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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마늘쑥쑥조] 시즌3 <몰로이> 후기 (2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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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쓰담쓰담 작성일19-05-08 20:18 조회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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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백전 마음조에서는 사뮈엘 베케트의 몰로이를 읽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참가하신 백승호 샘과 함께~ 7명이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몰로이는 여러 가지 의미로대단한 책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만,

결론은 몰로이는 몰라서 몰로이다!였습니다.

얘는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지, 덕분에 읽는 사람도 알 듯 말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부러 저자가 책을 이해하기 힘들게 썼다고 하니, 저희도 책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중간에 얘기할 만한 부분을 던져 보는 식이었습니다.

 

몰로이는 글을 써 나가는 화자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처음부터 등장하는 게 아닙니다. 화자는 자신이 겪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는데요, 그 이야기 속에서 몰로이라는 이름이 문득 화자에게 떠오릅니다. 자기 이름이 문득 떠오르다니, 사람을 이름으로 구분하는 저희들로서는 좀 이상했습니다. 자기 이름뿐이나요, 어머니의 이름도, 읍내의 이름도, 심지어는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몰로이는 몰랐습니다. 무언가를 규정짓는 것, 무엇가를 구분하는 게 몰로이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나 봅니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 대한 의식도 대개는 좀처럼 꿰뚫기 어려운 익명(匿名)으로 감싸여 있었는데, 우리는 방금 그 점을 보았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 의식을 놀려대던 다른 사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입자들과 파장들, 그 모든 것이 희미해져 가던 그 시기에조차도, 사물의 조건은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고, 반대로 이름의 조건은 사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지금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시기에 대해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게 무엇인가, 의미가 얼어붙은 단어들이 내게로 마구 쏟아지는 지금에, 그리고 세상도 역시 느슨하고 서투르게 이름 붙여져서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사뮈엘 베케트, 몰로이, 문학과지성사, p.47)

 

길을 떠난 몰로이는 낯익은 성벽을 발견하고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곳이 자신이 태어난 읍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들은 읍내의 이름은 좀 달랐습니다. X라는 이름에는 그가 읍내를 보고 느끼는 것, 떠올리는 것이 담겨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물은 구체적이고 실재적이기에 바뀌고 살아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고정된 대상, 시간이 얼어붙은 사물이 필요합니다. 의미가 계속 변한다면 이름을 붙일 수 없겠죠. 우리가 이름을 붙여 사물들을 고정하는 데서 안도감을 느끼는 반면, 몰로이는 모든 것을 유동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도, 장소도 계속 변하고 있기에 이름 붙이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거죠.

책을 읽을수록 이런 몰로이의 남다른 시선이 특이한 감각을 자아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하는 대화조차도 다르게 느낍니다.

 

그렇다, 내게 들렸던 말들, 청각이 제법 예민했기 때문에 내게 분명히 들렸던 그 말들은 첫 번째엔, 그리고 두 번째에도, 또한 종종 세 번째까지도, 내겐 모든 의미에서 벗어난 순수한 소리처럼 들렸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게 대화가 뭐라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던 이유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자신이 직접 발음하는 단어들은, 거의 언제나 지적인 노력과 결부되었을텐데도, 흔히 내게는 곤충들이 윙윙대는 소리처럼 들렸다. (앞과 같은 책, p.74)

 

대화가 곤충들이 윙윙대는 소리처럼 들리면 고통스럽긴 하겠죠고정되어 있는 말들에 관심이 없으면 이런 방식으로 대화가 들리나 봅니다.

또 몰로이가 성행위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가 많았습니다. (이때만은 안 몰로이!ㅎㅎ) 처음 일을 치룬 몰로이는 그 행위에 대해 매우 피곤했다고 말합니다. 그것뿐?! 몰로이는 섹스가 사랑이라는 걸 안 후에 그것에 탐닉하지만, 그 전에는 섹스는 그저 자신의 남성기를 틈 안으로 넣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다니. 심지어는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도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남자. 하지만 그럴 경우, 우리가 팔딱거리는 동안 고환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았을까?이런 방식으로 역추적할 뿐입니다.

 

이처럼 몰로이의 시선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참 독특합니다. 그는 역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는 것들에 대해 모른다고 말합니다. 몰로이의 시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게 아닐까요?

다음 주에는 몰로이2부를 모두 읽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모르는 내용들이 나올지 참 기대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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