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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학교 고전평론반
읽고 쓰는 것으로 삶을 일군다! 고전적 사유와 밀도 있게 접속하며, 글쓰기와 존재적 성찰을 연결하는 인문 고전 리라이팅 과정

글쓰기학교 고전평론반 글고평

3학기 1주차 消化記? 차라리 消火記!

게시물 정보

작성자 철수 작성일22-07-29 17:41 조회8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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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보르헤스의 ‘정원’으로 발제하고 후기를 써야 하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단순히 튜터샘들의 말씀들을 옮겨 적을 건 아닌지라, 내가 혹은 다른 샘들이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써야 후記가 될 터인데, 내가 도대체 어떤 걸 경험했는지 정리가 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보르헤스를 이겨 먹으려는 거 같다’는 근영샘의 코멘트가 참 버거웠습니다. 워낙 잘난 체를 좋아하는 철수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건방진 마음으로 보르헤스를 읽고 쓰지 않았기에 그 코멘트는 소화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떻게든 보르헤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쫓아가려고 아등바등한 것에 대한 피드백이라니, 억울하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아등바등했으니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도 한쪽에서 들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내가 아직 방향이나 방법을 잘못 잡았나 하는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며칠이 흐르고 문득 지난 주 숫타니파타 수업에서 여민샘이 하신 말씀, 탐진치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글쓰는 자세가 내가 모르는 혹은 모른 척하는 나의 탐욕과 연결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뭔가 전체 그림이 잡혀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믿고, 그걸 얻으려고 습관적으로 여러군데를 뒤집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모아야 글을 쓸 수 있다고 믿고 글을 음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뒤로뒤로 미룹니다. 

저자가 보여주는 것을 따라가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맥을 만나면, 곱씹어 소화하기보다 풀어야하는 수수께끼로 여기고는 여기저기서 끌어온 도구들로 자물쇠를 풀어보려고 기을 씁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분석이라는 미명 아래 분해 혹은 해체하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렇게 분석하려는 행태가 멋져 보입니다.(물론 이번에 쓴 글이 제대로 분석한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비문 범벅이라면 어떤 내용이라도 정당화되지 못하죠. 반성, 반성) 내 앞에 있는 대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작동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뭐 믿음이라 할 수도 있고. 양명의 지행합일을 배웠는데도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이 말입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분석이 필요한 게 아니라 겪음 혹은 감상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뒤늦게 듭니다. 이런 뒤늦은 생각에도 어떻게에 대해서는 갈피가 잡히지 않네요. 길을 못내고 우당탕하면서 뭐라도 하고 있다고 여겨야겠습니다. 


튜터샘들의 코멘트를 소화(消化)하고 쓰고 싶었던 후기가 내 안의 불을 소화(消火)하고 쓰는 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또 다른 실험을 고안할 지점인가 봅니다. 내일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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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깨비님의 댓글

깨비 작성일

제목이 특이해서 읽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이런 의미였군요.
아주 재미난 철수샘의 후기다운 후기~
다들 아시겠지만 수수께끼라는 말만 나와도 엄청 찔리는 사람으로서
철수샘의 마음에 엄청 공감합니다.
어렸을 때도 수수께끼 잘 못 ㅍㄹ고 바로 포기하는 아이였는데
다 커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제 얘기가 아니라 철수샘 얘기로 돌아와서
저도 늘 비슷한 과정을 겪는 거 같아요.
뭔가 내 손에 쥐고 있어야 글이 풀릴 거 같아서
글 속으로 충분히 들어가기보다는 내 손에 자꾸 뭘 쥐고 출발하려 합니다.
과감히 글 속으로 들어가 보려는 노력을 좀더 과감히 해 보는 걸로~
그리고 저번에 저에게 주신 귀한 코멘트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중간글쓰기에서는 무엇보다 명사형을 쓰지 않는 것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쓰다 보니 철수샘에게는 두루 감사한 마음이네요.

소미님의 댓글

소미 작성일

요즘 우당탕탕 우영우가 대세던데, 우당탕탕~ 철수샘이네요.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등바등, 우당탕탕 함께 가 보아요~~

이호정님의 댓글

이호정 작성일

뭔가를 하고 있으신 게 맞다고 느껴집니다 철수샘~ 푸네스에 따르면 이 消火記는 7월 29일의 이철수라 이름 붙여진 존재의 행위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7월 30일의 이철수라 이름 붙여진 존재의 행위는 또 다른 것일 거고요!
최대한 뒤로뒤로 미루는 음미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앞으로앞으로 땡기시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궁금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