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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구조 2주차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푸른달 작성일17-10-11 14:19 조회145회 댓글2건

본문

10월 1일 세미나에서는 가라타니 고진의 ‘제국의 구조’ 4장~6장까지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희들이 조별 토론을 하였으나 짧은 시간에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운 텍스트를 접하다 보니 질문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 후기는 튜터 선생님들 도움으로 이해한 내용을 위주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흐름은 제국과 제국주의를 구별하는 문제보다도 고진이 역사의 흐름을 직선적이 아닌 순환으로 본다는 것에 있습니다. 고진이 제국의 문제를 고찰한 것은‘세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속에 등장합니다.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해 기존에 마르크스가 만든 ‘생산양식’의 툴로는 설명되지 않는 한계점들이 있었고 고진은 이를 수정, 보완하여 ‘교환양식’이라는 그 만의 툴을 제시합니다. 


그럼 ‘교환양식’이란 무엇인가? 앞선 후기에서 잘 설명해 주셨지만 한번 더 반복, 정리해 봅니다. 고진은 ‘모든 사회구성체는 네 가지 교환양식의 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40) 고진은 이 교환양식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고 각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수성의 원리(증여와 답례)가 작동하는 교환양식 A , 약탈과 재분배의 원리(지배와 보호)가 작동하는 교환양식 B, 상품 교환 원리(화페와 상품)가 작동하는 교환양식 C, 그리고 교환양식 A의 고차원적 회복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교환양식 D

     고진은 이 네 가지 교환양식이 각각의 원리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시스템을 형성한다고 보는데요.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환양식 A는 미니세계시스템, B는 ‘세계=제국’시스템, C는 ‘세계=경제’ 시스템, 그리고 D는 ‘세계공화국’


고진은 위의 구조를 바탕으로 세계사를 봅니다. 어느 시대에나 이 교환양식은 조금씩 섞여있습니다만 중심을 차지하는 원리가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사는 현재는 화폐와 상품 위주의 교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교환양식 C가 중심이고 이를 고진은 세계=경제인 구조가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세계가 경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 구조가 당연하게 느껴지며 이 점에서 이전(근대 이전)보다 현재 우리가 더 발전했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는 세계사가 점점 발전적인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여깁니다. 고려 시대보다 조선 시대가 발전했고 그보다 현재가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나 고진은 역사가 이처럼 단선적으로 움직이지 않을뿐더러 순환한다고 말하며 구체적으로‘세계=제국’의 원리와 ‘세계=경제’의 원리가 순환, 반복하는 양상으로 설명합니다. 고진은 이와 같은 역사의 순환 구조에서 우리가 현재 놓여 있는 세계=경제와는 다른 지평 위에 놓였던 ‘제국’의 시대를 돌아보고 여기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능성을 찾고자 합니다. 


고진은 먼저 4장에서‘세계=제국’의 원리가 지배적이었던 동아시아 제국의 사례를 통해 당시 제국을 유지시켰던 제국의 원리를 살핍니다. 동아시아에서 제국은 중국의 진, 한, 수당, 그리고 거란을 거쳐 원의 몽골제국으로 이어지는데요. 이들 제국은 복종-보호의 교환양식 B 위에 보편 종교/사상 등을 제국의 원리로서 작동시키고 이로써 이질적인 문명을 제국 안에 존속시킵니다. 

     고진은 세계를 중심, 주변, 아주변의 구도로 보고 이 중심이 어떤 원리 위에 놓이는가에 따라 세계의 흐름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고진에 의하면 18세기까지는 동아시아의 제국이 교환양식B‘세계=제국’의 원리를 바탕으로 ‘중심’을 형성하고 이 주위를 ‘주변’지역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서유럽은 동아시아 지역과는 달리 교환양식 C‘세계=경제’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아주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 구도는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인도를 압도하여 제국의 주변 국가들로 침투해 들어가면서 역전이 되는데요. 19세기가 되면 이전까지 아주변이었던 ‘세계=경제’의 서유럽이 새로운 중심이 됩니다. 이는 이전의 교환양식 B에서 교환양식C로 주도적인 교환양식이 바뀌며 제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세계가 경제 도시 중심으로 변화함을 뜻합니다. 즉 이제는 경제 도시=정치적 우위를 의미합니다. 고진은 이 구도에서 경제 도시를 중심으로 그 중심이 계속해서 바뀜에 따라 끊임없는 헤게모니(주도권) 경쟁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을 겪어온 서유럽은 경제 도시의 변화에 따라 18세기에는 네덜란드, 19세기에는 영국이 헤게모니 국가가 되었고 영국이 인도를 압도하며 결국 세계 전체를 세계=경제의 구도로 만듭니다. 영국은 여왕이 인도의 황제가 됨으로써 스스로 제국이 되려고 하였으나 제국의 원리가 빠진 영국의 이러한 시도는 스스로가 제국이 아니라 제국주의임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국주의 영국은 빠르게 제국의 주변부를 식민지화하며 제국을 해체시키려 하였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국민국가/주권국가, 민족자결주의 와 같은 개념들이 실제로 서양열강이 제국을 해체시키려는 목적으로 식민국가들에 심은 이데올로기였다는 것입니다. 고진은 주권국가나 국민국가의 개념은 제국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것으로서 지금도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민족 문제는 제국이 와해될 때 발생한 것이라 설명합니다. 


이에 대항한 제국의 저항을 고진은 오스만, 청조, 러시아의 시도를 통해 설명하였는데요. 고진은 이들의 노력을 제국의 고차원적인 회복의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만제국의 멸망은 제국이 서양 열강의 세계=경제 원리에서 형성된 근대세계시스템에서는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고진은 그렇다고 제국은 우리가 버려야 할 낡은 개념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즉 제국에는 근대세계시스템이 가지지 못한 어떤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며(204) 그렇기에 국민국가와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제국을 회복하되 고차원적인 회복 즉, 제국을 부정하고 이를 회복하는 ‘지양’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고진이 제안하는 제국의 ‘지양’을 통한 회복은 과거 제국의 저항이 실패한 것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인데요. 여기에는 역사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순환적 양상을 보인다는 고진의 분석이 바탕을 이룹니다. 세계=경제의 구조에서는 경제력에 따라 헤게모니 국가가 끊임없이 바뀌는데 여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고진은 헤게모니가 존재하는 시기를 자유주의 단계, 헤게모니가 없는 시기를 제국주의 단계라고 보고 이 단계가 교차,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이를 근거로 고진은 1990년 이전까지 헤게모니를 가졌던 미국이 저물고 이후 등장한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대는 1870년 헤게모니 국가였던 영국의 몰락 후 헤게모니가 부재했던 제국주의 시기의 반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기는 헤게모니를 가진 국가가 없기에 이를 둘러싼 각축과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집니다. 고진은 과연 몰락하는 미국을 대신할 헤게모니국가가 어디인가를 질문하며 중국이나 인도가 유력하다고 말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헤게모니국가가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잉여 생산을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더이상의 차이를 생산해 내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그것의 종언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고진은 자본주의 각 나라들의 치열한 대립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봅니다. (243) 


고진은 역사의 반복을 주목합니다. 지금 시기가 바로 이전의 제국주의 시기와 같다면 그때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는 1차 세계 대전으로 끝이 났고 미국이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되었지요. 고진은 이 시기에 일어났던 러시아 혁명과 국제연맹의 창설을 주목하며 이것이 제국주의 시대를 끝냈다고 말하고 이 시기의 이 시도들을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는 가능성으로 제안합니다. 

     고진은 우리에게 당시 제국주의 시대의 종언에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의한 러시아 혁명의 기여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칸트의 국가 연방의 개념을 근간으로 한 국제연맹임을 일깨웁니다. 다만 고진은 현재의 국제연맹이 창설 당시 가졌던 칸트의 세계 평화의 개념에서 벗어났음을 지적하며 원래 칸트의 세계 평화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고진은 칸트의 세계 평화 개념은 결코 이상적인 주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칸트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재 아무 일도 없는 이러한 일상이 평화이며 이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칸트는 평화란 결코 자연적인 상태에서 오지 않으므로 평화상태는 창설되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245) 즉, 칸트에 의하면 평화 상태란 전쟁을 방지하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고 그는 이를 위해 ‘세계공화국’을 제안하였습니다. 

     칸트의 세계 공화국은 민족 합일 국가(세계국가)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들의 자율성을 유지한 채로 전쟁을 방지하고 지속되면서 계속 확대되는 연합입니다.(246) 이 개념의 유래를 고진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에서 찾습니다. 전쟁의 시기에 교회의 통일을 통한 ‘영원 평화’를 구상하였던 라이프니츠는 다수의 신앙은 하나의 신을 각각의 관점에서 표출한 것이라는 모나드론을 제안하였고 이는 칸트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칸트는 ‘진정한 종교는 하나밖에 없지만, 신앙에는 여러 가지 양식이 있을 수 있다.”(248)라고 말하며 이런 관점에서 주권국가에 의한 내셔널리즘을 거부하고 세계시민주의로 나아갈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고진은 위와 같은 고찰을 통해 현재를 평화를 창설해야 하는 신제국주의의 극단적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1차 대전 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의한 러시아 혁명과 칸트에 의한 국제연맹의 결합의 형태에서 가능성을 봅니다. 즉 고진은 이러한 적극적인 평화상태를 위해 아래로부터는 각국의 동시다발적 저항운동이 있어야 하고 위로부터는 칸트의 세계공화국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유엔의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고진은 개별 국가로부터 세계공화국으로 나아가는 이러한 노력에서 승자가 가진 무력의 무장방기가 가지는 힘을 말합니다. 승자의 무장방기가 연쇄적인 증여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곧 호수성의 원리로 움직였던 교환양식 A의 고차원적인 회복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로서 우리는 승자를 다르게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승자는 얼마나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내려 놓을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이 증여할 수 있는지로 정해지지 않을까요? 


끝으로 승자의 증여의 힘에 대해 고진이 말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증여는 말하자면 승자 쪽이 무장방기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증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증여의 힘을 가집니다. 그것은 어떤 무력보다도 강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국제 여론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증여로 답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증여의 연쇄적 확대에 의해 창설되는 평화상태가 세계공화국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라면 그것을 이웃사랑에 의해 형성되는 신의 나라라고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칸트가 보여준 것처럼 오로지 ‘자연’에 의해 실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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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는 프로이트의 ‘성욕에 관한 세편의 에세이’ 195쪽까지 읽어오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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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리스님의 댓글

문리스 작성일

훌륭한 정리!! 후기를 위해 책을 다시 읽으신 듯한 아름다운 모습!^^ 이래저래 모범적인.
개인적으로 난 카선생님에게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데, 세계사와 현대 사회사회에 대해 우리 피뢰침 같은 꼴레주 학인들에게도 카선생님이 그런 번개가 되었길 바라요!!^^ 학술제도 잘 부탁해!

푸른달님의 댓글

푸른달 댓글의 댓글 작성일

‘카’하면 카프카인데. ( 혹은 요제프 카?? ㅎㅎ) 최근에 고진 선생님 추가했네요. 이 엄청난 스케일과 깊이의 내용을 이렇게 쉽게 쓰시다니 멋져요. 이런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샘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던 위에 인용한 마지막 구절도 저는 폭풍 감동. 학술제는 제게 아직 먼 미래이기에 침묵.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