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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2기 청공 2기

청공 2기 2학기 첫주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성아 작성일18-08-09 00:25 조회1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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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를 시작하는 첫 주, 두 가지 테마가 상쾌하게 꽂혔다. 낭송과 사랑!


1교시에는 <호모 큐라스>에 대한 세실 언니와 민정 언니의 발제를 중심으로 토의가 이뤄졌다. <호모 큐라스>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었고, 짧은 챕터가 여러 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읽을 때는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책을 다 읽고 막 덮었을 때는 낭송은 이래서 이로운 것이군, 하는 어렴풋한 이미지가 잡혀서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1교시에 토의를 시작하면서, 그런 어설픈 성취감 정도가 이 책이 내게 준 가장 강한 인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한다는 건 뭐지?" "호모 큐라스는 무슨 뜻이지?" 책을 읽었다면 바로 대답이 나와야할 질문들이었는데 나는 근영쌤이 물었을 때 답을 하지 못했다.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나를 스쳐갔을 뿐,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야!) 나의 언어로 불러낼 수 있게끔 스며들지는 못했다. 그러니, 나는 책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눈으로 줄줄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책의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내 생각에 빠져있었던 적이 많았다. 예컨대, 청각과 파동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양 귀에 이어폰을 꽂고 여행지의 거리를 걸었던 추억에 빠져있다가, 뒷 단원에서 이어폰으로 세상 소리를 차단하는 것을 비판하는 얘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무시를 하는 것이다. 내가 독서를 통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은 낯선 것과 접속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책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내 평소 생각을 재확인하는 독서 습관으로는 어떤 것과도 접속하지 못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서 안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늘 조금쯤 찜찜했던 부분을 직면하게 되었다. 당장은 막막하고 의기소침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공부에서는 그런 편향성에 부단히 저항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교시에는 우리 세대의 성과 사랑에 관해 고미숙 선생님이 특강을 하셨다. 청년이 아닌 자가 청년의 무언가를 분석할 때 나는 사실 직관적으로 거부감과 불신을 느끼고는 한다. 청년, 이라는 단어에 모두 각자 나름의 낭만과 짠한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청년기에 대해서는 함부로 예찬을 하거나 쓴소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실 이번 강의에도 공감하기 힘든 구석이 많으면 어떡할까, 수업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선생님의 진단은 내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 또는 혼자서 내심 생각해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우리 세대는 사랑을 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늘 마음 한 켠에서 시니컬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즐거울 때도 혼자인 게 편하고, 힘들 때는 더더욱 혼자인 게 편한데, 굳이 가성비 떨어지게 연애를 왜 하냐는 것이다. 잘생긴 아이돌 여럿 중 하나를 제멋대로 골라서 완벽한 모습만을 소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허하지만, 어쨌거나 너무나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그에 비해 내 앞에 살아숨쉬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참아가면서 만나는 것은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번거로운 일이다. 이렇듯 쾌락을 다른 것에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많은 청년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선생님에 진단에는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쾌락을 가상의 무언가에 낭비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절감하지 못한 채, 조금쯤 무심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선생님의 한 말씀이 가슴에 거칠게 파고 들었다. 선생님은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아주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인지, 어떤 작업의 희노애락을 온전히 견딜 수 있을 것인지, 또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가감없이 탐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번뜩, 하고 정신이 조금 차려졌다. 정말, 타인의 모습이 망상과 다르면 견디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심도 있는 소통을 할 수야 있겠는가. 연애 없이 이대로 대충 행복하게 살래, 라는 편리한 생각이 들었던 요즘인데, 이건 단순히 연애를 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다른 차원의 문제 의식이 나를 강타했다. 사랑의 능력을 갖추는 것은 내가 통하는 사람인지, 불통하는 사람인지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강의를 듣고 나서 꽤 충격...을 받았다. 강의를 들은 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강의를 듣고 내가 느낀 소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나 편리할 대로 불통으로 사는 삶의 방식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이런 습관을 어떻게 타파해야할지가 감이 안 잡힌다. 고미숙 선생님은 주체와 대상이 없는, 사랑이라는 욕망 자체에 대한 나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변화의 순간이 왔을 때, 사랑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윤리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대에게 불필요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고 차분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 안의 욕망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3교시 신체와 소리 시간에는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한달 동안 무위도식하며 몸을 편하게만 두고 있다가 갑자기 복근 운동을 하며 몸에 힘을 빼려니까 두 배로 힘들었다. 욱현 선생님은 이번 학기에는 나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처음으로 상대의 행동에 집중해 보고, 상대에게 나의 몸을 맡겨 보는 신체 활동을 했다. 몸에 힘을 빼고 타인에게 내 몸을 내맡긴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겁도 많고 의심도 많은 나의 모습이 이런 데서 또 티가 나나 해서 조금 뜨끔했다... 3교시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점점 더 몸을 쓰는 것에 대한 민망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열아홉살 때 헬스장에 갔을 때는 주위 시선이 너무 의식되어서 며칠 만에 운동 나가는 것을 관뒀을 정도였는데, 한 학기 동안 강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를 향한 억압과 검열이 많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긍정적인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면서! 앞으로 공부를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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