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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클래식 | 연암을 만나다 | 씨앗문장으로 글쓰기 병법을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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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호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12-11 21:39 조회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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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영 (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동양고전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연암집으로 씨앗문장을 MVQ에 매주 연재하게 되었다그러자 갖가지 걱정들이 몰려왔다매주 글을 쓰는 이 스케쥴을 감당할 수 있을까이상하게 써서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닐까글이 재미가 없어 아무도 보지 않으면 어쩌지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내보인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동시에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예비 구독자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내심글을 잘 써서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잘 쓰려고 하는 나를 보다보니나에게 있는 하나의 전제가 보였다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눈길을 끌만한 경험이나 크게 공감할만한 경험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다보니 이번 연재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내가 매주 연재를 할 만큼 이야기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내가 보기에 나는 너무 밋밋해 보였던 것이다뭐 하나 특출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연애를 해서 투닥거리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여태껏 공부를 계속 하고 있긴 한데 잘 까먹어서 아는 게 남아있을지 의문이었다대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만약 이런 나의 걱정들을 연암이 들으면 코웃음 칠 일이었다내가 글쓸거리가 없다고 걱정하는 건 특별한 소재가 없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릇 장평의 병졸은 그 용맹이 옛적과 다르지 않고 활과 창의 예리함이 전날과 변함이 없었지만, 염파가 거느리면 승리할 수 있고 조괄이 거느리면 자멸하기에 족하였다. 그러므로 용병 잘하는 자에게는 버릴 병졸이 없고, 글을 잘 짓는 자에게는 따로 가려 쓸 글자가 없다. 진실로 좋은 장수를 만나면 호미자루나 창자루를 들어도 굳세고 사나운 병졸이 되고, 헝겊을 찢어 장대 끝에 매달더라도 사뭇 정채를 띤 깃발이 된다. 만약 이치에 맞다면, 집에서 늘 쓰는 말도 오히려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고 동요나 속담도 『이아』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글이 능숙하지 못한 것은 글자의 탓이 아닌 것이다.

박지원, 『연암집』(상), 「소단적치인」, 돌베개, 131쪽)

연암은 소단적치인에서 글쓰기를 병법에 비유한다똑같은 병사들을 데리고 있어도 어떻게 지휘하느냐에 따라누군가는 승리로 이끌었고 누군가는 자멸했다더 좋은 병사를 찾는 건장군으로서 무능력을 나타낼 뿐이다좋은 장군은 자기가 있는 곳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헝겊과 호미자루도 적절히 쓴다면 그 순간 최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이치에 맞다면 집에서 흔히 하는 말로도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듯이나의 글쓸거리는 어떤 특이한 경험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주위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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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주위에 아무리 흔하게 헝겊과 호미자루가 있다 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내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 쓸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때에 맞게 자유롭게 쓰기 위해서는 먼저 평소에 잘 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내가 글쓸거리가 있을까 걱정하는 것은 평소에 내가 얼마나 일상에 무관심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 하나, 말 한 마디부터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이 씨앗문장의 첫 스텝일 것이다. 뭔가 특이한 경험만 찾다가는 내 주위에 있는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컨대 앞으로 씨앗문장들도 많이 허접할 것이다. 여태껏 더 좋은 조건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에 대한 착각도 많아서 일상을 보는 데 많이 헤맬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저렇게 이해하지?’ 갸우뚱할 정도로 헛발질도 많이 보일 것 같다. 하지만 호미자루가 날카로운 창이 되고, 헝겊이 정채로운 깃발이 되도록 꾸준히 연마해가겠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가장 흔한 말로 이치에 맞게 말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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