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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본기(5)>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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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옥상 작성일15-03-24 20:20 조회1,906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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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짧게!?

 

항우의 비극적 최후를 생각하면, 항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경극식 화장발에 화려한 머리장식과 복장, 경극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장국영張國榮. 그는 자살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우리에게 남았다. <패왕별희覇王別姬> 고사의 실제 인물인 초 패왕, 즉 항우도 우리에게 그의 최절정의 모습을 남기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아닐까.

때는 바야흐로 초한 간의 전쟁이 바야흐로 4년이 지나갈 무렵이다. 총 70여 회의 전쟁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승승장구하던 항왕이 어느 샌가 한왕에게 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고작 한 번, 두 번. 그런데 너무 잘 나갔기 때문일까, 어느 날 닥친 한 번의 패배에 항왕은 휘청인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달도 차면 기울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항우는 너무 젊고 뛰어났기에 몰랐던 걸까, 자신의 청춘만은 영원할 거라고 믿은 걸까.

 

"항왕은 해하에 진지를 구축했다. 병사는 적었고 식량은 바닥나기 시작했으며, 한나라 군사들과 제후연합군들이 그들을 몇 겹으로 포위했다. 야간에 한나라 군영의 사면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항왕은 이에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한나라가 이미 초를 얻었단 말인가? 어찌 저쪽 진영에 초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한왕은 이에 밤에 일어나, 자기 진영에서 술을 마셨다. 항우는 우虞라는 이름의 미인을 총애하여 항상 데리고 다녔고, 준마 추騅를 항상 타고 다녔다. 이때 항왕은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강개한 나머지 스스로 시를 한 편 지었는데,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하지. / 때가 이롭지 않으니, 명마 추가 나아가지 않네. /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 / 우희여, 우희여, 그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래 곡조를 몇 번 거듭하자, 우희가 이에 화답하여 노래를 불렀다. 항왕이 슬피 우는데 몇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좌우도 모두 우니, 그를 우러러 바라볼 수 없었다."

 

위 항우가 부른 <해하가垓河歌>의 원문은, “역발산혜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 시불리혜추불서時不利兮騅不逝. 추불서혜가내하騅不逝兮可柰何, 우혜우혜내약하虞兮虞兮柰若何!”이다. 혹자는 노래가 잘 나가다가 왜 마지막에 우희에게 너를 어찌할 것이냐고 물은 저의가 뭐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우희를 두고, 혹은 그녀를 지키지 못하고 마지막 일전을 준비해야 하는 벼랑에 선 항우의 심정을 엿볼 수도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노래의 마지막 구절 때문일까, <사기>에는 우희가 화답했다고만 되어 있지 그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궁금했나 보다, 우희가 어떻게 화답했을지. 그래서 만들어진 우희의 노래와 그녀의 결말은 다양하다.

 

"한나라 병사가 이미 땅을 차지하였기로,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 소리가 들려오네. / 대왕의 의기가 다하였으니, 천첩이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漢兵已略地, 四方楚歌聲. 大王意氣盡, 賤妾何聊生.)"

 

그래서 우희의 운명은 어떻게 됐냐고? 노래 속 가사처럼 우희는 죽었다고 한다. 어떻게? 일설에는 항왕의 퇴각길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 연회를 준비하고 칼춤을 추다가 항왕이 한눈 파는 사이에 칼로 목을 베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항왕이 잠든 사이에 자결했다고도 한다. 어쩌면 계백장군처럼 항왕이 그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본다. 상황 자체가 항왕의 성격과 어이없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무지 센치한 시츄에이션.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 소리가 들린다고? 흠, 한왕이 초나라 군사와 백성을 참 많이도 잡은 모양이군. 그렇다면 빨리 군사를 내어 그들을 구해야겠군! 항왕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하고 적진으로 말을 달리지나 않았을까. 그런데 슬픈 노래를 부르고 강개함에 ‘부르르’ 했다니. 간혹 항우도 인간이니 컨디션이 나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우울한 항우 옆에서 우희가 청승을 떠니, 엎친 데 덮친 것처럼 항우는 급강개한 것일까. 그러면 영웅을 사랑하는 운명의 장난이랄 수밖에.

 

 

누구는 항우의 마지막을 보고 인생 한 방이라는 말도 한다. 너무 승승장구했기에 카운터 펀치 한 방에 훅 갔다는 거다. 젊어서는 사서라도 고생을 해야 하고, 실패도 해야 한다^^ 그래야 내성이 길러지지. 또 누구는 항우의 액면 나이는 31세이나 그의 근육 나이는 100세는 됐을 거라고 한다. 100년을 살 생명 에너지를 그는 31년 동안 다 소진했다는 설이다. 또 누구는 명리학적으로 푼다. 나는 그건 잘 모르니 생략. 어쨌든 아직 항우는 죽지 않았으나, 그의 운명의 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젊은 영웅의 불꽃같은 마지막. 사마천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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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옥상님의 댓글

옥상 작성일

지난 번 후기가 늦었습니다. 후기 둘을 올리니, 댓글 성실자 금강석 샘, 어여 댓글 달아주세요^^

금강석님의 댓글

금강석 작성일

역발산 기개세! 
一治一亂을 알았더라면,
捲土重來를 하였건만은.

용씨님의 댓글

용씨 작성일

항상 대노하던 항우가 처음으로 대경하더군요. 대경은 유방의 컨셉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