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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조] 시즌 5 <올랜도> 발제(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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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영 작성일19-10-07 18:15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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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의 풍성한 삶

 

올랜도, 여자의 즐거움을 알게 되다.

올랜도는 남자로 자라고 살다가 어느 날 여자로 변한다. 그런 올랜도는 자신의 성별이 바뀐 것 그 자체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자신의 성별을 자각한다. 배에서 선장이 그에게 (예전, 남자였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친절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득 남자여자가 얼마나 다른 가치, 다른 즐거움들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를 느낀다. 여자가 된 올랜도는 전에 없이 성가신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꽃무늬의 튼튼한 비단치마였다. 성가시지만 예쁜 치마. 그런 옷을 입었기 때문에, 만약 올랜도가 물에 빠지면 수부들의 보호가 필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게 싫은가? 정말로 그런가? 놀랍게도 뭐라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거기에 있는 듯 했다! ‘여자로서 살고, ‘여자대접을 받는 것은, ‘확실히 유쾌하고 나태한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마냥 즐겁기만 한, 마냥 누릴 것만 있는 삶은 아닌 듯 했다. 올랜도는 전에 30년간을 남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수부에게 구출받기 위해 물에 빠지는 여자들을 보고 남자들이 어떤 입에 담지 못하는 욕을 (그 남자들은 아마 그 즐거움이 어떤 건지 모를 텐데!)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여자로서의 즐거움은, ‘우회적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랜도는 이어서 생각한다. 남자들이 하는 일, 그리고 여자들이 하는 일. 남자들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들이 얼마나 여자를 우습게 아는가. 그러나 또 그런 남자들에게 차를 따라주고 구조를 받으며 즐거움을 얻는 여자들은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렇게 이제껏 남자의 시선으로 남자답게살아오던 그녀는 여자가 되어, 여자와 남자 두쪽 성의 즐거움과 어리석음을 발견한다. 올랜도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 두 성은 서로를 하찮게 보고, 어리석게 보다가도, 한편으론 자신의 성을 바보같이 보기도 한다. 또 서로에게서 은근한 자극을 받고, 서로를 바라기도 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다.

 

여자와 남자를 오가다가, 뛰어 넘다.

 

두 성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섞여 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양성은 유동적임, 남자답거나 여자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옷뿐이고, 그 속의 성은 겉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흔히 있다.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 2019, p.167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우리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성을 자신의 성별로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위에서 말했듯이, 나의 성과 상대편의 성을 나누고선 한쪽을 하찮게도 봤다가, 대단하게도 봤다가, 싫어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랜도에게, 마음속에서 자신을 어느 하나의 성별에 두고, 그것으로 자신을 정의내리기는 너무 어려웠다.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자신에겐 두 성별의 특성이 모두 있고, 또 그것은 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자로 변한 올랜도 역시 한동안은, 처음부터 여자였던 평범한 여자처럼, 여자로서의 즐거움을 잘 누리며 사는 듯 했다. 그녀는 사교계를 기웃거리고, 시인들을 동경하고, 시인 포푸씨를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쭈욱 여자로 사는 데에 익숙해지는가 싶더니, 어느 날 올랜도는 다시 소년이던 시절의 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이제 올랜도는 전보다 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올랜도는 바지를 입은 성실한 모습에서 페티코트를 입은 매혹적인 여성으로 변모하면서 두 성으로부터 받는 사랑을 똑같이 즐겼다.

그러니까 그녀는 남녀의 구별이 애매한 중국풍의 헐렁한 가운을 걸치고, 책에 파묻혀서 오전을 보내다가, 같은 의상으로 한 두 사람의 의뢰인을 맞는다. 그리고 그녀는 정원을 한 바퀴 돌고는 개암나무를 전지해주는데-그 작업을 위해서는 반바지가 편하다. 그러고는 꽃무늬가 있는 태피터로 갈아입곤 했는데, 이 옷은 리치몬드로 마차를 타고 가서, 어느 지체 높은 귀족으로부터 청혼을 받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 2019, p.195

 

그녀는 소년시절 입던 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곤 밤길에서 매춘하는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녀와 그녀의 집에서 밤새 수다를 떤다. 그리고 어느 날은 갑자기 결혼 반지’, ‘남편을 가져야 겠다는 시대정신에 꽂혀, 결혼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시를 쓰고, 문득 자신은 남편보다 시를 사랑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얼핏 보면 그녀는 여자로도 또 남자로도 지낸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활에는, ‘여자의 생활혹은 남자의 생활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많은 부분들이 생겨난 것 같다. 예컨대 매춘하는 여자를 만나 밤새 수다를 떠는 것, 시를 쓰는 것, 책에 파묻혀서 오전을 보내는 것, 이런 매 순간의 상황에서 올랜도를 굳이 여자라고, 혹은 원래 남자였던 여자, 원래 남자 등등, 으로 명명 해야 할까?

여자남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껴왔기 때문에, (예컨대 시대정신이 여자에게 무어라 말하는지를 똑바로 보고, 남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여자들을 바보같다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여자의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를 똑바로 보는 등.) 그녀는 오히려 두 성별을 비껴가는 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생물학적 여자라는 자신의 현재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그런 시간들 말이다. 이것은 정말 올랜도처럼,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고, 18세기와 19세기와 20세기를 실제로 살아가야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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