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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클래식 | 연암을 만나다 | 의기(義氣)를 양양(揚揚)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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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30 19:54 조회1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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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연(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작년, 아니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재작년(벌써!!)이다. 공부로 자립을 꿈꾸는 청년과 장년, <청년공자스쿨>과 <장자스쿨>이 만나 팀별로 한 권의 책을 1년 동안 읽었다. 이름하야 청-장 크로스!

그 때 우리 팀은 장자를 만났다! 『낭송 장자』로^^ 청년과 장년이 만나 선생님의 도움 없이 세미나를 했다. 청년들은 바쁜 일정으로, 장년샘들은 바쁜 일과 집안일 등으로 매우 드~물게 만났다. 청-장 크로스는 늘 뒷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한 권의 책을 펼쳐보며 읽는 것이 나름 강렬했나보다. 몇 편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도 눈에 훤하고, 처음 만나 멘붕이었던 도가의 개념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장자에는 유독 성치 못한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성치 못하지만 인기가 있거나, 혹은 성치 못해서 군대에 안가기도 하는?! 유쾌한, 조금은 의아한, 아니 정말 멋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 중 곱추 애태타. 곱추에 추한 몰골로 사람들은 그를 처음 보면 식겁하며 놀란다. 하지만 조금만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이내 그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를 일러 타고난 바탕이 잘 보전되어 있는 자, 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라고 한다.

장자에 ‘곱추 애태타’가 있다면, 연암집에는 바로 ‘거지 광문자’가 있다. 광문자에 대한 일화다. 거지 친구들이 밥을 빌러 나갈 때, 나가지 못하는 병든 아이가 있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몹시 처량하여, 광문자는 대신 밥을 빌러나간다. 돌아와서 거지 아이에게 먹이려하니, 아이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때 들어온 거지아이들이 광문자가 죽였다고 의심하며, 두들겨 쫒아낸다. 약국에 천거되어 고용되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인의 처조카가 말을 안 하고 돈을 가져갔었는데, 광문자가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약국 주인은 “나는 소인이다. 장자長者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으니 나는 앞으로 너를 볼 낯이 없다”고 사죄하였다.

이 이야기들이 널리 퍼져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송이 자자했다. 광문이 빚보증을 서는 경우에는 담보도 보지 않고 돈을 내어주었다고 할 정도다(!!) 광문은, 덕성으로 세상을 감복시키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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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심은 유명한 기생이었다. 대청에서 술자리를 벌이고 가야금을 타면서 운심더러 춤을 추라고 재촉해도, 운심은 일부러 느리대며 선뜻 추지 않았다. 광문이 밤에 그 집으로 가서 대청 아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마침내 자리에 들어가 스스로 상좌上座에 앉았다. 광문이 비록 해진 옷을 입었으나 행동에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의기가 양양하였다눈가는 짓무르고 눈곱이 끼었으며 취한 척 게욱질을 해 대고, 곱슬머리로 북상투를 튼 채였다. 광문이 더욱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치며 곡조에 맞춰 높으락나지락 콧노래를 부르자, 운심이 곧바로 일어나 옷을 바꿔 입고 광문을 위하여 칼춤을 한바탕 추었다. 그리하여 온 좌상이 모두 즐겁게 놀았을 뿐 아니라, 또한 광문과 벗을 맺고 헤어졌다.

(박지원, 「광문자전」,『연암집(하)』, 돌베개, 180쪽)

사실 장자를 읽으면서는 성치 못한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그 ‘성치 못한’ 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추악한 외모에 대한 설명이 좔좔 쓰여 있다. 우리가 흔히 시선을 빼앗기는 외물(外物)에 대한 비판. 못생겼지만 매력을 느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신임을 얻는 그런 인물로 그려져 있다. 타고난 덕이 있는 사람이라는데, 어떤 지점이 왜 그런지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광문자전에서는 외모에 대한 설명도 나오긴 하지만, 이 사람의 덕성이 나타나는 상황들을 잘 보여준다. 못생긴 소수자의 삶으로 광문자를 설명하지 않는다. “시선을 전복시켜봐!”라는 명령이 아니라 “덕성을 봐봐~ 이게 더 멋지지 않니?”라는 제안 같달까?

광문자는 천하의 기생도 춤추게 만들고, 싸움판은 웃음판으로 만든다. 장가를 가라하면, 못생긴 사람은 누구든 싫어할 거라며 꾸밀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집을 가지라하면, 서울 안에 집이 팔만호인데, 날마다 자리를 바꾸어도 다 못 자게 된다고 사양한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기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 내공이 엄청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쾌하다!

비결이 뭘까? 천하의 기생과 만났을 때도 광문자는 쫄거나, 잘 보이려 하거나, 유혹해보려 하거나 하지 않았다. 글에서의 표현은 담박하다. 광문이 비록 해진 옷을 입었으나 행도에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의기가 양양하였다.” 광문은 어떤 일에서도 자신을 꾸미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지금 있는 그대로 사람과 상황을 맞닥뜨렸다. 그는 살인자라고, 도둑이라고, 오해받았다고 해서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의(義)를 행(行)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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