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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하라! | 청년에세이 | 함께일 때 탁월해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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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15 18:36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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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희(청년공자 용맹정진밴드)

1.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에서 느끼는 충만함

이곳 ‘남산강학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있어 공동체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학교, 학원 혹은 직장이었고 멀게는 국가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공동체를 떠난 적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나는 공동체 속에 있으면서도, 공동체 덕분에 내 삶이 충만하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했다. 공동체는 그저 헤쳐 모여 식으로 서로가 각자의 할 일(공부, 일 등)만을 할 뿐, 그 외의 내 삶의 다양한 욕구들을 채워주고 만족감을 주는 곳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꼈고 그것이 나를 충만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은 나와는 다르게 이야기한다. 그리스인들은 ‘폴리스’라고 하는 도시국가, 즉 공동체를 통해서만이 삶의 욕구들이 완전히 충족되며 그때 비로소 삶이 충만해진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있어 충만한 삶이란 무엇이었길래,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 아닌, 폴리스라고 하는 공동체를 통해서만이 삶을 충만하게 채워줄 수 있다고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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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공동체를 대하는 그리스인들의 태도

공동체는 나의 욕망을 억제해야 하는 곳이기에 불편했고 때로는 공적인 업무들이 귀찮게 느껴져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던 나와는 달리, 그리스인들은 공적인 업무를 전문가에게 의탁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으며, 적극적으로 ‘직접’ 참여하기를 원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정치 중심지에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곳에 살지 않는다면그의 삶은 진정한 사람의 삶에 비해 모자란다(H.D.F 키토 지음박재욱 옮김갈라파고스古代 그리스그리스인들, p183) 라고 말한다. 공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사적이고 개인적인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훨씬 더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도 있을 텐데, 그들에게 있어 공동체란 무엇이었길래 자기의 일만 하고 공적인 일에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무용지물”이라고 불릴 만큼 삶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리스인에게 폴리스는 시민들의 사고와 성격을 형성하고 훈련시키는 적극적인 존재였다반면에 오늘날 우리는 국가를 안전과 편리함을 생산하는 기계장치로 여긴다중세 국가는 덕성의 훈련을 교회에 떠넘겼지만폴리스는 그것을 자신의 관심사로 삼았다.

<H.D.F 키토 지음박재욱 옮김갈라파고스古代 그리스그리스인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공동체, 즉 폴리스는 단순히 그리스인들의 삶을 보호해주거나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만이 아니라, 덕성을 훈련하는 곳이었다. 즉, 그들의 본성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노예처럼 누군가의 지시만을 따르거나,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폴리스의 전반적인 업무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잠재된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삶을 그 이전보다 더 탁월하게 만들 수 있는가였다. 그리고 그 탁월함은 개인적으로,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혼자서 탁월해지는 방식이 아닌, 모든 면에서의 탁월함(같은 책, p243)으로 타인들과 함께 가는 탁월함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신체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폴리스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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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신체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폴리스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3.편해지고자 하는 마음의 이면

어떻게 보면 내가 충만하다고 여긴 삶은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기존의 것을 깨도록 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내 것을 지속할 때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었을까?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마음 이면에는,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며, 책임을 미루고 편해지고자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집에서 지낼 때, 편안함을 누린 대신에 나는 부모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나를 지속하는 것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견고히 고착화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권태롭게 하기도하고 헛헛하게 하기도 했으며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이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종속된 채,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즉, 나는 편해지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편안함과 안락함을 택한 대신에, 그리스인들이 자유인으로서 삶에 필수적인 일부분이라고 말하는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그것을 실행에 옮기며또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책임성(같은 책, p193)을 배울 기회를 잃었고 이는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키지 못했으며 삶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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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함께함으로써탁월해지는 삶

그에 반면, 그리스인들은 개인적인 것에만 몰두하고 어느 한 분야에만 정착해서 정체되는 것이 아니라, 폴리스의 다양한 업무에 참여하고 일종의 확대된 가족으로서(같은 책, p119)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서로에게 개입함으로써 자기절제를 배우기도 하고 서로의 지성을 자극하고 성장시키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했다. 실제로 개인이 어느 한 분야에 정착해서 전문화되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분야에서 자신들의 재능과 본성, 즉 탁월함을 발휘해볼 기회를 빼앗는 것이자, 자신 역시 자신의 다른 잠재적 탁월함을 발휘해볼 기회를 잃기도 하는 것이다. 즉 이는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균열을 일으키고 서로를 타인에게 종속시키는 것이자, 소외시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전문화가 되는 순간 폴리스의 통합은 무너졌다. 그렇기에 그리스인은 서로를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방식이 아닌, 함께 함으로써 서로가 탁월해지는 삶의 방식을 택했고 그것이 자신들의 삶을 진정으로 충만하게 해준다고 보았다.

그리스인들은 말한다. 신들은 은총 하나에 슬픔 두 개씩을 준다.”(같은 책, p92) 고. 즉 그들은 알았다. 무언가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무엇 하나도 함께 잃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이 택한 ‘폴리스’를 통해 함께 탁월해지는 삶의 방식은 분명 불안정해 보이기도 하고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종속된 채, 쉽게 가려고 하거나 편해지고자 마음이 아닌, 그 과정이 조금은 힘들지라도 서로를 이전보다 더 탁월하게 해주는 삶의 방식을 택했다.

나 역시 이곳 ‘남산강학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한 지도 약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가족이 아닌, 타인들과 나의 일상 모두를 공유한다는 것이 처음이라 여전히 함께한다는 감각이 내겐 낯설기도 하고 때로는 부대끼기도 하지만, 함께 서로에게 개입함으로써, 친구들 ‘덕분에’가 아니었으면 해보지 못했을 것들을 해보기도 하고 함께함으로써, 서로 탁월해진다는 것이 이런 걸까? 하고 조금씩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불쑥불쑥 편해지고자 하는 마음 또한 올라온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편해지고자 하는 마음을 얻는 대신에 무엇을 함께 잃는지도. 그 당연한 진리를 기억한 채, 앞으로의 공동체 생활을 잘 겪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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