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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청백전 마늘쑥쑥조] 시즌3 <산시로> 발제 (2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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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호미 작성일19-06-02 21:47 조회124회 댓글0건

본문

 

현실 세계속 산시로

 

 

산시로는 촌놈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 촌놈이 도쿄에 올라와 어떤 현실들을 겪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겪음은 묘하다. 산시로의 상경 생활에서는 현실의 분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독 산시로가 내게 술술 읽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마치 산시로의 삶이 근대 이후 나에게로까지 쭉 이어져 있는듯한 느낌이다. 산시로는 삶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도쿄의 풍경 앞에 선 산시로

산시로는 도쿄에서 아주 많은 것에 놀랐다. 전차가 땡땡 종을 치는 것도 놀라웠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 전차 속을 오가는 모습도 난생 처음 보았다. 그 중 압권은 도쿄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마루노우치 빌딩. 그런데 이것들을 마주한 산시로의 감상은 단순한 놀람이 아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는 듯이 보였고 동시에 또 모든 것이 건설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엄청난 변화였다.이 격렬한 활동 자체가 곧 현실 세계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현실 세계와 털끝만치도 접촉하지 않은 게 된다.세계는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가세할 수는 없다. 내 세계와 현실 세계는 하나의 평면에 나란히 있으면서도 조금도 접촉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현실 세계는 이렇게 움직이며 나를 남겨둔 채 가버린다. 심히 불안하다.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현암사, 36-37)

 

산시로가 도쿄의 풍경들 앞에서 느끼는 것은 내 세계현실 세계사이의 괴리, 그로 인한 불안이다. 산시로가 보기에 도쿄는 모든 것의 파괴와 모든 것의 건설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 엄청난 변화의 속도 속에서, 그는 자신이 현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불안해지는 것이다.

불안 속에 있는 산시로의 삶은 찌질함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전철에서부터 함께 한 여자와 어쩌다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을 때, 산시로는 도쿄 여자 앞에서 어찌할 줄을 몰라 하다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 그 말을 들은 산시로는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기가 팍 죽는다. 이 장면은 참 이상하다. 여관에 있는 내내 일행이 아님을 똑바로 밝히지 못했고, 그렇다고 자기를 따라온 여자랑 시원하게 할 거 다 한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꿍시렁 거리기만 하다가 도달하는 결론이 뭔 줄 아는가? ‘교육을 받은 자신에게는 달리 취할 방도가 없다는 것. 뭥미?

도쿄의 속도와 산시로가 받아온 교육은 그로 하여금 어떤 행동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산시로는 어딘가에 남겨진 채 불안에 떨고만 있다. 이처럼 그가 현실 세계와 접촉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현실 세계

산시로가 보기에 현실 세계와 접촉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다. 학자인 노노미야는 의도적으로 현실 세계와 멀어지려는 듯 보이는 사람이다.

노노미야는지하실 바닥을 근거지 삼아 흔연히, 그리고 꾸준히 연구에 전념하고 있으니 대단하다. 하지만 아무리 망원경 안의 눈금이 움직였다고 해도 현실 세계와 교섭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노노미야는 평생 현실 세계와 접촉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이 조용한 공기를 호흡하기 때문에 저절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나도 차라리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살아 있는 세상과 무관한 생애를 보내는 건 어떨까?

(같은 책, 43)

 

산시로가 대학에서 만난 노노미야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길 좋아하는 학자다. 아픈 누이동생이 자신을 불러낸 이유가 단지 오라버니를 보고 싶어서라는 걸 알고는,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산시로의 눈에 그런 노노미야는 살아있는 세상과 무관한 생애를 보내는이다.

학자는 세상에 있으면서도 세상의 사물을 연구하는 데에 온 힘을 쏟기 때문에 사실상 살아가는일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학자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다. 그렇기에 노노미야는 지하실 바닥을 근거지 삼아 살아간다. 그가 세상을, 사람을 연구하는 마음으로 대할수록 애정은 엷어진다. 그런 것보다는 좀 더 정확한 데이터의 파악 같은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시로 역시 대학에 와서 꿈꿔왔던 강의를 들으며 그런 인텔리가 되어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사사키 요지로라는 날라리 친구를 만나면서 그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는 살아있는 머리를 죽은 강의에 가두면 살아남을 수가 없네.”라는 요지로의 말에 이끌려 같이 수업을 째고 전차를 타러 간다.

노노미야도 그렇고 요지로도 그렇고 현실 세계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는 둘이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노노미야는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그것을 탐구대상으로 삼는 반면, 요지로는 어딘가에 진짜 현실이 따로 있을 거라 믿으며 를 그 진짜 현실 속으로 밀어 넣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간의 분리는 산시로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도쿄교육이 뭐길래 산시로의 인물들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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