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강학원

본문 바로가기
남산강학원을 즐겨찾기에 추가
사이트 내 전체검색

아는 만큼 살고, 아는 대로 산다! 공부가 밥이 되고, 우정이 되고, 삶이 되는 향연! 즐거운 배움의 향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청년공자스쿨 4기 청공 4기

청공 3기 4학기 안녕! (feat. 일상에서 혁명하기 천도복숭아)

게시물 정보

작성자 류수정 작성일19-07-19 17:03 조회258회 댓글1건

본문

여름 과일 중 천도복숭아가 가장 좋다. 앞니로 꽉 물을 때, 부서지는 쾌감, 앞니로 베어 문 큰 조각을 어금니로 아작아작 씹어 부시고, 그 부셔짐에 나오는 상콤한 향과 맛은 항상 나를 흥분시킨다. 온전한 과일 하나를 지루함에 다 먹지 못하는 나에게 천도복숭아는 매번 산뜻함으로 다가오는 과일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천도복숭아를 가방에서 꺼내었다. 천도복숭아 한 알에는 다양한 빨간 색이 있다. 붉은 빛을 담은 쪽은 햇빛을 많이 받아 달지만 씹는 맛은 조금 덜하고, 주황과 노랑사이의 빛을 담은 쪽은 햇빛을 덜 받아 강하고 억세게 씹어야해 씹을 때 통쾌하지만 많이 시다. 오늘 나는 주황과 노랑사이의 빛을 담은 쪽을 먼저 베어 물었다. 올해 첫 천도복숭아, 입을 쩍벌어 베어 물었다. 그러나 내 앞니는 지난여름을 기억하지 못하였는지, 담대하게 절취하지 못하였다. 그러면 어떠한가 다시 한 번 더 베어 물면 그만이다. 앞니로 다시 베어 무니, 역시나 강하고 억센 질감이 느껴지며, 과육이 뜯겨져 나가는 쾌감이 느껴진다. 어금니로 옮겨서 아삭아삭 씹으니, 신맛과 특유의 향이 나기 시작한다. 순간의 행복을 느낀다. 읽고 있던 글을 멈추고, 천도복숭아를 찬찬히 보며, 다음은 어디를 베어 물지 생각하며, 천도복숭아 한 알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었다. 여름이 왔다. 겉의 큰 과육을 다 먹고, 씨앗에 붙어있는 과육을 먹기 시작하였다. 씨앗 가까이 붙어 있는 과육은 신맛이 더 강해서, 어디까지 먹고, 어디까지 포기해야 할 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도전을 외치며 씨앗에 더 가까운 과육을 먹을 때는 두근두근 하기까지 하다. 너무 시어서 몸서리를 치지만,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버스 안에서 천도복숭아와 내입이 그렇게 짝짓기를 하며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너무 즐거웠다. 그러면서 천도복숭아가 품고 있는 바람, 햇빛, 흙 등이 궁금해 졌다. 천도복숭아 한 알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다. , 질감, 향 까지 한 알 한 알이 다 다르고, 완전하다. 천도복숭아를 대면하고 있으면 우주를 대면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과자를 먹고 있는 내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과자는 그 어떤 이야기도 없다. 같은 빛깔, 같은 질감, 같은 향을 가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다른 빛, 질감, 향을 가지고 있으면 상했다고 생각하고, 또는 욕을 하면서 그냥 휴지통에 버리고는 한다. 과자에는 어떠한 문맥도 없고, 어떠한 이야기도 없다. 그냥 예상 가능한 맛, , 질감이 있을 뿐이다. 내가 기분이 나쁘고, 정신적으로 허할 때, 특정한 맛을 소유하고, 특정한 질감을 소유하고 싶을 때 과자를 먹는다. 과자는 백발백중 내가 아는 고정된 맛을 주기 때문이다. 과자를 먹을 때, 나는 과자를 보면서 상상하지 않는다. 어디를 베어 물든 똑같은 맛, 똑같은 향, 똑같은 질감이 난다. 그러니 과자를 볼 일도 없고, 과자가 품고 있는 어떠한 이야기도 궁금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아는 고정된 맛을 주느냐? 주지 못하느냐? 이 정도이다. 이 생각을 하면서 정말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모든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품들이 나를 길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문맥도 없이 고정된 맛을 생산하는 과자, 라면, 인스턴트 식품 안의 이야기는 지워져 있다. 그것을 소비하는 나는 점점 상상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맛에 관한 감각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항상 고정된 상품을 소비하면서, 나는 점점 고정된 사람이 된다. 나도 슈퍼마켓에 진열된 사람이 된다. 그렇게 상상하니 정말 과자에 독이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자를 먹느니, 과일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슈퍼마켓에 진열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다.


청공 3기가 끝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정말 일상에서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점들이다. 같은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1년 재밌게 놀았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댓글목록

김다솜님의 댓글

김다솜 작성일

감각에 무뎌지고 그런 무딘 방식으로만 산다면 사람 대할 때도 나를 대할 때도 무딘 인간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러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