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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강감찬 청년고전학교

2030 강감찬 청년고전학교 강감찬 청년고전학교

1학기 1주차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한앎 작성일23-03-13 12:22 조회96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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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학교는 Destiny…! - 청년학교에 접속하기까지의 과정

정년이 보장되는 11년 다닌 직장을 퇴사한 지 열흘쯤 지났을까,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을 뭘하면서 보낼 지 고민하며 집에 누워서 유튜브를 시청하던 중 정말 아주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있는가’ 라는 주제의 고미숙 고전평론가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고,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라는 책을 읽고나서 ‘이래서 내가 퇴사를 했구나. 어쩌면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의 방식이 이거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운명에 이끌리듯 ‘감이당’, 그리고 ‘남산강학원’에 접속하게 되었다. 사주명리학에 가장 관심이 갔으나, 고미숙 선생님 말씀처럼 현장에서 친구들과 직접 마주하며 공부하고 싶었고, 집에서 남산강학원까지 두시간 반이 걸렸기에 오후에 시작하는 청년학교 수업을 신청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평소 생각만 많고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참여하고 싶은 열망은 있었으나, 수강 등록을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수능때도 수학점수 때문에 힘들어하던 친구들과 달리 나는 독해능력이 부족해서 언어영역 점수가 대학 선택에 발목을 잡았었고, 대학때도 취업준비하느라 자기계발서만 읽었지 고전은 아예 관심 밖이었고 읽어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기 때문이다. 첫수업 전에 미리 예습으로 <낭송장자>, <명랑철학>, <계몽의 시대>를 읽어보았는데, 역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글쓰기 수업까지 해야하는데,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설렘반 걱정반으로 남산강학원에 첫발을 들였다.

첫날이라 30분 전에 도착해서 문성환 선생님, 이윤하 매니저님, 처음 온 친구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청년학교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감이당과 남산강학원 공간을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강감찬TV와 지니TV에서 보던 이윤하 매니저님과 문성환 선생님을 직접 눈으로 보는게 신기했고(마치 연예인 보는 기분^_^;;) 처음 만나는 건데도 낯설지가 않았다.


## 1주차 수업

1교시‘강토크(강의&토크) 동서양 사유의 크로스’

1,2주차는 [장자 vs 니체] 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장자는 문성환 선생님, 니체는 이수영 선생님이 강의해 주셨다.

[장자] ‘대붕’과 ‘혼돈’ 두가지 우화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대붕우화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마리가 살았습니다. 이름은 곤이라고 합니다. 그 크기가 몇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곤은 변하여 새가 됩니다. 이름은 붕이라 합니다. 그 등 길이도 몇천리나 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힘차게 날아올라 날개를 펴면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았습니다. 붕은 바다가 크게 출렁이면 남쪽 검푸른 바다로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그곳이 바로 천지입니다. …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그것을 보고 비웃으며 말합니다. … 매미나 새끼비둘기가 어찌 대붕의 비상을 알겠습니까? 얕은 지혜로 깊은 지혜를 헤아릴 수 없고,… 천지의 기운과 하나되어 자연의 무궁한 변화를 따르면서 자연의 무한한 경지에서 노닐 수 있다면 달리 의지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지인은 자기를 의식하지 않으며, 신인은 성과를 의식하지 않으며, 성인은 이름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혼돈우화
{남쪽바다 임금은 숙이고, 북쪽바다 임금은 홀이며, 중앙의 임금은 혼돈입니다. 숙과 홀은 자주 혼돈의 땅에서 만났습니다. 혼돈은 그들을 잘 대접하였습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방법은 의논했습니다. "사람에게는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지요. 이 구멍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에게만 이 구멍이 없으니, 이제 이 구멍을 뚫어줍시다." 하루에 한 구멍씩 뚫었습니다. 이레가 되자 혼돈은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장자는 곤이 변하여 붕이 된 것처럼,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닌 전혀 다른 나로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며 홀과 숙 사이에 혼돈이 있는 것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한계를 함부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니체]
1. 귀족,강자,능동적 가치평가 “나는 선하다. (자기긍정) 그로므로 너는 악하다.”(부차적 결론)
2. 노예,약자,반작용적 가치평가 “너는 악하다. (타자부정) 그러므로(이중부정) 나는 선하다.”(이중부정에 따른 긍정)

니체는 노예적 가치평가가 근대에 세상을 지배하는 형태라고 말하며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외적 자극(현실)을 소화하거나 망각할 능력이 없을 때 상처를 받고 비난할 대상을 찾게되며 현실도피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2교시 ‘글쓰기 : 사유의 지도 그리기’

나를 포함한 8명의 친구들과 이윤하 매니저님과 함께 <계몽의 시대>를 읽고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학교 시즌1을 이미 마치고 시즌2에 참여한 친구가 3명, 청년학교는 처음이지만 철학과를 나온 친구가 2명이나 있어서 그런지,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막힘없이 자연스러움에 놀라웠고,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앞으로도 배울점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수업 후기

장자와 니체를 한 수업으로 묶어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수업을 들으면서 장자와 니체의 이론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보았다. 장자의 “변화”,“혼돈”이라는 키워드와 니체의 “현실도피”라는 키워드. 나에게 있어서 그 두 키워드는 크게 다른 뜻이 아니다. 최근 내 삶에 가장 큰 변화인 “퇴사”는 니체가 말한 ‘ 불행한 현실로부터의 도피’ 이자, 장자가 말한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고 싶다, 수동적인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변화의 열망’이었기 때문이다. 니체의 말처럼 퇴사 직전의 나는 노예적 사고방식에 충만해져 있었다.

전문직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 행정 업무에 대한 회의감, 지자체 정책에 따라 사업을 수행해야하기에 공무원에게 평생 을로서 충성해야 한다는 패배감, 고리타분한 정책으로 세금이 이렇게 곳곳에 새어나가고 있다는 분노, 일 못하는 사람은 놀면서 월급받으며 회사다니는데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면 일만 더시키고 그에 대한 성과나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용만 당하는 부당함, 그에 따라 대충 일하고 서로 덜 일하려고 떠넘기는 신경전, 낙하산과 사내정치, 부조리등이 10년이 지나도 전혀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 그 어느 하나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결정할 수 있는게 없다는 데에서 오는 무력감,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선배 하나 찾기가 어려운 인간군상에 대한 질림, 라떼와는 다르게 오히려 눈치 봐야하는 후배들까지, 해가 갈수록 모든 게 다 숨이 막혀왔다. ‘아, 이런 게 현대판 노예 아닌가’ 라는 생각과 60살까지 이 노예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끔찍함. 이런 자의식과 인정욕구로 무거워진 존재감. 유일한 돌파구였던 여행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 노예가 노예로서의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 어느 쪽의 쇠사슬이 빛나는가, 더 무거운가 등.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있지 않는 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노예들을 묶고 있는 것은 사실 한 줄의 쇠사슬에 불과하다.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 노예의 옷을 입고 목에 굴욕의 끈을 휘감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게도, 현대의 노예는 스스로가 노예라는 자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노예인 것을 스스로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기까지 한다.-리로이 존스”

나의 11년간의 직장생활이 현대판 노예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규직은 누군가에게는 안정되고 행복한 미래일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뛰쳐나가지 못하게 하는 수갑 또는 족쇄와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일을 한다 하더라도 그 노력의 결과가 오롯이 나의 성과로 연결되는 노예가 아닌 주체가 되는 일을 하고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백수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변화’를 꿈꾸며, ‘직장이라는 현실을 도피’하였다.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 있는 오직 앞만 보고 죽도록 달려가게끔 만드는 고정된 매트릭스에서 탈피-<계몽의시대>’하고자 하였다.

앞으로의 청년학교 수업이 장자가 말한 “지금까지와의 다른 내가” 되기 위해 “큰 지혜”를 얻게 되고, 니체가 말한 ‘능동적, 주인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행복한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계몽의시대>에서 말한 ‘얼빠진 스케줄로부터 빠져나와, 코드화된 방향을 벗어나, 삶과 지식의 새로운 배치를 구성하고, 새로운 리듬을 만들기’를 바란다. 또한, ‘배움’에는 ‘지식’만큼이나 ‘관계’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았기에, 같은 공부를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청년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크고 값진 일인지도 경험하고 싶다.

1주차 수업 준비를 위해 책을 읽으면서 책 한장한장 넘기기가 너무 힘겨웠는데, 신기하게도 강의는 정말 재미있었다.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말로 짧게 요약해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셔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강연하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얼마나 긴 시간을 갈고 닦아야 그렇게 강의를 할 수 있을까.

편도 두시간반, 왕복 5시간을 직접 운전 하려니, 역시 저질체력이라 힘이 들었다. 수업이 있던 다음날 아침, 힘든 몸을 이끌고 수영을 다녀왔더니, 기어이 몸살이 났다. 월요일인 아직까지도 다 회복이 안되어서 2주차 수업 준비도 아직 못했는데, 멀쩡한 컨디션으로 다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기차도 타보고 버스도 타보면서 최적의 이동방법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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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능동지영님의 댓글

능동지영 작성일

컨디션이 좋지 않으신데도 이렇게 상세하고 재밌는 후기를 써주시다니! 주체로서 나아가는 길에 도반이 되어서 기쁘네요 :)

보라보라님의 댓글

보라보라 작성일

"코드화된 방향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리듬을 부여하는, 삶의 주인이 되는 여정! 환영 & 응원합니다~! 후기 잘 읽었어요 :)

한앎님의 댓글

한앎 작성일

후기가 아니라 일기가 되어버린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