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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별곡]8. le MONDE diplomatique - <‘행복한 나라’부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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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9-14 11:39 조회27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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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덟 번째 석영별곡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글은, 르몽드디플로 9월호에서 찾은 <‘행복한 나라’부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글입니다.

이번 달 르몽드는 왠지 사진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글 역시 사진작가 이상엽씨가 쓴 글인데요, 사진과 권력에 관한 이야기로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행복한 국왕의 행복한 백성들




행복한 국왕의 인사



그렇게 차륙한 공항에서 우리가 처음 마주하는 것은 부탄 왕 가족의 사진. 왕추크 가문의 5대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37)이 왕비, 왕자와 함께 있는, 아주 행복한 분위기의 사진이다. 마치 우리에게 ‘행복한 나라 부탄에 잘 오셨습니다’하고 인사하는 듯하다.

부탄에 도착한 글쓴이는 공항에서부터 부탄 5대 국왕의 가족사진을 마주합니다. 처음엔 이 사진이 친절한 인사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공항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부탄의 대합실, 까페, 호텔 어느 곳이든 왕가의 사진이 붙어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글쓴이는 발터 벤야민을 떠올립니다.




사진들의 아우라


발터 벤야민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예술노동의 결과인 유일무이한 예술품에서 뿜어져 나와 대중을 복종시키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우라의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우라를 이용하며 광적으로 미술품을 모으고 전당을 지은 히틀러와 나치를 증오했지요. 그는 히틀러를 ‘아우라에 사로잡힌 독재자’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독재에 맞설 무기로 그가 제안한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기계복제 되는 예술. 무한복제 되기에 원본을 필요 없게 만드는 예술. 그리하여 원본만이 지닌 아우라가 붕괴 돼버린 예술. 그것이 벤야민이 파악한 사진의 본질이다. 이렇게 사진은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기에 독재의 이데올로기에 맞설 만한 무기였다.

벤야민은 사진은 무한 복제되기 때문에 ‘원본’이라는게 필요가, 의미가 없으며 그래서 아우라가 붕괴된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예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독재의 이데올로기에 맞설 만한 무기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부탄 왕의 사진은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대중적이고 아우라가 붕괴된 예술이 아닌 듯 합니다. 그 사진들은 분명히 왕의 권위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아우라는 글쓴이가 놀랐듯이 사방에, 곳곳에 사진이 붙어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사방이 권력자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으면, 국민들에겐 어떤 마음이 일어날까요?





국민을 둘러싼 선량한 왕의 시선



이렇게 한 사회 안에, 특정한 인물의 사진들이 곳곳에 빠짐없이 배치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도처에 놓인 사진들이 이 왕의 권위를 벗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다한 시각점유를 통해 인식마저 지배하게 된다. 그래서 왕의 사진을 보는 이들은 어느덧 세뇌가 돼버린다. 왕은 언제, 어디에서든 당신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왕의 신민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지 감시할 것이다. 게다가 그 왕이 매우 선량하(게 보이)며, 사심 없이 백성을 사랑한다면(적어도 그렇게 느끼게 한다면), 그의 모습을 보는 이에게 윤리적인 갈등까지 선사할 것이다.

저는 이렇게 곳곳에 왕의 사진이 걸려있다는 부탄의 이야기를 듣고, 조지오웰의 소설 1984가 생각났습니다. 그 사회는 빅브라더의 통치 하에, 사방에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모든 사람들의 행동과 대화를 감시하는 사회인데요. 물론 이 사진들이 그런 감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사방에 걸려있는 왕의 사진들로 인해 한 시도 왕의 존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상상은 잘 안가지만 왠지 그 왕을 믿지 않고(지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있기 힘든 일이기도 하면서, 너무 괴로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한 모든 이들이 암묵적으로 왕의 통치에 동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역시 왕의 사진을 보는 이들은 세뇌가 되며, 심지어 그 왕이 매우 선량하게 보인다면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윤리적 갈등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4대 국왕 싱계 왕추크는 스스로 왕좌를 내놓고 권력을 국민들에게 내놓았다고 ‘선량한 왕’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사실 입헌군주국으로의 전환은 부탄이 저개발과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방을 선택하면서, 개방은 결국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불러올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택한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정당이 있긴 하지만) 부탄 정당의 전부에 가까운 부탄평화번영당과 인민민주당이 모두 왕당파이므로, 단지 간접지배방식을 취했을 뿐 왕권을 내려놓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은 선량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부탄 국민의 행복


특히 4대싱계가 주창한 국민행복지수는 부탄국민을 한 데 모으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도무지 비교할 대상을 알 수 없는 대다수 농민 백성들에게 행복한지 묻고는 스스로 1위라고 답하는 이런 방식은 실제 유엔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행복지수 평가 97위라는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 사실 부탄은 문맹률35%, 도시 실업률 30% 이상, 영아사망률 1천 명 당 33.9명이다. 한 마디로, 외견상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탄 국민 91.2%가 “나는 행복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글쓴이는 뒤이어 이야기합니다.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앞에 ‘사실 당신은 행복한 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국왕의 사진을 보며 왕의 행복한 백성으로 소박하게 살아간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문화상대주의의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글쓴이의 말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이들의 행복은 뭘까?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의심하는 것이지요.


문맹률과 실업률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냥 국왕의 사진이 여기저기에 붙어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뭔가 이상합니다. 이들은 그냥 국왕을 위해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일종의 안정감 같은 걸 느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국왕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뭔가 잘 굴러가고 있고 나는 그 안전한 보호 아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선량한 국민으로써의 행복입니다.




국민을 '잡아두는' 아우라


하지만 부탄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외부와의 접촉에 점점 눈을 뜨고 있다. 특히 도시 젊은이들은 실업과 저임금으로 힘겨워하며 호시탐탐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군대도 없고, 경찰력을 동원한 폭력적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부탄에서, 이들을 통제할 유일한 방법인 사진 이미지를 통해, 국민을 행복에 취하게 하는 ‘사진 아우라’라는 아이러니함을 발견한다.
벤야민이 살아 돌아와 부탄을 방문한다면, 저 해맑게 웃는 국왕 사진이 뿜어내는 저 선한 권력의 아우라를, 뭐라고 해석할까?

부탄은 이제 막 개방을 통해 외부와의 접촉에 눈을 뜨고 있다고 합니다. 점점 다른 나라, 세계의 현실을 보게 되고 자신들의 상황도 새롭게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크게 변하지 않고 예전처럼 살도록 잡아두는 것 역시 어떤 경찰력도 아니고 행복한 국왕의 사진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라는 점이 참 독특합니다. 선량한 국왕의 모습을 보며 생기는 윤리적 갈등일까요? 그래도 이제 그들의 행복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사진의 아우라가 그들을 마냥 ‘행복하게’하는 것이 아니라 ‘잡아두는’힘에 좀 더 가깝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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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소민님의 댓글

소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부탄 곳곳에 붙어있는 국왕의 사진이 궁금해지네.
약간 북한 여기저기 붙어있는 김정일 동지 사진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

부탄의 국왕들은 정말 '선량'한 걸까?
아니면 단지 선량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걸까?

석영님의 댓글

석영 이름으로 검색 댓글의 댓글 작성일

글쓴이도 북한을 못가봐서 비교를 할 수 없었다고 썼던 거 같아요! ㅎㅎ
아마 보고있으면 비슷한 기분일 거 같아요. 북한이 어떤지 모르겠는데 부탄에서 왕의 사진은 가족사진도 있고 웃고있는 사진 등등 다양한 장면들이었어요! 한가지 사진이 아니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