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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록 시즌2 - 9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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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재훈 작성일19-08-28 18:45 조회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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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9시 15분.

아무도 없는 어둑한 양명동에 누워 한쪽 발을 쇼파에 올린채 엎드려 눈을 감고 있던 중,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감이당의 슈퍼스타가 양명동을 친히 방문하신것 같았다.
...
문쌤 : 겸제는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 1년이 지나니 스스로 두발로 서지 않았니? 너네도 몇년을 공부했는데, 이제 학문을 세워야 하지 않겠니~?
허허허 하며 청년들과 덩달아 웃던 나는 퍼뜩 겸제를 대하는 나의 마음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서 글을 써내려갔다.
...
아기가 내게 활짝 웃으며 다가올 때마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그저 부자연스러운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귀엽지만 그 마음을 아기에게 표현을 하는 것이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고 나 스스로 느끼고 혹여나 좋아하는 표현을 했을때 이제껏 별 반응이 없던 애가 갑자기 저런다고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아닐지 주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으레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조심스레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고도 싶고 자그마한 손을 잡아보고도 싶고 , 너 참 귀엽다. 라고 말도 해주고 싶은데 자꾸 마음속에서 뭔가가 가로막았기에 입에서 침을 쫄쫄쫄 흘리며 이리저리 세상의 모든것을 탐구하듯 돌아다니는 저 역동적인 생명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나 스스로를 얽매고 있었던 것 같다. 두려움. 가까워진 혹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상대방으로부터 외면당해 상처받을까 두려워 아예 시작부터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내 안에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상대가 나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일수록 더욱.
나에게 일시적 혹은 꾸준히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람들은 일반(?)사람들보다 더 편하게 다가가기 어려웠고 말 한마디 건네는것도 어색하였으며 심지어 쳐다보는것도 쉽지않았다.

상대방에게 호감표현을 하였으나 상대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을때의 서운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창피함을 견뎌야하는 것이 싫어서 또는 나도 상대도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고 우리가 친해졌다고 나는 생각했건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 대한 상대의 관심이 처음과 같지 않다고 또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런거 같다고 느꼈을 때 그때의 서운함을 견뎌야하는 것이 두렵고 싫으니까 애초에 그런 관계가 만들어질 싹을 키우지 않으려고 내 몸과 생각이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아이에게조차 그렇게 움직였던 것인가? 아 고단한 인생이여.

이때까지 살아오며 관계의 시작도 내가, 중간과정도 내가, 결론도 지레짐작하여 내가 내려버리니 상대방이 봤을때 나는 상호간의 관계의 보폭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철저하게 무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얘가 도저히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는 정말로 밥 맛 떨어지는 녀석이지 않았을까? (난 아마 여러명 강제 다이어트 시켰을 것이다.)

상대방과 이야기하며 그 사람이 나와 뭔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견디는(?)힘이랄까 '아,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래, 완전한 이해가 어려울 수 있지만 나도 너의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찬찬히 생각을 해볼게.'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남겨두고 두 팔 벌려서는 아닐지라도 기꺼이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며 환영할 수 있는 심적 여유.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을 듣고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처음에는 낯설고 적응되지 않는 그 말들을 온몸으로 느끼다보니 음식뿐만 아니라 말에도 '비위'라는게 있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에 대한 비위가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뭐라고 딱 한 단어로 정하기가 어려운데 상대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아주 조금 된 것 같다 라는게 맞을 것 같다.

결론은 낯선이에게 다가갈때 남과 비교했을때는 빠를수도 느릴수도 있는것이고 또한 나의 템포가 있는 것이지만 무섭고 두려울지언정 피하지말자. 그냥 여느 친구에게 인사하듯 가볍게 다가가자. 나는 지금 여기서 내 최선을 다할 뿐 나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영역은 거기까지다. 경과와 결과는 하늘과 상대방에게 맡길 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섣부른 망상은 금물.
공자가 자장의 말과 행실이 허물과 후회를 면하지 못한 까닭을 자기 마음에서 구하여 의심스럽고 위태로운 것을 빼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던것이 오늘따라 내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는 겸제가 보이면 그저 멀리서 웃고만 있는게 아니라 옆으로 다가가 인사를 먼저 건네야겠다.

" 겸제,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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