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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조] 시즌 5 <올랜도> 발제(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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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빈 작성일19-09-28 14:10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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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의 사랑


나는 벌써 2년째 연애 중이다. 내 연애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심심하게?! 혹은 담담하게?! 하는 편이다.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면서 연애를 한다랄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담담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연애를 지속할 수 있을 거라 느꼈다. 반대로 불타고 끓어오르는 사랑은 뭔가 위험하게만 느껴졌다. 이러한 방식은 금방 그리고 쉽게 식어버리고 말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소설 올랜도를 읽으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올랜도는 러시아에서 온 공주인 샤샤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 말이다. 올랜도는 그녀에게로 강렬하게 빠져들어 간다. 내가 상상해보지도 못한 역동적인 에너지로! 이 낯선 에너지는 도대체 뭐지?! 그러면서 질문이 생겼다. 여기서 올랜도가 경험하고 있는 사랑은 어떤 걸까.


진부하면서 지루한 사랑


올랜도가 처음부터 강렬하게 사랑을 해왔던 건 아니다. 그의 만남을 살펴보자. 처음에는 늙은 여왕과 만났다. ‘늙은 여왕은 그를 사랑했다. ‘늙은 여왕은 올랜도를 내 순진한 도련님이라고 부르면서 온갖 정성을 쏟는다. 훈장을 달아주고, 전쟁을 피할 수 있게 해주며, 땅과 집도 주며 출셋길을 보장해주려 했다. 그녀는 올랜도를 언제나 자신 곁에 두고 그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어 한다. 올랜도도 그 놀라운 몸뚱이에파묻히기도 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 만남이 지겨웠는지 올랜도는 다른 소녀를 사귀게 된다. 그러다 늙은 여왕에게 다른 소녀와 키스하는 장면을 들키게 되고 여왕과의 관계는 끝나고 만다.

그다음 올랜도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다. “그는 정원의 꽃만을 사랑하지 않았다. 야생화, 심지어는 잡초도 항상 그에게는 매력이 있었다.”(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 /p28) 신분이 낮은 사람들부터 귀부인까지! 신분이 낮은 사람들과 섞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카리브 해에서 맛본 역경과, 공포와, 잔인한 행위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그들의 발가락과 코가 잘린 이야기를 들었다.”(같은 책 / p29) 하지만 아무리 재밌는 이야기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싫증이 난다. 그렇게 올랜도는 그들에게 지루함을 느끼고 궁중으로 다시 돌아간다. 궁중에서의 만남도 대부분 별 볼 일 없다. 처음에는 사랑에 빠져드는가? 하면 어떤 지점에서 올랜도는 큰 실망을 느끼면서 곧바로 돌아서 버린다.

초반부에 올랜도가 보여 준 사랑은 뭔가 수동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늙은 여왕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존재! 그리고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만나는 모습에서도 샤샤와 보여 주었던 사랑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느낌이다. ‘내가좋으면 만나고 내가싫어지면 헤어지는! 올랜도도 말한다. “사랑이란 그에게 있어 톱밥과 재에 불과했다. 그가 맛본 사랑의 맛은 극도로 진부했다. 하품도 하지 않고 어떻게 그것을 견뎌냈는지가 놀라웠다.”(같은 책 / p38) 그렇다면 샤샤에게 느꼈던 사랑의 감정은 어떻게 다른 걸까?


강렬하면서도 위험한 사랑


올랜도 자신의 변화는 엄청났다. 아무도 그가 이처럼 활기에 넘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단 하룻밤 사이에 그는 소년티를 벗어버렸다. 그는 귀부인들의 방에 들어갈라치면, 테이블 위의 장식물을 반이나 떨어뜨리던 시무룩한 애송이에서, 지극히 우아하고 남성다운 예절을 갖춘 귀족으로 변해 있었다.

(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 /p41)

샤샤와의 사랑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정도로 강렬했다. 존재를 단번에 변형시킬 정도로! ‘자기를 중심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는 새로운 감정도 경험한다. 더 나아가서 둘만 있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들은 강을 독점하고 그곳에 누워 온갖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무리 거창한 것이라도 이야깃거리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사랑의 강렬함이 클수록 이별의 아픔도 대단했다. 그렇게 사랑을 했던 샤샤는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간다. 처음에 올랜도는 그런 현실을 부정해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진실로 다가온다. 올랜도는 극심한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샤샤와의 관계는 마무리된다.

샤샤에 대한 올랜도의 사랑은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한 힘처럼 보였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라면 내 것을 다 내려놓게 만드는 그런 힘! 그 정도의 강도로 상대에게 다가가고, 접속하려고 하다 보니 이별의 모습도 다르다. 그전에는 이별에 어떤 고민도 배움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샤샤는 달랐다. 이제 샤샤라는 존재는 올랜도의 삶에 커다란 질문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어디에 있지?, 왜 나를 버렸지? (...) 죽었나?”


사랑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보았다. 나는 사랑에 아주 수동적이었던 것 같다. 적당한 감정을 쓰면서 적당히 만나는?! 그래서 연애 관계에서는 딱히 질문이 생기지 않았고, 그렇게 만나는 건 문제없이 잘 만나고 있는 거로 생각했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감정만 있다면 이 관계에 대해 아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랜도를 보면서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역동적일 수 있는지 놀랐다. 그렇다고 올랜도가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랑에만 몰두한 것을 긍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랑의 힘이 존재를 변화시킬 정도로 강렬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사랑의 강밀도를 어떻게 생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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