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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청백전 마늘쑥쑥조] 시즌5 <이것이 인간인가> 발제 (48/100)

게시물 정보

작성자 호호미 작성일19-12-05 20:17 조회178회 댓글0건

본문

 

무지가 주는 기쁨

 

 

히틀러 치하의 독일은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실험에 착수했다. 실험 장소는 아주 거대한 규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였다. 그곳에서는 나이나 사회적 지위, 출신, 언어나 생활 습관들이 전혀 다른 수천수만의 개인들이 실험대에 올랐다.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점점 더 착실하게 인간이 아닌모습으로 나아갔다.

이것이 인간인가의 저자 프리모 레비는, 인간에게서 생각질문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일인들의 실험이 성공했음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유대인들을 가둬놓은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었다. 그 실험은 독일인들 스스로에게서 시행되고 있었다.

 

말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는다.

프리모 레비는 이것이 인간인가뒷부분에 자신을 향한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야기들을 부록으로 실어놓았다. 그 중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만행을 독일인들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유럽의 한복판에서 수백만 명의 집단학살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하는 것에 의문을 품으며 말이다. 그에 레비는 담담하지만 힘이 실린 말투로 답한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는 특별한 불문율이 널리 퍼져 있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획득하고 방어했다. 그런 무지가 나치즘에 동조하는 자신에 대한 충분한 변명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입과 눈과 귀를 다문 채 자신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환상을 만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자신은 자기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공범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276)

 

아니, 이럴 수가. 당시 독일에 퍼져 있던 특별한 불문율은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이 점차 겪게 되었던 모습과 똑같았다. ‘말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저 사람은 내게 뭘 시키는 건지, 난 뭘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신체를 만드는 훈련. 독일인들은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그런 훈련을 강제로 당해야 했지만, 독일인들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자처했다. 자신을 귀머거리, 벙어리, 멍청이로 만드는 훈련을 아주 열심히 받아들인 것이다. ? 어떤 일을 모를때 우리에게 찾아오는 쾌락이라도 있는 걸까?

그들은 왜 무지를 획득하고 방어해야 했을까? 왜 나치즘에 동조하는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필요로 했을까? 답은 아주 심플하다. 나치즘의 권력에 붙어있고 싶었기 때문. 그 권력 위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쾌락을 누릴 수 있다. 수용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한테 왜 이러는지를 질문하지 않아야만 수용소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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