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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클래식 | 다른 성욕의 탄생 | 사디스트, 마조히스트와의 동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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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5-28 18:16 조회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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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변태 도덕론자, 호미미 - 3)

이호정(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결핍’을 먹고 사는 내 안의 사디스트

도덕론자 호미미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인에게 마구 비판을 날려대는 이 친구, 그에겐 누구보다 더욱 손쉽게 비난할 수 있는 상대가 한 사람 있다. 그게 누굴까? 바로 ‘나 자신’이다.

정말이지, 이노무 호미미한테 얼마나 당했는지 모른다. 바깥을 향해 있던 날선 시선은 이제 고대~로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쁜 것’, ‘안 좋은 것’을 찾는 데 혈안이 된 감시자는, 그것이 내 안에는 없는지 샅샅이 조사한다. ‘반면교사’라는 명목으로 내 안에 있는 악을 죄다 몰아내기, 그것이 바로 이 감시자의 주된 업무다.

감시자는 자기 자신을 몹시 ‘닦달’해대기 시작한다. 자기 자신에게서 끝없이 ‘결핍’된 것을 발견해내는 작업이다.

  난 왜 이러지? 난 왜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하지? 도대체 내가 잘하는 건 뭐지? 대체 내 삶은 왜 이렇게 초라하지? 난 왜 이렇게 못났지?!…….

(호미미의 속삭임 中)

한때, 친구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크나큰 피곤함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나보다 말을 잘하는 친구, 나보다 좋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 나보다 멋진 소신을 갖고 사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나 자신이 한없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깎아내리며 살았다. 내가 그다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휩싸이곤 했다. 그 생각이 특히 강하게 올라왔던 순간은 ‘썸 탈 때’다. 이성과의 긴밀한 만남을 앞둔 그 중요한 순간…! 내게는 뜬금없이 커다란 두려움이 찾아오곤 했다. ‘저 사람이 나의 이 존재적 허접함을 알아버리면 어떡하지?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이걸 대체 어디까지 감춰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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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대체 어떻게 이 날까지 살아왔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떻게 삶에 대고 ‘부끄럽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어떻게 나를 그 정도로 싫어할 수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기 자신인데.

스스로에 대한 극도의 부끄러움, 그건 바로 내 안의 ‘사디스트’의 작품이다. 사디스트는 내게 가차 없이 채찍질을 가한다. “그것도 못하냐?! 진짜 못 봐 주겠네~~” 그는 순간순간의 상황마다 어떻게든 내 안에서 ‘비난 포인트’를 찾아낸다. 덕분에 나는 무슨 행동 하나 하는 게 참, 거시기 해진다. 사디스트의 기준에 조금만 어긋나도 모멸 찬 피드백이 마구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소극적인’ 인간이 되어왔다. ‘나서지 않는다. 튀지 않는다. 새로운 말이나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를 이마에 아로새기며. 아, 얼마나 오랜 세월 습이 쌓여왔는지 이제는 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싶은데 습관화된 게으름이 나를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사디스트 호미미는 나를 그런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타자들에게, 심지어 나 자신에게까지도 비방을 날리며 쾌락을 얻는다. 그건 바로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느끼는 기쁨이다. 그 기쁨이야말로, 나로 하여금 이런 존재가 내 안에 사는 걸 허용할 만큼 강한 쾌감인 것이다.

‘존재적 불안’을 즐기는 마조히스트

나 자신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호미미가 있는가하면, 나 스스로를 못난이로 정의하는 호미미도 있다. 일종의 마조히스트라고나 할까. 정신적인 타격을 받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살아간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응시하며 어디 모자란 곳은 없는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를 늘 고심한다. 거기에 채워져야 할 것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요새 화장이 뜨네?’ 그럼 수분함량이 높은 수분크림을 새로 사야 한다. ‘살은 또 왤케 찌는 거야…ㅜ’ 자기가 밤마다 마신 맥주는 생각도 안 하고… 아무튼 이런 이들은 헬스를 여러 번 등록해봤지만 자신에게 소용이 없음을 알고, 마침내 PT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 모든 것들은 ‘자기관리’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마치 멋들어진 일인 양 현대인으로서 필수적이라는 듯이 수많은 ‘품위유지’, ‘자기계발’, ‘운동’ 등이 자기 자신에게 가해지고 있다. 멋진 모델 언니가 화보를 찍기 위해 곡기를 끊고, 다리를 쫙쫙 찢는 운동을 해대는 모습은 우리의 눈에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어쩜 저렇게 관리에 철저할까!’ 감탄사 뿅뿅. 그와 동시에 다이어트 3일 천하로 끝나는 나 자신을 잠깐 멸시해보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금세 잊고 맥주에 치즈가 듬뿍 올려진 찜닭을 신나게 먹는다. 그리고 또 다시 몸무게를 재고…다시 또 헬스…그리고 맥주…무한 굴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에 취해서 살아간다. 마조히스트는 거울을 보며 끝없이 자신의 결점을 ‘생산’해낸다. 내게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생기면 ‘욕망’이 만들어진다. 저걸 사고 싶다, 살을 빼고 싶다, 능력이 더 좋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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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생산하는 힘’이다. 마조히스트의 욕망은 나로 하여금 일종의 ‘환상’을 생산케 한다. 피부가 부족하고, 몸매가 부족하고, 성격이 부족하고…. 그런 식의 환상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끝도 없이 만들어진다. 호미미는 그걸 ‘절대적인 것’으로 믿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존재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늘 있는’ 상태가 된다. 그 자체로 ‘결핍’이 되어버린 삶!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메꿀 수 없는 존재적 불안! 아, 양산되어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부족한’ 나 자신이.

연두의 아빠 호미미

스스로를 ‘부족한 인간’으로 느끼는 습관, 이건 아주 오래된 나의 고질병이었다.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그래서 나 자신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그야말로 병. 이 병은 나의 또 다른 습관에 아주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그게 바로 앞에서 열렬히 소개했던 ‘소유욕’이다.

사실 이 글은, 내게서 문제가 됐던 ‘소유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연두라는 소유욕 괴물을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었고, 그것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나 생각을 중단하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그것에게서 멀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질투를 딱 끊으라.”고 말씀(명령?ㅎㅎ)하셨던 선생님이 몇 달 후 말씀을 바꾸셨다. “질투를 (글로) 쓰자.”

처음엔 청천벽력 같았다. 돈가스를 쓰라고 하셨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충격적이었다. ‘겨우 잊었는데… 다시 또 망동하면 저는.. 어떻게 살라고..ㅜㅜ’ 하지만 저항은 소용이 없었다. 선생님은 나를 설득(협박..ㅎㅎ)하셨고, 나는 선생님을 믿고 일단 쓰기 시작했다.

쓰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질투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보였던 나의 오랜 습관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질투 뒤에 가려져있던, 그러나 자세히 보니 질투가 증폭될 수 있도록 뒤에서 탄탄히 떠받쳐주고 있었던, ‘결핍을 느끼는 마음..!’

결핍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회로는 내가 무엇을 가져도 된다는, 움켜쥐어도 좋다는 소유욕을 당연한 욕구로 만들어주었다.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부족하니까 당연히 뭔가를 좀 가져도 되지 않나? 그것은 아주 합리적이고 마땅한 욕구인 듯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질투를 끊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한 거부감을 내비치며 오히려 의문을 던졌다. ‘누구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랑 가까운 이성한테 질투를 느끼는 건 당연한 거 아냐?!’

대체 사람을 ‘가져도 된다’는 소유욕이 어딜 봐서, 왜! 당연하단 말인가!! 좋아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을 내 맘대로 이리저리 휘두를 권력을 왜 스스로 용인하는가!!! 왜 삶을 그런 쾌락 속에 놓이게 방치하는가. 왜 나 자신을 고작 그런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로 살게 하는가!

연두는 호미미에 힘입어 내 안에서 당당하게 기생해왔다. 그러니까 지금 아주 딱! 걸린 거다. 오호라~ 소유욕은 결핍을 먹고 자라는구나. 그럼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면? 연두는 더 이상 내 안에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연두를 먹여 살리고 있던 연두의 아빠 호미미. 이 부녀가 쌍으로 나를 괴롭게 했단 말이지….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고 있었는지가 명확해져간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것들에게서 단호히 등을 돌려야 하는지도. 나는 이들이 쥐어주는 쾌락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보다 고귀한 기쁨을 찾아, 가벼이 훌~훌~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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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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