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

본문 바로가기
남산강학원을 즐겨찾기에 추가
사이트 내 전체검색

청백전

[청백전 뭄조]시즌3 2주차 발제문

게시물 정보

작성자 추추 작성일19-04-22 17:25 조회953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생명의 불완전성

 

과학책을 읽을 때, 재미있는 점 중에 하나는 과학이론이 대상의 근원적인 작동 원리를 탐구한다는 것이다. 존재물의 의미목적이 아니라 그것이 존재하는 원리가 그 존재에 대해 오히려 명료하게 말해주는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슈뢰딩거가 말해주는 생명의 원리가 흥미로웠다.

책의 6질서와 무질서 그리고 엔트로피에서 슈뢰딩거는 모든 물질은 가만히 놓아두면 운동을 멈추고 평형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는 이런 평형에 저항하는 생명의 활동에 주목했다. 어떻게 생명은 다른 물질과 달리 평형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안에서는 매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최대 엔트로피로 나아가는 물질의 경향성

우선 엔트로피에 대해서 알아보자. 뜨거운 물과 찬 물을 한 컵에 부으면 어떻게 될까? 금세 어떤 부분이 찬 물이고 어떤 부분이 뜨거운 물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차이는 없어지고, 안정화되고, 균등해진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슈뢰딩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살아 있지 않은 시스템을 분리하거나 또는 일정한 환경에 놓아두면 여러 가지 종류의 마찰 때문에 그 시스템에 나타나던 모든 운동은 대개 곧 멈추게 된다. () 그런 다음에 전시스템은 변화가 없는 불활성 물질덩어리로 변해버린다. ()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열역학적 평형상태 또는 최대 엔트로피상태라고 부른다.(에르빈 슈뢰딩거,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울, 서인석황상익 옮김, 1992, 110)”

 

덧붙이자면, 물리학에는 열적으로 닫힌계의 총 엔트로피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는 법칙(열역학 제2법칙)이 있다. , 모든 물질은 그 자체로는 언제나 조금씩 최대 엔트로피의 상태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방해하지 않는 한 이것은 자연의 근본적인 물리법칙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언제나 최대 엔트로피’(평형)의 상태로 나아간다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생명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기체는 끊임없이 재료를 교환한다

생명의 놀라운 점은 최대 엔트로피로 나아가는 경향성을 역행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어떤 조물주의 신적인 능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슈뢰딩거는 이런 관점을 비판하며, 오히려 실제로 생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살아 있는 유기체는 어떻게 그러한 현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일까? 분명한 답은 먹고, 마시고, 숨쉬고 그리고 식물의 경우에는 동화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대사를 하기 때문이다. 대사의 어원인 그리스말 μεταβάλλειν교환이나 변화를 뜻한다. 원래 바탕에 깔린 개념은 틀림없이 재료의 교환이다.(앞의 책, 112)”

닫힌계에서 엔트로피는 최대치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유기체는 닫힌계가 아니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등의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외부와의 재료 교환을 수행한다. 이 대사가 생명이 곧바로 평형을 이루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사는 생명

하지만 슈뢰딩거는 단순한 원자의 교환이 유기체의 핵심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유기체들이 이미 소지하고 있는 원자들도 다른 어떤 원자만큼이나 좋기 때문이다. 그는 이 교환을 통해 유기체가 도대체 어떤 이득을 얻는지를 묻는다. 그에 대한 답은 유기체가 음의 엔트로피, 다르게 말하면 질서를 먹고 산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유기체가 비교적 높은 질서도 수준(즉 비교적 낮은 엔트로피 수준)에서 자기 자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진정 환경에서 질서정연함을 계속 흡입하는 것이다. () 고등동물의 경우, 그것들이 먹고 사는 질서정연함의 종류, 즉 음식물로 이용되는 다소 복잡한 유기화합물 속의 매우 잘 정리된 물질 상태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앞의 책, 116)”

 

우리는 단순히 몸의 재료들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산소나 물,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등의 특정한 질서도 수준을 가진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어떤 질서를 섭취하고 그것을 대사에 이용한 후 자연계에 되돌려준다. 그럼으로써 비교적 낮은 엔트로피 수준으로 자신을 유지한다.

생명이 일반 물질들처럼 빠르게 평형으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는 생명이 더 완전하게 완성되어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외부의 것들을 내부로 끌어들여 끊임없이 차이를 발생시키는 불완전한 기계의 작용결과다. 슈뢰딩거는 생명에 어떤 특권도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생명이 물질보다 외부 요인들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렇듯 우리의 존재적 기반은 생명의 불완전성에 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