의 구분이기도 하다. 이들은 왜 이렇게 복잡한 관계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한 인용문에서 나는 그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우선 ‘물리적 우주’와 밀착한 투가레혈족이 ‘인간적 우주’와 밀착한 세라혈족보다 강하다는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그런 자연 속에서 도망칠 수 없고 언젠가는 그 자연의 힘에 죽음이라는 형태로 굴복당한다. 그럴 때 인간의 문화는 항상 자연에 굴복되어 사라져야 하는가? 아마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보로로족은 그토록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원적 체계를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 문화와의 관계를 “자연의 지위를 인식하고 그 권위에 따른 숙명이 진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위의 인용문) 맺었다. 자기 부족내의 사람이 죽으면 자연이 그들에게 빚을 진 거라고 생각하고 사냥을 나가기도 하고, 의식을 통해 죽은 자로부터 살 권리를 빼앗아내며 자신들 생명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숙명과도 같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연적 현상을 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문화를 자연과 대치시킬 수 있을 정도로 격상시키며 주어진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들 즉 자연과 갖는 채무 게임, 지면 배열, 신화(동물의 이야기) 등을 통해 자신들을 (집단으로) 특별한 존재로 만들며 자연을 정복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모순이지만 그럼에도 열대인 이유


하지만 이런 복잡한 체계는 또 다른 카스트를 만든다. 혈족 내에서도 각 개인은 자기가 가지는 역할에 따라 상, 중, 하의 특권을 부여받고 남성과 여성도 그 기능의 차이에 따라 각 성의 특권을 부여받는다. 문제는 이런 형식들이 더 이상 그 (기능에 따른 특권을 부여받게 된)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도 이어져서 차별을 고착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말이다.


모든 인간 사회는 자연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자연과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만

들어진 인간의 문화는 필연적으로 인간 기능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는 특권을 만든다. 이런 것들이 모든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기에 레비 스트로스에게는 ‘슬픈’ 지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열대’여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연과 매우 밀접하게 살기에 그 관계에서 자신들이 ‘자연’보다 힘이 약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그래서 “예측하지 않은 상황들과 직면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을 즉각적으로 수립” (같은 책 p419) 한다. 이는 곧 끊임없이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레비 스트로스는 자연과의 관계를 하나밖에 가지지 못하는 서양 문명보다는 관계의 모순을 끊임없이 해결해가는 원주민들의 사고가 더 낫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2021. 5. 30. / 청공자 용맹정진 / 2학기 뱃심수련 3주차 『슬픈 열대』 씨앗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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