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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하라! | 청년에세이 | 큰사랑은 다르게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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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08 09:00 조회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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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청년공자 용맹정진밴드)

꽃을 사랑하여 가지각색의 꽃 보기를 즐기지만, 부러 아름다운 꽃을 찾아 나서지 않는 이옥에게 동원공이 묻는다. 아름다운 꽃을 보러 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어찌 홀로 집에 있을 뿐이냐고. 어찌 그리도 꽃에 무심하냐고 말이다. 이옥은 자신을 책망하는 동원공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지 않네큰 은혜는 은혜를 큰 자비는 자비를 끊고큰 동정심은 동정심을 끊고큰 사랑은 사랑을 끊는 법이라네재상의 지위에 올라 큰 녹을 받는 것을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은사가 이를 가장 좋아하지만그것을 잃어버리고 남에게 빼앗길 것을 염려하는 까닭에 처음부터 그 자리에 거하지 않는 것이네깊숙한 안방 부드러운 베갯머리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가까이 하는 것을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석가모니가 이를 가장 좋아하지만이별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처음부터 사귀지 않는 것이라네붉고 흰 온갖 꽃들의 기품있는 빛깔과 고운 향기를 어느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내가 이를 가장 좋아하지만그것이 봄날 비바람과 함께 떠나감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야세상 사람들이 꽃을 사랑하는 것은 가볍지만내가 꽃을 사랑하는 것은 애절한 것일세(이옥, 『낭송 이옥』,「모든 것은 빛난다」, (꽃을 사랑하니 꽃에 무심한 것)북드라망, 150쪽)

이옥은 꽃에 무심하지 않았다. 이옥은 붉고 흰 온갖 꽃들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그것이 떠나갈까 두려워 가까이 하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애절한 사랑이라는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꽃을 애절하게 사랑하는데, 단지 떠나가는게 두렵다는 이유로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그게 어떻게 애절한 사랑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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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옥만 애절한 사랑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옥은 은사와 석가모니의 예를 들어 자신의 사랑을 설명한다. 재상의 지위에 올라 큰 녹을 받고 싶어도 그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고, 깊숙한 안방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가까이 하고 싶어도 그것이 떠날까 두려워한다. 아름다운 여인이나 재상의 지위와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이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더 이상 내 곁에 없을까봐 두렵고 걱정하는 마음은 대체 뭘까? 그걸 내 옆에 계속 두고 싶은 마음, 그건 사랑의 대상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아닐까? 이 사람들이 정말 두려웠던 건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고, 소유하지 못하게 될까봐 안달복달하게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옥 또한 꽃을 애절히 사랑하지만, 가까이 할수록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까봐 경계한다. 그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자신이 꽃을 사랑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꽃을 정말 사랑함에도 소유욕이 올라올까봐 가까이 갈 수조차 없는 이옥의 애절한 사랑이 안타깝다. 그것을 정말 사랑하기에 내가 포기해야 할 일들이 생기는 것, 그렇게 해서라도 이어어가고 싶은 그 사랑을 이옥은 큰 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옥의 큰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이옥의 사랑법

동원공이 이옥에게 묻기 전에, 이옥은 자신만의 꽃 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옥은 높은 곳에 올라 형형색색의 꽃들을 바라보며 각각의 색이 아름답고 곱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만 보아도 기분이 좋을 것 같은데, 이옥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꽃들이 때에 따라 같지 않고장소에 따라 같지 않다”(같은 책 149)는 것! 아침 꽃을 볼 때는 어리석어 보이고, 한낮의 꽃은 고뇌하는 듯 보이며, 저녁 꽃은 화창에 보인다고 말한다. 비에 젖거나, 바람을 맞거나, 안개에 젖을 때도, 이슬을 머금을 때도, 달빛을 받을 때도, 돌 위에 있을 때도, 물가에 있을 때도, 길가에 있을 때도, 담장 밖으로 뻗어나온 것을 보았을 때도 이옥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있는 모든 순간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꽃을 보는 모든 순간마다 그 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새롭게 알게 된다면 정말로 그 꽃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꽃을 세밀하게 보는데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 이 꽃이 지금 어느 때에 있는지, 어느 장소에 있는지, 거기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생각했을 때 볼 수 있는 꽃의 특별함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이옥은 남산에서도, 북한산에서도, 어디에서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꽃을 느끼고 보았다고 한다. 지팡이를 짚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더라도, 혹은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다 할 지라도 이렇게 꽃을 볼 것이라고 다짐한다.

결국 이옥의 사랑이 큰 사랑인 이유는 그 꽃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을 누르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기 위해 매 순간 다짐하며, 그러기 위해서 꽃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애절한 사랑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 정도로 꽃을 위해 마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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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따라 같지 않고, 장소에 따라 같지 않다”

마음을 다르게 쓴다면

이옥의 사랑을 따라가면서 내가 그 동안 사랑을 하고 마음을 쓴다는 것에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동안 나의 행동을 되짚어 보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는게 단순히 그걸 생각하는 내 마음만 크면 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단지 종일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만 가득하면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큰 줄로만 알았다. 나는 그대로 있으면서 단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만 커지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랑이 커진 다는 건, 내가 상대를 기존에 보던 방식과 다르게 보려 하는 데에 얼마나 마음을 쓰는 지에 달렸을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다. 내가 익숙한 방식으로만 그걸 보지 않는 것, 거기에 마음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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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방식으로만 그걸 보지 않는 것, 거기에 마음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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