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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전 마늘쑥쑥조] 시즌3 <정신요법의 기본문제> 후기 (2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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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쓰담쓰담 작성일19-05-21 23:44 조회1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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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백전 세미나에서는 융의 두 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바로 <정신요법의 기본문제>! 굉장히 학문적으로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책 내용은 실용적인 질문들로 가득했습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융이 의사로서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담겨있었던 것이지요.

 

당시의 정신과 의사는 환자들의 심리를 분석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환자가 들려주는 얘기를 바탕으로 의사가 그들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실행하는 게 정신치료의 과정이었죠. 이 속에서 의사는 권위를 지닌 자로서 환자에게 접근합니다. 의사는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환자를 바라보고 충고를 합니다. 하지만 과연 모든 환자가 기존 이론에 들어맞을 수 있을까요? 융은 보편적인 정신 분석에 포섭될 수 없는, 혹은 포섭되기를 거부하는 환자들에게 주목합니다. 그리고 권위를 가진 의사로서가 아니라, 마찬가지로 편견을 갖고 신경증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환자에게 다가갑니다.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된 정신치료의 문제점의 분화와 심화는 결국 의사와 환자 사이의 최후의 대면은 의사의 인격을 포함시켜 생각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 , 치료 효과는 첫째로 의사와 환자의 치료적 상호 관계Rapport(프로이트의 용어로는 전이轉移)에 의해 좌우되며, 둘째로 의사의 인격에서 우러나는 설득력과 관찰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칼 구스타프 융, 정신요법의 기본문제, , p.21)

 

이때 의사에게 필요한 건 지식도 권위도 아닌, 환자에게 치료의 길잡이가 되어 줄 인격입니다. 그는 환자 역시 자신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환자를 대합니다. 기존의 어떤 선입견에도 의지하지 않고 환자 개인적인 치유의 길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따라서 환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발전은 그들이 스스로 수정하지 않는 한 타당한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융이 말하는 의사의 태도는 우리가 관계를 맺을 때도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대해 시비를 따지고 판단합니다. 보다 우월한 의사의 위치에 서서 타인을 진단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그 판단 역시 자신의 기준에서 나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판단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의 말이 나온 맥락을 찾으려고 할 때, 비로소 타인과 치료적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융은 말합니다.

 

세미나에서는 융이 말하는 의사의 태도가 마냥 상대를 좋게만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요즘의 상담은 힐링이라느니 해서 위로하는 데 그치지만 융은 환자에게 결코 좋은 말만 하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정신치료의 대상이었던 신경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신경증은 지나친 의식화에서 생깁니다. 모든 것을 이성, 합리로만 해석하고 거기서 이탈하는 무의식을 짓누를 때 발생하는 것이죠. 따라서 신경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지나친 의식화에서 벗어나 무의식과 마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식을 고집하는 자에게 이런 과정은 결코 편안하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심혼과 충동 사이의 결합이 항상 조화로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갈등에 찬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치료의 주목적은 환자를 상상할 수 없는 행복으로 이끌어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고통을 참는 철학적 인내와 꿋꿋함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삶의 전체성과 충만을 위하여 기쁨과 고뇌의 균형이 요청된다. (앞과 같은 책, p.65)


의식이 견고한 자일수록 그 의식을 뒤흔드는 무의식을 고통스럽게 느낍니다. 융은 그 고통을 피하거나 숨기지 말고 기꺼이 참아내라고 말합니다. 행복은 고통을 피할 때 오는 게 아니라, 고통을 참아내고 대면하여 고통을 더 이상 고통으로 여기지 않을 때 찾아옵니다. 고로 고통 없는 행복이란 사실 존재하지도,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  우리 시대의 '힐링'은 진정한 힐링이 아닌, 고통의 외면이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책쯤 되니 융과도 슬슬 친밀함이 생긴 것 같습니다. 처음엔 한 장도 넘기기 힘들었던 책이었는데, 이제는 즐기면서 읽게 된 것 같아 기쁘네요. 다음에는 <정신요법의 기본문제>를 끝까지 읽어옵니다. 그럼 다음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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