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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클래식 | 연암을 만나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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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27 10:01 조회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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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영 (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새해다. 하룻밤이 지나간 것 뿐 일 텐데, ‘1월 1일’의 위력은 대단하다. 왠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어디선가 솟아나니 말이다. 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과 함께 참 많은 복을 받아서가 아닐까. 그런데 그동안 새해 복을 많이 받기는 했는데, 여태껏 ‘먹튀’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매년 새해에는 막연히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바라고, 연말에는 이 새해 복 덕분에 ‘감사하다’라는 마음은 잘 나지 않으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먹튀는커녕 굴러온 복도 받을 줄 몰랐던 게 아닐까. 그럼 새해 복을 잘 받는 건 뭘까? 뭔지도 모르고 그저 많이 받기를 바라는 대신, ‘세상에서 온전한 복을 누린 사람’으로 반드시 꼽히는 이공을 길잡이 삼아 ‘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려한다

이공의 직위는 왕실의 친족에게 세습되는 ‘종정(宗正)’이라, 태어날 때부터 부귀를 타고났다. 이공을 향한 임금의 총애는 점점 융성해지고, 이공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밤낮으로 악착스레 굴어도 하나 얻지 못하는 것’들이 저절로 굴러온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공을 상대로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저절로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만, 연암은 그렇게 복을 누리는 데에는 방법이 있었다고 말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마음’이 그것이다. 엥? 가진 자의 여유를 말하는 건가?

도랑이나 늪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을 ‘도하’라 한다. 부리로 진흙과 뻘을 쪼고, 부평과 마름을 더듬어 오직 물고기만을 찾아서 깃털과 발톱과 부리가 더러운 것을 뒤집어 써도 부끄러워 아니 하며, 허둥지둥 마치 잃은 것이 있는 것처럼 찾지만 하루 종일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반면 청장이라는 새는 맑고 깨끗한 연못에 서서 편안히 날개를 접고 자리를 옮겨 다니지 않는다. 그 모습은 게으른 듯하고 그 표정은 망연자실한 듯하며, 노래를 듣고 있는 듯 가만히 서있고, 문을 지키고 있는 듯 꼼짝도 않고 있다. 그러다가 돌아다니던 물고기가 앞에 이르면 고개를 숙여 그것을 쪼아 잡곤 한다. 때문에 청장은 한가로우면서도 항상 배가 부르며, 도하는 고생하면서도 항상 배가 고프다.

박지원 지음, 『연암집』(상), 「담연정기」, 돌베개, 50-51쪽

연암은 이공을 보며 두 종류의 새를 떠올린다. 한 마리는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충만한 도하라는 새이다. 노력의 측면에서 보면, 도하는 목표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자이다. 다만 그만큼의 성과가 없어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반면, 청장이라는 새는 별 다른 노력도 하지 않는데, 그저 운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암의 눈으로 보면 도하가 안타까운 이유가 달라진다. 도하는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욕심에 더러운 것을 뒤집어쓰고 있는지도 못 보고, 자기 몸 하나 돌보지 못하기 때문에 딱하다. 도하는 ‘노력한 만큼 물고기를 얻을 수 있다’(혹은 노력한 만큼 물고기를 얻어야 한다)라는 믿음 때문에 더 열심히 물고기를 찾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끝에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왜 안돼?’라는 원망과 불평과 욕심밖에 없다. 혹은 물고기를 얻게 되도, 더 구하지 않으면 놓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하고 쉬지 못하지 않을까.

반면, 청장은 겉으로 보기엔 멍청해 보이는 듯해도 자신 앞에 들어온 물고기를 절대 놓칠지 않는 집중력을 가진 자이다. 깨끗한 연못에서 편안히 날개를 접고 있는 청장은 자기 앞에 주워진 것 이상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덕분에 청장은 ‘구하는 것이 없는 마음’으로 많이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어쩌면 ‘구하는 것이 없는 마음’은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걸로도 충분히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현재에 초집중한 상태가 아닐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 훗날 보상을 얻으려는 마음 대신,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복이라고 느낄 수 있는 상태 말이다.

그저께가 새해였다. 오전부터 세미나가 있고, 택견도 있고 여러 할 일들이 있었는데, 새해 첫날을 이렇게 알차게 보내기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다들 새해 첫날부터 공부를 할 수 있어서, 택견을 해서 좋다고 한다.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대신 이 마음이 쭉 간다면, 일 년 동안 새해 복을 온전히 누렸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고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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