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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클래식 | 동의보감 | 청년이 병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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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피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7-31 07:12 조회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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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동의보감, 청년의 오장육부를 진단하다 ? 1)

수정 (청스_의역학)

  내가 공부하고 있는 감이당&강학원 연구실의 20대 친구들은 각자 아픈 곳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질환은 아토피인데 연구실 청년의 1/3이 넘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서 일명 ‘아토피스트’라 부른다. 그 외에 허리가 안 좋은 친구, 고관절이 안 좋은 친구, 심장과 신장, 혹은 위장이 안 좋은 친구 등 다양한 경력… 아니 병력을 자랑한다. 오히려 아픈 곳 없는 멀쩡한 친구가 드물 정도다. 때때로 선생님들이 젊은 애들 몸이 왜 이 모양이냐며 타박하시곤 하는데 실제로 중장년 선생님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보면 청년이라고 불리는 게 머쓱해진다. 우리…청년으로 불려도 되나? 아니 그 전에, 우리는 어쩌다 이런 몸이 된 걸까?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나 또한 20대 후반 갑작스레 생긴 천식 때문에 왜 병이 생긴 건지, 내 몸은 어떻게 생긴 건지, 질문을 한가득 안고 동의보감을 만났다. 처음 기대한 것은 어디가 아프면 어떤 약을 먹어야하는지 배우지 않을까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동의보감 세계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감정과 장부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간담은 분노, 심장과 소장은 기쁨, 비위는 생각, 폐대장은 슬픔, 신장과 방광은 두려움과 연관되어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 처음 이 부분을 공부할 때 깜짝 놀랐다. 천식에 걸렸을 때 우울증도 함께 앓았는데,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것이 하나로 꿰어진다. 즉 천식은 폐 질환이고 폐는 슬픔과 연관되어 있으니, 천식과 우울증은 폐의 문제가 몸과 심리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주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 이제까지 내가 심리를 대하는 태도가 떠올랐다. 감정의 문제는 감정을 풀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심리에 문제가 생기면 상담소를 찾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동의보감의 시선은 다르다. 감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감정과 연관된 장부의 균형이 깨진 것이니 일단 자신의 몸을 먼저 살펴 내가 평소에 무얼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감정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일상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람의 몸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였다. 몸과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고? 그 전에 일단 우주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다. 물론 지구가 은하계의 어느 한 구석에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삶과는 먼 막연한 이야기로 여겨질 뿐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을 펴면 가장 첫 페이지에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닮았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을 닮았다. 하늘에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라는 손진인의 비유도 영 와 닿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식으로 우주와의 연결성을 찾을 수 있을까.

 

감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감정과 연관된 장부의 균형이 깨진 것이니 일단 자신의 몸을 먼저 살펴 내가 평소에 무얼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감정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일상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에 대한 심각한 오해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라는 말의 범위가 얼마나 좁고 한정적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만난 우주가 과학책이나 TV 속에서 본 인간이 없는 행성들이어서인지 우리가 우주에 속한 존재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더불어 우주를 공간적 개념, space로만 생각하지 시간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우주가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고,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는 건 계절만 관찰해 봐도 알 수 있다. 사계절은 태양과 지구의 공간적, 시간적 관계 위에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내 외부가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장 그 자체이며, 자연의 모체, 혹은 자연 그 자체인 셈이다.

  그럼 자연과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나는 그 힌트를 병에서 찾았다. 천식에는 추운 계절의 찬바람이 쥐약이다. 나이든 분들이 비가 올 때 무릎이 시린 것처럼 내 병은 계절과 날씨를 통해 끊임없이 몸의 한계를 알려주었다. ‘이 바람은 너에겐 너무 강하고 차가워. 옷을 더 껴입어야겠어.’ 마치 엄마의 잔소리처럼 말이다. 병이라고 말하면 너무 특수한가? 그렇다면 하루하루의 날씨로 생각해보자. 맑고 온도가 적당한 날은 기분이 좋지만,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은 가라앉는 이 단순한 현상도 우리가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다. 추위가 너무 지나치면 감기에 걸리고, 뜨거운 햇빛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타는 것,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맑고 온도가 적당한 날은 기분이 좋지만,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은 가라앉는 이 단순한 현상도 우리가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건강한 때에는 그런 변화에 둔하다. 계절에 호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아직 봄이라 하긴 이른 3월의 학기 초, 대학 교정에 짧은 치마와 맨다리들이 오들오들 떨며 걸어 다니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스타일이 먼저고 추위는 그저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렇게 자연의 리듬과 무관하게 몸을 쓰는 태도는 불규칙한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툭하면 밤샘에 야식과 과식을 일삼으면서 ‘밤을 새면 다음날 몰아서 자면 되고, 먹고 싶을 때 실컷 먹고 다음날 굶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1+1=2처럼 몸과 체력을 양적으로만 생각하고 총량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몸을 바라보는 1차원적 사고방식은 우리가 자연의 리듬과 호응하는 ‘생명’이라는 감각의 부재를 알려준다. 그리고 리듬을 무시한 잘못된 생활습관들이 쌓여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는 순간, 우주 자연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병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존재가 곧 병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병에 걸려선 안 된다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애초부터 생명은 병과 함께 태어나기 때문이다.

건착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늘에서는 형체가 건乾에서 시작하는데 태역太易, 태초太初, 태시太始, 태소太素가 그것이다. 태역은 기운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이고, 태초는 기운이 시작되는 것이다. 태시는 형체의 시작이며 태소는 성질의 시작이다. 형체와 기운이 갖추어진 뒤에는 아가 되는데 ‘아’라는 것은 피로한 것이고 피로한 것은 병이다. 사람의 생명은 태역에서 시작되고 병은 태소에서 시작된다.”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22p>

 

  굉장히 어려운 말인 것 같지만, 쉽게 말해 사람으로 태어나려면 병이 없이는 태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병은 생명이 가지는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어떻게 보면 생명 스스로가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병이 있으면 생명력을 키워나는 데에 유리하다. 병이 있으면 자신의 몸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조절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병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적대적이다. 현대인들이 건강을 ‘병이 없는 깨끗한 몸’으로 상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영원하고 행복한 삶을 망치는 방해자라도 되는 양 당장 의사에게 달려가기 바쁘다. 별 것 아닌 병도 그토록 끔찍하게 여긴다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제약들에 좌절하며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남은 삶을 포기해버리고 만다. 병으로 인해 생길 일상의 균열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은 이제까지의 삶을 돌아보라는 중요한 신호다. 연구실에 있는 한 친구의 이야기다. 그 친구는 한 때 매일같이 햄버거를 먹어서 아토피가 심해졌다. 그런데 병원에서 준 스테로이드를 바르니 피부가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 문제는 그 후다. 피부가 멀쩡해지자 예전처럼 햄버거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얼마 뒤 아토피가 재발했고 또 다시 스테로이드를 발라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깊이 고민한 겨를도 없이 문제가 해결되니 왜 아픈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병은 일상에 균열을 만든다. 하지만 그 균열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의 리듬을 변화시키라는 신호이며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병은 일상에 균열을 만든다. 하지만 그 균열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의 리듬을 변화시키라는 신호이며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다. 그러니 병을 쫓아내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동의보감을 나침반 삼아 다른 삶의 방법을 찾아보자. 이제까지와는 다른 병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왜 아플까?

  앞에서 말했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감정에 많은 에너지를 쓰지만 감정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의식하지는 못한다. 또 우주와 우리 몸이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도 잊고 산다. 그러다가 병이 생기면 생각할 새도 없이 하루빨리 없애버리려 든다. 몸과 마음을 분리시키고, 몸과 자연을 분리시키고, 몸과 병마저 분리시켜버리는 이 지독한 분리주의! 전부 따로따로이다 보니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그만큼 많아져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청년들이 요즘 겪고 있는 병은 예전과는 다른 특징들을 보인다.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등등… 기계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육체적 노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현대의 병은 거의 대부분 마음에서 일어난다.

마음은 물과 같아서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있으면 맑아지므로 그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처럼 마음이 맑은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나쁜 마음이 싹트기 시작하면 신이 밖으로 달려 나가고 기는 안에서 흩어지며 혈은 기를 따라 흩어진다. 그러면 온갖 병이 서로 다투어 생기는데, 이것은 모두 마음으로부터 생긴다.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p65>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등등... 기계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육체적 노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현대의 병은 거의 대부분 마음에서 일어난다.

  도가의 달인 구선의 말이다. 온갖 병은 결국 요동치는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신적인 병과 함께 걸리는 육체적인 병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사는 청년의 몸과 마음은 왜 병들어 있는 것일까? 도대체 우리의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동의보감이 말하는 오장육부의 생리와 요즘 청년들이 앓는 병을 통해 엉켜있는 실타래 같은 이 시대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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