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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내 사유의 한계를 탐험하는 한편의 추리소설이자 SF입니다. 자신의 경계를 탐험하고 돌파하기! 글쓰기 강학원에서는 읽기와 쓰기의 초식을 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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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2주차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bori 작성일17-11-25 15:54 조회1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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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두 번째 시간, 2017 꼴레주 마지막 후기입니다. 

이번에 읽은 곳은 4장 복어알 같은 벼슬살이, 5장 나의 벗들, 6장 제비바위의 정경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벼슬살이와 우정론, 문체로 이어졌습니다. 

벼슬살이를 안 하겠다던 것이 연암의 평소 신조인데 막상 관료시절에 쓴 글에서는 즐거움과 보람도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서로 지방한직에 나가는 것이 명예나 부를 위한 일이 아니고 생계를 위한 일이었기에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사는 사람들, 동시대를 읽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사대부는 그냥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나가면 유연하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사대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암이 글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어떤 것에도 소홀하지 않았던 사람,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동성을 발휘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어느 자리에서든 진실하되 망령됨 없이 하는 성실함이 연암이 가진 평소의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열녀전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글 앞 부분에서 보여주는 통찰과 충돌하듯 뒷부분의 열녀라 칭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열녀를 찾고 치하하는 것이 그 당시 관료들의 역할이었고 그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이로움이 되는 분위기가 박지원이 살던 시대라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고. 관망하는 시선으로는 평하게 된다는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까지 죽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도, 그렇게 열녀라는 호명된 이름으로 죽은 이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 

시대를 뛰어넘는 멋진 영웅이 아니라 그 현장에서 작은 차이를 만드는 힘. 그 사이를 만드는 글을봐야한다는 것. 자꾸 잊어버리는 지점을 또 확인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우정론에 대한 이야기. 

취향과 취미로 친함을 이야기 하게 되곤 하는데 연암에게 우정은 무엇이었을까. 

신분을 넘어서 지성을 나누고자 했던 사귐의 문턱이 없음. 

얽혀있는 것들이 많은 조선에서의 관계에서 벗어나 생각의 한 지점을 열어주었던 먼 타국의 벗들과의 우정. 

연암의 글에서 보이는 인물들이 각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을 하나하나 개정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고 있기에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이 펼쳐질 수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연암이 나누었던 지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지점이 달라지고 생각이 한 켠 열려 이치를 깨지게 하는 힘이기도 했고. 

그리고 더불어 함께라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든든함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삶의 공통 지반을 가졌다는 믿음을 확인하게 되는 관계. 

그래서 연암이 풀어놓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다시 내가 어떤 우정의 관계로 살고 싶은지, 어떤 친구가 되고 있는지를 묻게 됩니다. 


이렇게 꼴레주에서 만난 스무권의 책이 끝났습니다. 

세상을 구성해 내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

과학이라서, 문학이라서, 철학이라서, 동양고전이라서 어려웠고, 그래서 재미있었습니다. 

비슷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책들을 읽어내는 나쁜 습관들을 새삼 알게 되고, 

공중에 흩어지던 말들이 잠시 명료해 지던 순간들 잡고 싶었는데, 신기루 같이 멀었고. 

할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싶었던 것들에서 다른 이들이 섬세하게 읽어내는 시선들이 반짝였고 

혼자서라면 안(못) 읽을 책들을 같이 걷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앞에서 가 보자고 길잡이 해 주시는 분들 덕에 왔구나 싶어 괜히 주변을 더 두리번 거리게 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질문은 어렵고 어찌 질문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꼴레주에 왔다 갈 때마다 매번 어떤 기쁨같은 것들을 만나곤 했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도 읽을 수 있어. 이걸 몰랐다니!”

“아직도 세상이 네가 알던 그 세상이니? 좀 달라보이지 않니?” 

정색을 하고 묻지 않지만, 진지하되 무겁지 않게 다시 질문을 돌려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무권의 책과 만났던 시간,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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