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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집 | 코로나-19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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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4-18 22:26 조회1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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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묻다

박소담

3월 초. 여느 때와 같다면 새내기들이 들어와 사람으로 북적이는 대학교에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있을 때입니다. 하지만 올해 2020년은 좀, 아니 많이 달랐습니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분위기조차 을씨년스럽습니다. 원인은 누가 봐도 작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19(이하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이 신종 바이러스는 현재 전 세계를 무대로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중?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한 달 가량 올 스톱되었고,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인 저로서는 무엇보다 한 달씩이나 대학교가 휴교를 하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끄떡없을 것 같던 학사 일정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대책 없이 미뤄지게 된 겁니다.

우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코로나-19라는 건 알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진 못합니다. 그들 때문에 우리가 공포스럽고 답답하다는 생각뿐이죠. 그렇다면 이 사태를 유발한 코로나-19란 대체 어떤 녀석일까요? 그들은 어떻게 먹고 싸고 자고 생활하기에, 우리 몸속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걸까요?

 

무지막지한 바이러스의 무지

코로나-19는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는 살아가는 데 반드시 자신 이외의 또 다른 생물(숙주)을 필요로 합니다. 넓은 범위에서는 숙주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기생체의 일종이죠. 바이러스는 비슷하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박테리아(세균)와는 또 다릅니다. 박테리아는 숙주에게 기생하면서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여러 자손들을 낳을 수 있죠. 숙주에 의존하긴 하지만 어엿한 생물이라는 겁니다. 한편 바이러스는 숙주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무생물이나 마찬가지로,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고 자신을 복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정교한 단백질 조각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유전물질과 단백질 껍질 외에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내에서 생물로서 필요한 것들을 빌려 씁니다. 숙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간 바이러스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숙주의 화학 공장에 자신의 설계도(유전물질)를 은근슬쩍 집어넣습니다. 공장을 돌리는 김(?)에 바이러스 부품들도 몇 개 만들어 달라는 거죠. 바이러스가 능숙하게 세포 공장을 속이는 탓인지, 세포가 공장을 돌리는 데 정신이 팔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포 공장에서 바이러스 입자 조각들이 방출되고, 여러 개의 바이러스 입자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복제된 바이러스들은 다시 세포 밖으로 방출되고, 또 다른 세포로 들어가고, 나가고, 들어가고…. 이 일련의 과정들이 곧 바이러스의 삶입니다.

그렇지만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를 빌려 쓰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변형을 일으킵니다. 좋게 말하니 변형이지 사실은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수준입니다.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많은 수의 바이러스는 세포를 터뜨리거나, 터뜨리진 않더라도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세포를 변형시킵니다. 감염된 세포를 주변의 다른 세포와 융합시켜버린다거나, 세포 안에서 무리를 지어 세포 공장이 돌아가는 걸 방해한다거나 하며 말입니다. 변형된 세포는 살아남더라도 청소부 역할을 하는 세포에게 잡아먹혀 없어지게 됩니다. 결국 바이러스는 복제되었지만 세포는 남아나지 않는 것이죠.

이처럼 바이러스는 자신을 복제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그 복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세포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세포가 이뤄주는 복제의 즐거움만을 누릴 뿐, 그 이외의 건 나몰라라하는 겁니다. 한 번만 더 생각해볼 때 세포가 파괴되면 정작 자신들도 살 수 없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삶이 곧 세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태도지요.

그러나 이런 무지가 비단 바이러스에게 한정된 것일까요? 우리는 돈으로 상황을 정당화시키고 있을 뿐 하는 행동은 바이러스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돈을 냈으니 나는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다른 사정은 알 게 없다는 식입니다. 흔히 ‘갑질’이라고 하며 얼토당토않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하 직원에게 심한 대우를 하는 상사의 얘기를 들으며 우리는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느냐’고 하지만, 정작 내가 갑의 위치에 서면 자신의 행동이 심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로지 내가 받아 마땅한 것,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지요. 복제하는 데 정신이 팔려 세포가 파괴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처럼 말입니다.

바이러스야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났다지만, 굳이 우리들마저 바이러스의 무지를 답습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우리는 내 이익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게 혹 지금 타인을 파괴하고 있는 행위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볼 수 있습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서 내가 늘 당연하게 받을 만한 게 있기는 한 건지, 모든 게 내 욕심을 채울 수 있도록 돌아가는 상황이 있기는 한 건지 말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한낱 기생체인 바이러스와 전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숙주 차원에서의 바이러스는 마냥 무지막지하지만도 않습니다. 최초로 사람에게 노출되었을 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했던 바이러스라고 해도, 대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숙주와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안정된 균형을 찾아갑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밟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숙주도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가지만, 한편으론 바이러스 역시 알게 된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복제만 일삼아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자신과 숙주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RNA 바이러스, 잡을수록 멀어지는

앞서 바이러스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코로나-19’에 좀더 주목해 봅시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이고, 그중에서도 RNA 바이러스에 속합니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물질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입니다. 특징적으로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많은 변이를 일으킵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사스와 메르스 역시 기존의 RNA 바이러스가 변형되어 등장한 신종 바이러스였습니다. 그렇다면 RNA 바이러스의 이런 변이들은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DNA와 RNA는 모두 핵산의 일종입니다. 핵산은 뉴클레오타이드라는 단위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뉴클레오타이드라는 작은 분자들이 줄줄이 이어져 핵산이라는 큰 분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각각의 뉴클레오타이드는 서로 다른 4가지 종류의 염기 중 하나를 갖고 있어, 이 염기의 배열순서가 곧 유전정보를 이룹니다. 언뜻 무작위로 나열된 듯이 보이는 염기 서열이 바이러스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만드는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겁니다. 다만 설계도만 갖고 있는 바이러스는, 앞서 말했듯 숙주의 화학 공장에 자신의 설계도를 집어넣어 자신의 단백질 껍질을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껍질 안에 넣을 설계도도 여러 개 복제합니다. DNA를 유전물질로 삼는 바이러스는 DNA가 복제되는 곳에서, RNA를 유전물질로 삼는 바이러스는 RNA가 복제되는 곳에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 복제 과정이 늘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타자를 치며 오타가 나듯, 유전물질이 복제될 때도 오류가 발생합니다. 이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포를 복제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중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런 사소한(?) 실수들은 계속 발생되고 있는 겁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오류가 발생할 때 이를 다시 교정해주는 시스템이 있어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RNA의 복제 과정에서는 평균적으로 10,000개-100,000개의 뉴클레오타이드를 복제하면서 한 번 오류가 발생합니다. 우리가 100,000자로 타자 연습을 할 때 오타가 수도 없이 나오는 걸 생각해보면 정확도는 굉장히 높은 셈입니다. 문제는 RNA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한두 개 뉴클레오타이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RNA 바이러스는 평균적으로 10kb(10,000개 염기) 정도의 크기이므로, 이론적으로는 바이러스가 한 번 복제될 때마다 한 번의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한 세포 안에서 하나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여러 세포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복제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변이 속도는… 아마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큰 크기(27-31kb, 즉 27,000-31,000개 염기)의 RNA 바이러스는 DNA 복제 시와 마찬가지로, 복제 과정에서 교정 작업이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변이가 발생하는 확률은 앞서 말한 것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숙주 세포는 바이러스에 비해 거의 강박적으로 오류를 교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기에는 RNA 바이러스가 터무니없이 자주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또한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는 이런 복제상의 돌연변이 말고도 기존의 가지고 있던 유전자를 새롭게 조직하는 방법으로 바이러스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작년 하반기에 등장했던 코로나-19가 벌써 몇 달 만에 여러 다른 형태들을 만들어냈다고 하니, 그 변이의 위력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시라도 빨리 바이러스를 없애버리고 싶은 우리들 입장에서 이런 바이러스의 변이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령 신종 바이러스에 딱 들어맞는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한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기존의 치료제가 쉬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물러난 후에 다른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한순간 잡았다 싶으면 또 저 멀리 달아나는 RNA 바이러스!

결론적으로 코로나-19가 남김없이 사라지고, 다른 어떤 바이러스도 찾아오지 않는 미래는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기를 써서 바이러스를 잡으려 한들, RNA 바이러스의 주사위 놀이에는 당해낼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상대와 함께 살아간다는 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질병을 겪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람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미지는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데,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니? 기꺼이 바이러스를 위해 죽음을 맞이하라는 건가, 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흔히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 고열을 비롯한 여러 증상들을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몸을 지키는 방어 체제인 면역계가 무너져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난동을 피운다고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증상들은 엄밀히 말해 바이러스 혼자서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들 바이러스가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데에는 (놀랍게도!) 우리 면역계 역시 함께 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세포들을 파괴하게 되면 선천성 면역세포들이 손상된 조직 주위로 가장 먼저 출동합니다. 선천성 면역세포들은 손상된 세포를 포식하여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사이토카인은 감염 부위 주위로 더 많은 면역 세포들을 불러들이고 파괴된 세포 주변 환경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사이토카인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바로 염증 반응입니다.

빠르게 발생하는 염증 반응의 경우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일으킵니다. 통증, 발적, 기능저하, 부종, 열감이 바로 그것인데요.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고열, 기침, 피로감, 호흡 곤란)은 대부분 이 염증 반응과 관계가 있습니다. 첫째로 고열은 과다하게 분비된 사이토카인이 시상하부의 온도 중추를 자극하여 나타납니다. 기침은 후두 아래쪽 세포가 손상되어 분비된 사이토카인에 의해 신경이 자극되어 발생합니다. 또한 코로나-19는 특히 폐를 구성하는 TypeⅡ 폐포에 친화적으로 부착하는데, 이 폐포는 TypeⅠ 폐포를 통한 가스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감염된 TypeⅡ 폐포에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은 주위 세포들의 기능 저하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폐의 산소 교환 기능이 저하되면서 피로감과 호흡 곤란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 반응이 곧 질병의 증상으로도 나타나는 것이죠.

감염 초기에서 분비되는 과도하게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은 이후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잡히면서 그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면역 반응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제압되지 않으면, 사이토카인은 연쇄적으로 다른 면역 세포를 자극하여 또 다른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일으키게 되고, 넘쳐나는 사이토카인에 의해 몸 전체가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환자들은 거의가 이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결국 질병이란 바이러스에 의해 외따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질병 자체가 면역계와 바이러스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로 질병을 이겨낸다는 건, 바이러스에 대한 대항력을 높임과 동시에 바이러스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면역계를 조절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를 보고 기겁한 면역계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에 보다 익숙해진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면역 관용을 일으키게 될 겁니다. 이에 따라 질병의 증상도 보다 완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겠죠. 그렇게 바이러스와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서로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 이 과정야말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요.





  1. Jane Flint, et al., 2015; Principles of Virology, 4th edition. Volume 2: ASM Press, p.319
  2. 1)과 동일. Volume 1, p.65
  3. Lai, et al., 1985; Journal of Virology. 56:449
  4. Exton MS., 1997; Infection-induced anorexia: active host defence strategy: Appetite 29: 369?83.
  5. Tracy RP., 2006; The Five Cardinal Signs of Inflammation: Calor, Dolor, Rubor, Tumor … and Penuria (Apologies to Aulus Cornelius Celsus, De medicina, c. A.D. 25):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61 (10): 1051?1052
  6. Puja Mehta, et al., 2020; COVID-19: consider cytokine storm syndromes and immunosuppression. Lanc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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