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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청백전 뭄조]시즌3 <생명의 느낌> 발제 (2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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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형 작성일19-06-06 16:55 조회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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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뭄조 / <생명의 느낌> 발제 / 장서형 / 19.5.30


강렬하고도 은은히 열정을 따라 살기

 

바바라 매클린톡(1902-1992)은 자신의 독특한 성품과 관심사, 몰입능력 등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다. 그녀는 그녀가 특별히 원치 않았던 세간의 인정을 받기 전까지 거의 은둔자와도 같은 삶을 살았다. 그녀가 1941년부터 자리잡은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는 도심의 대학이나 연구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업적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압력이 없는 그곳은 마치 필동의 남산강학원과 비슷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바바라 매클린톡의 소우주 같은 그녀의 실험실은 아무런 설비도 장식도 없는 지독히 간결한, 창밖으로 롱아일랜드 해안이 보이는 공간이다. 언제나 짧게 자른 머리와 유행과는 거리가 먼 다림질 한 옷, 흐트러진 기색이 없는 말과 몸가짐, 옷 입는 폼새며 몸짓과 말투에서 드러나는 극도의 간결함, 절제의 미학 등 그녀를 설명하는 문구들만 보아도 그녀가 좋아진다.

그녀는 결혼을 한 적이 없고, 그 당시 다른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던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도무지 몸치장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바바라 매클린톡은 거의 혼자 살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도 거의 언제나 그녀는 혼자였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 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만족스럽고 풍요롭고 또 훌륭한 삶을 살았는지를 말이다. 그녀 삶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은 아마도 모든 것을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실행하며, 혼자서 조율하는 자율(autonomy)’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통상적인 기준과는 상관없음, 이 또한 자율 다음으로 그녀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말일 것이다.’(p.45)

 

결국에 매클린톡은 혼자 산 게 아니었다. 옥수수와 교감하며 살았다. 세포를 관찰할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은 걸 보아도 더 많은 걸 볼 수 있었다. 현미경을 타고 내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주위를 빙 둘러보는 방식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염색체 하나라도 상세한 부분까지 초점을 맞춰 열심히 파고들다 보면 마침내 옥수수라는 생명 전체가 살아가는 일반적인 생명의 원리, 생명의 느낌에 대해 더 잘 배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p.175)

매클린톡은 아마 옥수수와 물아일체가 된 것 같다. 밭에 있는 모든 옥수수들을 빠짐없이 알고 있을 정도로 옥수수의 내밀한 면까지 관찰하고 옥수수라는 생명과 소통했다. 그녀가 대학생시절 시험시간에 본인의 이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신(육체)을 잊고 연구에 몰입한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집중력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육체는 그토록 번거롭다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되었어요. 그냥 보고 듣고 느끼며 좋아하는 게 더 중요한데, 대개의 형식은 오히려 그걸 차단하는 쪽이잖아요.’(p73)

 

어렸을 적 그녀의 부모님은 앞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기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믿어주는 편이었다. 심지어 바바라는 싫어하는 담임선생님과의 반이 바뀔 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아도 그녀의 부모님은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의 태도를 존중해 주었다.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던 그녀는 세상에 맞서 싸우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뭐라 하든 개의치 말고 묵묵히 자신이 가고 싶은 길로 계속 가겠다는 원칙을 지켰다.

 

불안한 자신의 길을 가는 법

 

어렵게 간 코넬대학의 옥수수 밭에서 즐거웠던 대학생활이 끝날 쯤 그녀와 함께 공동작업을 하던 로우즈와 비들은 성공과 출세에 대한 계획이 있었지만, 바바라 매클린톡에게는 그런 구체적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그녀 마음속에는 그녀가 몰두하는 실험생각밖에 없었다. 취직 같은 문제는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었고 30대 중반을 훌쩍 넘은 다음에야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고 한다.

매클린톡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식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혹독한 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p.129) 나는 요즘 느끼고 있다. 전에 근영샘 강의에서 스피노자는 우리에게는 두가지 길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가기 쉽지만 자유롭지 못한 길과 다른 하나는 가기 어렵지만 자유로운 길이다. 바바라 매클린톡은 혹독한 값을 치르며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갔다.

매클린톡은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당하던 시절을 통해 그녀 나름대로 정신적 희열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활양식을 개발할 수 있었다. ‘번잡한 인간관계를 피해 한 조각 자연과 내밀하게 소통하면서’(p.154) 그녀는 독특한 자기긍정, 자기확신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절에도 학문의 세계와 연결되는 최소한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제도권에서 소외된 채 그녀는 스스로를 더 단련시켜야 했다. 혼자 가야했던 그 과정에서 그녀의 작업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독특해졌고 다른 과학자들과 확연히 구분되어졌다. 결국 그녀는 추호의 동요도 일지 않는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p.177)를 얻을 수 있었다.

뒷부분이 어떤지 아직 모르지만 서문에서 읽은 것처럼 결국엔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면서 살게 되었다. 내가 요즘 느끼는 과정의 불안함을 매클린톡의 자율과 세상의 통속적인 기준에 상관없이그냥 보고 듣고 느끼며 좋아하면서 가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다. 책의 뒷부분이 참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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