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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 4기 청공 4기

청공4기 2학기 에세이

게시물 정보

작성자 제니퍼 작성일19-07-06 15:42 조회1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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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7. 07 / 청공4기 2학기 에세이 / 사피엔스 / 김미솔

 

돈과 과학과 욕망과 상상

 

사피엔스를 읽으며 적어놓았던 메모들을 참고하여 나의 느낌과 생각의 파편들을 이번 에세이에 담아보았다.

 

돈과 과학

나는 취준생이다. 취업은 멀고도 험난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제일 힘들다. 여러 절차들이 있고, 준비할 것들도 많지만, 그 중 내게 가장 힘든 것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다. 너무도 싫다. 자소서 한 자를 쓰느니 나가서 청소를 하는 게 낫겠다 싶을 지경이다. 왜 이렇게 자소서 쓰는게 힘들까?

 

사피엔스를 읽는 도중에, 문득 나에게 자소서가 힘든 이유를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과학혁명 이후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서로에게 요구하고 요구당하는 것이 있다. 바로 ‘증명’이다. 과학은 관찰을 하고 증명을 한다. 설상가상으로 자본과 과학이 만나서 이제는 개개인들이 인적자원이 되어 노동시장에서 자신들을 증명해보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소서는 ‘나’ 라는 상품을 제발 사달라고 쓰는 글인 동시에, 이 상품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나고 좋은지 일일이 나열해야 하는 글인 것이다.

 

취준생들의 입장에서는 취업시장이지만, 채용하는 기업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그들은 고도의 ‘구조화된 채용’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끊임없이 너 자신을 증명하라고 한다. 자소서가 요구하는 건 무엇인가? 우리 자신을 증명해보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증명해보이려니 힘이 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아니라, 어떤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려니 힘이 든다. 사실은 나도 모른다! 모르는데 아는 척, 회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척, 척을 하려니 힘이 든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증명해보여야 하는가? 나의 가치를 증명해보여야 한다.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인적 자원이며, 나를 채용했을 때 회사가 누릴 수 있는 이득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어떻게 해야 ‘과학적으로’ 잘 증명할 수 있을까? 과학은 ‘수치’를 좋아한다. 숫자를 좋아한다. 숫자를 들이밀면, 그것은 과학적인 것이 되고, 사람들은 신뢰하기 시작한다.

 

숫자가 대체 뭐길래. 한편으론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하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의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떤 프로젝트에서 40% 이상의 성과를 냈습니다.‘해야 믿는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 과학과 비과학의 차이일까? 자본과 과학의 만남은 참 우리네 삶을 피곤하고 메마르게 만드는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회사가 나를 채용하여 얻고 싶은 이득과 똑같이 나 또한 회사에 취직하여 얻고 싶은 이득이 있다. 월급일 수도 있고. 그 회사의 명성일 수도 있다. 혹은 그 회사에 취직하여 해당 산업에서 배우고 싶은 지식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사실 나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이 시장에서는 누구도 이러한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구나. 그러니 부당하게 느끼다가도 그렇지만은 않기도 한다. 그냥 내가 을이고 그들이 갑인 이 상황이 짜증나는 것 일수도 있겠다.

 

자소서는 회사별로 다양한 문항들을 물어본다. 성격의 장단점. 성공경험. 입사 후 포부 등... 그런데 그 중 가장 힘든 문항은 다름 아닌 지원동기 이다. 너는 왜 이 회사에 지원하니? 이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기는 아주 힘들다. 하라리는 말한다. 사피엔스는 애초에 그리 과학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여기에 무슨 거창한 과학적인 이유가 있겠는가. 사실 다들 알고 있다. 우리는 돈 때문에 취직한다. 그런데 마치 그게 아닌 양 쓴다. 나도 썼다. “너희 회사가 가진 ‘성장가능성’을 보고 거기에 ‘기여’해보고자 지원하게 되었다.” 지원동기 문항을 적을 땐 마치 예술을 하는 기분이다. 사실인 듯 사실 아닌 사실 같은 답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최근 화두는 이렇다. “어떻게 믿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나의 가치를 믿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증명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뭔가 수치로써 그리고 과거 나의 성공경험들을 바탕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건 알겠지만, 내게 그런 수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그런 성공경험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그 때마다. 그 순간순간에 충실히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살아온 궤적들을 일일이 파고 분석하여 내 과거를 성공 혹은 실패로 낙인찍어야 한다는 사실도 슬프구나.

 

욕망

이쯤 되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고 이 과정이 어렵다면. 이 길에서 벗어나면 되지 않아? 다른 길도 있는걸 알잖아? 굳이 그 길을 고집하고 있는 건 너잖아! 이 바보야!

 

맞다. 맞는 말이다.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감이당에 와서 알았다. 나도 다른 길을 걸어보고자 공부를 시작했다. 이 길, 저 길 논하는 것이 우습지만, 이것은 결론적으로 욕망의 문제인 것이다. 자본의 욕망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 외 다른 것을 욕망할 것인가. 아참, 아예 욕망 자체를 없애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 길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나일까? 이게 비단 나 혼자만의 욕망으로 빗어진 고통일까? 이것이 어떤 개인의 욕망으로만 환원될 수 있는 문제인가?

 

최근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 시험을 준비할 당시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내가 잠을 잤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던 그것과 유사하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는 느낄 일이 없을 줄만 알았던 그 기분을, 시험합격 통보를 받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느끼고 있다. 뭔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 뭔가 상당히 망쳐버린 기분. 과연 나는 뭘 그렇게도 잘못했을까? 나는 무엇에 쫒기고 있는 것일까? 나를 쫒는 것은 무엇일까? 돈일까? 명성일까? 그건 아마 나의 욕망일 것이다. 채워도 채워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나의 욕망일 것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 자본의 시대에 자본을 욕망하지 않는다는 게 나는 참 어렵다.

 

우월감이 주는 쾌락은 엄청나다. 척추가 뻐근할 만큼 짜릿하다. 나치즘을 흉봤던 나지만 내가 우월감을 느낄 때 그 중독성을 되짚어보면, 나치와 공감이 가능해진다. 내가 과연 그들을 욕할 수 있겠는가. 현대사회에서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은 대부분 ‘부,’ ‘외모,’ ‘지식,’ 그리고 ‘명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나도 거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욕망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이것들이 주는 쾌락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알고보면 자본은 마약일 수도 있겠다. 우월이라는 쾌락을 주는 마약. 그 잠깐의 쾌락을 위해 우리의 욕망은 질주하고 있는가?

 

상상

유발 하라리는 다 상상이라고 한다. 이 단체상상으로 우리는 협력을 하였고 지구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한낱 상상이 아니다. 하나의 믿음체계이다.

 

돌아와서, 최근 나의 고민은, ‘취업시장에서 그들에게 나의 가치를 믿게 할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고민은 확장될 것이다. 이 모든게 상상이라면, 나도 상상을 해볼만 하다. 내가 상상의 발생지가 될 수 있다. 나의 상상을 퍼뜨릴 수 있다. 나는 무엇을 상상할 것인가? 옆에 사피엔스들로 하여금 어떤 것을 믿게 할 것인가? 그냥 나라는 상품을 믿게 할 것인가? 하라리가 말하길, 믿음이 작동하려면 내 자신이 먼저 그 가치를 강하게 믿어야 한다고 한다. 그때 비로소 옆에 다른 사피엔스들도 그 가치를 믿기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배우고 있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이 있다. 자본 대신에 그 가치들을 사피엔스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계속 배우고 나의 믿음부터 단단히 다지겠다. 그리고 더 잘 상상해봐야겠다. 우리가 자본 아닌 다른 가치도 함께 믿을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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