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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하라! | 청년에세이 | 무엇이든 접속하는 남자, 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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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26 09:47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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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청년공자 용맹정진밴드)

1. 별게 아닌 것도 특별하게.

2학기 청용 용되기 두 번째 책은『낭송 이옥』이었다. 문 샘의 강의를 듣고 이옥에게 빠졌다. 보통사람들은 별거 아니라고 지나치는 것도 이옥의 눈에는 특별했다. 성별이 다른 여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미, 벼룩, 나비, 오이와도 접속해서 시를 짓는다. 그야말로 천지만물과 마주치면 시와 글이 나온다. 글을 잘 쓰는건 부럽지 않다. 그 글을 쓸 수 있게하는 타자와의 접속력이 부럽다. 나에겐 1도 없기 때문이다. 이옥의 접속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짓는 자가 어찌 감히 짓겠는가그것을 짓도록 만드는 자가 짓는 자로 하여금 짓게 하는 것이다그가 누구인가바로 천지만물이다천지만물은 천지만물의 본성이 있고천지만물의 형상이 있고천지만물의 색이 있고천지만물의 소리가 있다통틀어 살펴보면 천지만물은 하나의 천지만물이지만나누어 말하면 천지만물은 각각의 천지만물이다바람 부는 숲에 떨어진 꽃은 비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쌓이지만이를 잘 구별해서 보면 붉은 꽃은 붉고 흰 꽃은 희다저 천상의 음악 역시 우레처럼 웅장하게 울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현악은 현악이고 관악은 관악이다저마다의 색이 각자의 고유한 색이요저마다의 음이 각자의 고유한 음이다.

(이옥낭송 이옥북드라망, 32.)

이옥이 어떤 타자와 접속하든 시를 지을 수 있는 힘을 알 것 같다. 그는 타자를 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이옥은 타자를 처음 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본성을 본다. 다음에 눈으로 구별가능한 형상을 보고 색을 본다. 마지막으로 귀로 듣는다. 나는 다르다. 나는 형상을 먼저 보고, 색깔을 보고, 소리를 듣고 마지막에 이를 종합적으로 수렴해 그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를 판단한다. 본성이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굳이 있다고 전제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당연히 있는거 아닌가?

그러나 이옥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첫 번째로 쓰지 않았을까? 눈과 귀로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전제해야할 1번 요소. 천지만물이 본성이 있다는 것. 이건 마치 본성이 있음을 알지 못 하면 눈으로 형상을 보든, 색을 보든, 귀로 소리를 듣든 못 보고 못 들은 거란 말처럼 들린다. 천지만물의 본성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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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 맨 첫 줄을 보면 이옥이 생각하는 창작론이 나와있다. 저자가 혼자서 작품을 쓰는게 아니다. 짓도록 만드는 자가 저자에게 쓰라고 시킨 것이다. 짓도록 만드는 자는 천지만물이다. 즉, 타자의 본성은 만난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짓게한다. 작가는 타자를 만나 글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영화감독은 영화를 찍는 것이다. 이것이 타자의 본성이다. 이게 전제된 상태에서 타자의 형상과 색과 소리를 보아야 한다.

 

 

2. 보는것도 다르게

다만 사람이 타자를 볼 때, 주의할 것을 알려준다. 통틀어 보면 안 된다. 뭘 통틀어 보지 말라는 걸까? 바로 타자의 모양과 색과 소리를 한 번에 보면 안 된다. 왜냐하면 각각의 타자들이 하나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틀어 보는게 아닌 나누어 말하라고 한다. 타자의 모양과 색 소리를 나누어 말할 때, 하나로 뭉뚱그려진 타자들이 각각이 된다.

그래서 바람부는 숲의 예시를 들어서 이를 설명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타자는 모두 바람불어 어지럽혀진 숲이다. 그래서 굉장히 세밀하게 보지 않으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꽃이 붉은지 하얀지 노란지 알 수 없다. 평소 나의 시각으로는 거칠게 뭉뚱그려서 본다. 숲이 어질러진 상태이고 그 이상 자세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잘 구별해서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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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각각의 타자들이 하나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구별해서 보라는 건 처음 타자를 받아들일 때도 있지만 나누어 말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다. 타자가 저자에게 짓도록 시킬 때 저자가 나누어 말하게 되는데 이때 타자를 이 부분 저 부분으로 나누어 말하는 거다. 어질러진 숲 같은 타자를 글로 이야기로 말로 풀어내야 할 때 한 번에 통틀어서 하지 말고 나무 얘기 좀 하고 꽃 얘기도 하고 동물 얘기도 하고 나누어서 말해야 그 때 말과 글이 되어 나온다.

귀로 듣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구별하지 않고 들으면 타자의 소리군. 말고는 나올 게 없다. 그러니 타자의 소리도 나눠서 말하라는 것이다. 타자의 모습은 팔 다리 눈 코 입 이렇게 나눌 수 있다고 쳐도 타자의 소리는 어떻게 나눠 말할 수 있을까? 비가 올때의 소리, 햇볕이 쨍쨍할 때 소리,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선선한 날씨일 때 소리, 화가 났을 때 소리 여러 가지 소리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3. 손끝에서 나오는 타자들

항상 타자와 접속하는 법을 몰라 해맸는데 이 글을 통해서 조금은 안 것 같다. 타자를 대하는 이옥의 태도를 따라서 나도 타자가 언젠간 내 입에서 손에서 말과 글로 나올 것을 기억해야겠다. 그래서 일단 저녁마다 타자를 입과 손으로 불러내는 연습을 해야지. 단 나눠 말하고 쓰자. 타자의 형상과 색과 소리를 세세하게 나누면 타자와의 접속률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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