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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거리며 내 언어로 말하고, 내 발로 삶을 걷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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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 3주차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쓰담쓰담 작성일19-09-24 20:42 조회321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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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고원 3주차 후기를 맡은 소담입니다.

지난주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던 3장을 넘기고

이번에는 4장 <언어학의 기본 전제들>을 읽었습니다.

3장에 비하면 훨씬 읽기 쉽지 않았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만!!

발제 턴이 되면 쉬운 것도 쉽게 오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ㅎ;;

그래도 되는 말, 안 되는 말 끌어다 수업으로 고!!


이번 입발제는 미자샘, 철수샘, 저와 은경샘이 맡았습니다.

은경샘의 입발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요,

하나의 언어가 다수어의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다수어의 성격을 더 많이 가질수록 그 언어는 자신을 "소수"어로 변환시키는 연속적 변주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어떤 언어가 다른 언어를 오염시켰다고 비난함으로써 그 언어의 세계적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새물결, p.198)

책에서 말하는 '도주하라', '탈주하라'라는 말들은 멋있지만

막상 내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이걸 실천한다고 하면 참 막막~합니다.

이 거대한 걸, 대체 어떻게?

여기서 탈주하기 위해선 뭔가 다른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건만

거대하기 때문에! 더욱 변주할 수 있다는 말은 정말 기대를 확 뒤집어버립니다.

세미나를 하면서도 '이런 건 참 문제다, 정말 바꾸기 어렵다'하는 말을 쉽게 던지기도 했는데

그렇게 자조할 게 아니라 '이렇게 큰 문제일수록 탈주가능하다!'라며 기뻐할 부분이었다니ㅎㅎ

들뢰즈/가타리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비판한 데 머물렀던 게 아니라

<천 개의 고원>을 통해 기쁨의 장으로 넘어간다는 걸 다시 보여주었네요~


4장은 유독 언어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언어라면 늘 쓰고 생활하고 있는데도

막상 언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 <1. 언어는 정보전달과 의사소토엥 관련되어 있으리라.>는

<천 개의 고원>에선 너무 당연하게 땡~ 이었습니다.

정보는 명령이 지시로서 송신되고 전송되고 준수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치일 뿐이다. (같은 책, p.149)

우리는 언어를 사용할 때 정보를 캐치하는 게 아니라

말에 담기 뉘앙스, 분위기를 통해 소통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걸 '잉여'라고 표현했던 게 가장 잘 와닿았습니다.

잉여는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라

가치와 의미를 생산해내는 것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맞는 말을 하더라도 그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또한 역으로 잉여가 없다면

가치와 의미 또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 역시 신기했습니다.

학위도, 보상도 나오지 않는 공부를 왜 하느냐?

그것이 어떤 보상도 주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스스로에게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


반대로 보상이 있는 것, 효율적인 것들에선

가치나 의미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돈을 주는 회사, 학위를 주는 학교에서 의미를 찾기 힘든 것처럼요.

그렇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어떻게 내 일상에서 잉여를 만들어낼 것인가?

회사에서 잉여 만들기, 학교에서 잉여 만들기가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지ㅎㅎ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근영샘이 (나중에 모른다고 핑계 대지 않도록!) 다시 설명해주신

이중분절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걸 설명한답시도 정말 많은 컵이 깨졌는데요ㅎㅎ

컵이 깨지는 사건과 더불어 발생하는 "쨍그랑!"이라는 소리가

바로 기호요, 언어라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말 같지도 않은 "쨍그랑"이 언어라니?

하지만 그 소리가 사람을 놀라게 하고 뒤돌아보게 하는 걸 보면

아무런 감흥 없는 말보다는 "쨍그랑"이 더 많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또 아닐지?


그리고 그 기호를 발생시키는 게

컵도 아니요 바닥도 아니요 떨어뜨리는 손도 아닌

그 여럿의 배치물에 있다는 것도 참 오묘했습니다.

모든 언어가 배치물 속에 있다면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말, 상대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대의 말들은

어떤 배치물 속에서 발생했던 걸까요?


아직은 중간중간 계속 '언어는 사람이 쓰는 것이다', '내가 쓰는 말이다'라는 생각이 튀어나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정말 자기 혀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군요!!

하지만 또 이런 뻣뻣한 혀일수록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ㅎ 기대하면서

이만 횡설수설인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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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예민한코끼리님의 댓글

예민한코끼리 작성일

어제 저녁에 컴 화면이 바뀌는 바람에 작성하던 후기를 날리고 새 마음으로 다시~
수업이 끝나고 수줍게 "제가 후기를 작성해도 될까요?"라는 아름다운 질문을 해준 소담샘에게서 공부에 대한 열정 잉여가 느껴졌어요. "물론이지요."라는 저와 미자샘의 대답에 묻어있던 감사의 마음이 전달되었나 모르겠네요.
말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원하지 않았는데 나를 다 보여주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고, 글을 통해 나를 다 드러내 다른 사람들은 그걸 다 읽고 있는데 정작 나만 그걸 못 깨닫고 있을 때도 있는 거 같아요.
언어, 정신, 잉여의 관계만 보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비물질적인 세계 속에 있는지 알 수 있네요. 앞으로 이런 비물질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더 쌓아가는 걸 과제로 삼아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소담샘 후기 다시 한번 감사해요~

줄자님의 댓글

줄자 댓글의 댓글 작성일

'물론이지오' 와 함께 은경샘과 미자샘께서 잉여를 생산하셨군요! ㅎㅎ

예민한코끼리님의 댓글

예민한코끼리 댓글의 댓글 작성일

네 많이 기쁘고 감사하다는 잉여~~

푸른달님의 댓글

푸른달 작성일

저도 4장 초반을 읽으면서 하염없이 길을 헤매다가 ㅋㅋ 다수어의 소수어되기 부분이 매우 멋지게 다가왔어요. 다수어 VS 소수어가 아니라, 다수어를 어떻게 소수어화할 것인가를 묻는 들-가의 클라쓰! 게다가 명령어의 반전. 계속 모든 언어는 명령어래.. 언어는 나빠~~~ 이러고 읽고 있다가. 바로 그 명령어의 배치를 제대로 보고 어떻게 도주선을 그릴 것인가를 물어야 하는 문제로 가야한다는 반전에 눈이 번쩍!(비록 잠시임에도) "어떻게 명렁어에 내포된 죽음의 선고를 피하고 도주역량을 펼쳐갈 것인가"
더불어 잉여되기=가치창출! 앞으로 누가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면 감사의 꽃이라도 드려야 할 거 같은 기분. ㅎㅎ 소담샘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학교에서 회사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실패하는 것은 제 느낌엔 어쩌면 우리 스스로 의미가 교환이나 보상 같은 것에서 주어진다는 확고한 전제가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하나의 관념과 실상의 분리같은 건데. 언어가 내 의지의 반영이라는 확고한 관념과 마찬가지로 가치는 정당한 보상에서 생겨나는 거지 라는 '관념. 우리가 우리가 가진 관념의 흙먼지를 좀 털기만 해도 뭔가가 좀 훤히 보일까요?

호호미님의 댓글

호호미 작성일

삶은 우리의 말을 듣고 있고, 언어가 삶에 명령을 내린다는 말이
참 여러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아요.
입말 뿐만 아니라 글도 그렇고 머리속에서 되뇌는 생각들도 그렇고,
언어를 어떻게 분절하느냐에 따라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참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류수정님의 댓글

류수정 작성일

내 혀를 내가 마음로 조절 할 없다니.
명령어로 질서어로 우리의 삶을 명령을 내리고 질서를 잡는 내 혀를, 내 언어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고, 조절 할 수 없다니.
그래도 강밀도로 사건을 발생 시키고, 다수어를 인식을 하고,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고, 다른 언어를 만드어 다른 존재가 되기!!! 뭔가 잘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줄자님의 댓글

줄자 작성일

가끔 친구와 대화했는데, 내가 한 얘기가 전~혀 전달 안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니 친구가 내 말을안듣네...
라며 섭해하거나 안듣고 있는 친구를 미워 했는데,
이제 보니 '잉여'가 생산되지 않아서 였나 봅니다.
소담의 후기를 읽으며 든 생각인대, 그러면 잉여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닌 배치가 만드는 것일까?
친구와 대화가 안되는 것이 내가 잉여를 못 만듦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그 상황에서 의미를 생산하지 못해서 서로 마음이 통하지 못했나?
라는 궁금증이 생기네요~

수정수정님의 댓글

수정수정 작성일

후기 재밌게 읽었어요. 특히 잉여 부분은 지난주에 세미나 시간에도 재밌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정보는 곧 진실이다. 그런데 뉘앙스, 저건 왜 나를 불편하게 하지?' 가 늘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언어는 사실 잉여로 소통하는 것이고, 거기서 가치가 생성된다는 게 새롭고 속시원한 이야기였어요.
배치물의 문제는 읽으면 알 것 같은데, 혼자 생각할 때는 여전히 알쏭달쏭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정리를 잘 해줘서 지난 수업 생각이 떠올라 좋았습니다ㅎㅎ고마워용 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