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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은 기쁨이자 생존의 도구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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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3-04 20:11 조회1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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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은 기쁨이자 생존의 도구다!


김보라 (청공자 영성탐구)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豫見論)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은 공통된 교훈을 가르쳐 준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 북스, 81쪽


칼 세이건은 말한다.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며, "그 질문은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다 ". 광활한 우주에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거시적 차원에서부터 분자나 원자 같은 미시적 차원을 탐구하는 과학의 목적이 "우리는 누구란 말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니! 어떻게 타자를 이해하는 게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기에 인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과 노력을 들여 세계를 탐구하려는 걸까?






타자를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나를 알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를 언제 질문해봤을까? 글쎄 '뭐 해먹고 살지? 뭘 하고 싶지?'를 고민해 본 적은 있어도 '나는 누구지?'를 질문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나지 누구긴 누구인가. 부모님의 자식이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그걸 나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정말 누구일까?


지구의 특정 생물이 고유의 모습을 갖게 된 데에는 저마다 그 나름의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사연에는 재현되기 힘든 수많은 단계들이 숨어있다.

같은 책, 77쪽


지금의 나는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나름의 역사를 가진 존재라는 말이다. 이는 모든 존재에게 해당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왜 인간의 눈은 두 개일까? 가시광선 파장 대역의 빛을 이용해 사물을 보기 위해서는 두 방향에서 시야를 확보해야 거리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가시광선 파장 대역의 빛을 보게 되었나? 이런식으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알 수 있게 된다. 특정 생물의 고유한 모습과 특성은 "주어진 환경에 대한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세상을 이런 시각으로 보는 건 확실히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타자를 역사적 산물로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자신 또한 역사의 산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만은 아니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읽다보면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2세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일하던 대학자 프롤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태양과 별이 지구의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땅은 고정되어있고 하늘의 천체들은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러한 세계관이 해소해주지 못하는 의문이 있었다. 바로 화성을 비롯한 행성들의 움직임이다. 행성들이 어느 때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행성들이 과연 어떤 운동을 하기에, 지구 '안에서' 또는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 행성들이 이러저러 한 겉보기 운동을 하"는 걸까? 오랜 관측과 계산 끝에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행성들의 역행을 이해할 수 있는 가설을 내놓는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행성 중 하나라는 가설이었다. '화성은 왜 역행을 하지?'라는 질문은 화성에 대한 질문이지만, 화성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나의 조건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타자'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우리' 행성, 지구를 이해하게 해준 것이다.





타자를 이해한다는 건 '나에게 이렇게 보이는' 혹은 '나에게 이렇게 여겨지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다. 타자를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의 세계 밖에 없을 때, 나의 생각을 당연하게 여길 때 나는 나를 알 수 없게 된다는 말이 된다. 타자를 이해하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타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역시 해소 되지는 않는 부분이 있다. 타자를 이해하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칼 세이건의 말을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해해보자. 타자란 누구인가? 칼 세이건에게 타자는 나와 다른 배열과 배치를 가진 존재일 뿐 근원적으로 같은 존재다. 나무도, 외계인도 나와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현대과학은 "지상의 모든 생물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나무와 나는 형태도,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분자 수준에서 나무와 인간은 근본적으로 같은 화학 반응 을 통하여 생명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구의 모든 생물이 과거로 올라가면 "단 하나의 조상으로 수렴"된다. 그렇다면 그 조상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원시 지구에 있었을 가장 흔한 종류의 기체들을 모아 놓고 거기에 화합 결합을 깰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공급하니까 생물의 기본 재료가 될 수 있는 물질들이 만들어졌다. 자외선 복사든 전기 방전이든 그 어떤 형태의 에너지라도 좋았다. 분자 수준의 재료들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결합해야만 생명의 음악이 가능해진다. 분명히 생명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과 핵산을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 이상의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같은 책, 74-75쪽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실험이다. 투명용기에 수소, 수증기, 암모니아, 메탄, 황화수소의 혼합 기체를 채우고 전기 방전을 일으킨다. 그러면 갈색 물질이 용기의 벽을 타고 흐르기 시작하는데, 이 물질에는 복잡한 유기 물질이 가득하다고 한다. 바로 생물의 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즉 나의 기원이다. 그리고 내가 '타자'라고 여기는 것들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 기체들의 혼합은 "코스모스의 도처에 존재"한다. 나의 일상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코스모스는 나와 근본적으로 그것도 물질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것이다.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코스모스를 이해하는 것이고, 이는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왜 중요할까? 칼 세이건은 안다는 것 자체가 인류에게 "기쁨이자 생존의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인간에게는 날카로운 송곳니도, 자유롭게 날아 다닐 날개도, 자신을 지켜줄 보호색이나 털도 없다. 대신에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했으며, 그에 맞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생존할 수 있었다. 우리 존재 자체가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진화"해 온 존재들이다. 코스모스를 통해 이해하게 된 나는 누구인가? 코스모스에서 앎을 무기 삼아, 아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존재다.





2021. 2. 17. 청공자 영성탐구 / 정사유 수련 1학기 1주차 발제





# 기획 연재 칸에서는 앞으로 남산강학원 청년 프로그램과 각종 세미나에서 학인들이 쓴 글을 뽑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다양한 책과 만난 생생한 글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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