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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2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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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영 작성일18-03-19 07:56 조회284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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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항우본기~효무본기까지 읽었습니다. 역시 항우와 유방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워낙 내용도 흥미진진하지만 생각할수록 놀라운 건 사마천이 항우를 열전이 아닌 본기에 편입시켰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역사는 당대사다라는 도올선생님의 말씀으로 역사를 읽는 관점을 설명해 주셨는데요. 과거는 과거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과거를 다시 생산하고 연결한다는 것이죠. 평가의 시점인 내가 과거를 다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 한의 대립에서 유방이 승리하고 세워진 , 그로부터 몇 세대가 지난 무제에 이르러 사마천은 <사기>를 기록합니다. ...진본기, 진시황본기, 항우본기, 고조본기로 이어지는 구성을 보면 사마천이 항우를 단순히 유방의 라이벌로서만 본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큰 인물로 보고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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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왜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그의 강점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기게 됩니다. 초 회왕이 선포합니다. 먼저 관중의 땅을 차지하는 자에게 관중왕의 자리를 주겠다고요. 유방이 먼저 관중으로 들어갑니다. 이 일로 항우는 잔뜩 화가 나 다음날 유방을 치러 가기로 계획합니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유방은 항우가 있는 홍문으로 가죠. 그 유명한 鴻門之宴의 장면입니다. 명분은 가졌지만 항우의 기세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유방은 장량이 알려준 멘트를 날리며 27세의 젊고 패기 가득한 항우 앞에 바싹 엎드립니다. 그때 유방의 나이는 51세였습니다. 유방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던 부랑아 출신입니다. 항우에 비해 출신도 능력도 재능도 떨어지지만 그가 잘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다는 것이었어요. 산전수전 다 겪고 그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장량의 말을 듣고는 항우 앞에서 바로 무릎을 꿇습니다. 변방으로 쫓겨 갈 때는 한신의 말을 듣고 잔도도 불사릅니다. 결정적 계기마다 조언을 받아들임으로써 위기를 자신의 장점으로 탈바꿈할 줄 아는 인물이 유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만약 항우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항우는 명문 귀족가 출신입니다. 자존심 강하고 재능도 출중하죠. 그런 그가 왜 동네 건달 출신이랄 수 있는 유방에게 무너졌을까요? 선생님께서는 개인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뭔가? 한 사람에게 있어 능력이란 게 뭘까? 능력을 잘 쓴다는 게 뭘까?’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개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항우는 능력이 탁월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 개인이 연결된 사회, 우주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유학에서 말하는 聖人이란 능력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장점을 나의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항우의 멋짐과 영웅성은 오히려 족쇄가 됐다는 말씀이셨죠. 항우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변변찮음을 못 견디고 뭐든지 자신이 하려고 합니다. 그럴수록 자신은 점점 고립되죠. 이에 반해 유방은 부족하지만 능력 있는 참모들을 옆에 두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자기 것으로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사마천은 항우가 천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글의 배치를 통해서도 보여줬는데요. <항우본기>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항우는 어렸을 때 글을 배웠으나 다 마치지 못한 채 포기하고는 검술을 배웠는데 이 또한 다 마치지 못하였다...’ 사마천은 항우가 끝까지 해내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앞에 배치함으로써 천하도 끝내 가질 수 없으리라는 것을 살짝 흘려 놓았답니다.

 

이 외에도 유방의 관상, 사람을 끄는 매력에 대한 이야기, 유방은 천하를 갖겠다는 하나의 욕망이었던 반면 항우는 천하와 함께 절대 놓을 수 없는 것들(예를 들면 명문가로서의 자존심, 우희, 고향..)이 있었다는 대비, 논공행상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차이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다음 시간은 오태백세가~송미자세가까지입니다. 간식은 유진샘께서 준비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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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리스님의 댓글

문리스 작성일

항우와 유방은 볼 때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이면서, 볼 때마다 사마천이라는 외계인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이번 시간으로 <본기>라는 큰 뼈대를 훑었습니다. 말 그대로 훑은 정도인데, 그래도 (1) 주나라에서 완성되는 봉건제 시스템의 주나라 (2) 흥미진진 각양각색 이합집산으로서의  춘추+전국 (3) 단순한 통일 국가가 아니라 두 문명권을 합친 새로운 세계 시스템을 시도했던 문제적 인물 진시황 (4) 항우와 유방의 쟁투와 또 하나의 세계 시스템으로서의 한나라.
대략 이런 정도의 뼈대가 있다고 보여요.
이번주부터 읽게 될 <세가>는 상대적으로 좀 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세가'가 흥미진진합니다. 같이 읽다보면 아마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 듯. 분량이 적으니, 대략 서너번씩만 읽어보자구요!^^

줄자님의 댓글

줄자 작성일

혼자 책을 읽을 땐 항우가 유방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항우가 죽는 장면이 멋있었거든요. 게다가 유방이 '치사하게 도망치기'하는 것을 한 번이라면 몰라도 몇번이나 하고, 합의 했음에도 약해진 항우를 치고...
그러나 항우가 아닌 유방이 천하를 얻게된 이유를 유방 자신이 설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영샘께서 말씀하셨듯이 '들을 줄 아는 귀가 있다' 자신에게 말해줄 사람이 있고, 그것을 듣고 따를 마음이 있다는 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이전에는 항우처럼 자기 혼자서 다 잘하려고 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반면, 요즘은 항우처럼 관계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이유진님의 댓글

이유진 작성일

2주차 사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였습니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주석을 보며 사람이름과 지명을 맞추어 가며 읽느라 간신히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였습니다만 세미나를 하며 문쌤의 설명을 듣고 다시한번 돌아보니 탁월한 인물묘사, 홍문지연처럼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한 현장감 넘치는 사건들의 서술 등 사마천의 필력에 세삼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이 많은 인물과 사건을 다루며 방대한 역사를 씨줄과 날줄로 역어가는 사마천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가 열전을 다 읽고 나면 본기를 다시 차분히 봐야겠어요^^

소민님의 댓글

소민 작성일

ㅎㅎ맞아요 2주차 세미나의 주된 사건은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였죠. 저는 십팔사략을 읽으면서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를 예습해서 그런지 그렇게 기억에 남지 않았고, 한무제와 한문제의 통치가 재밌었어요. 엄청난(!) 덕치를 펼쳤던 한무제 시절이 치열한 전투 뒤에 너무나 평화롭게 다가왔달까요ㅎ 그리고 그 다음 한문제 시절도 재밌었는데, 사마천이 서술해놓은 한문제는 오래살기 위해 귀신을 지나치게 믿은 황제로 나와요. 그런데 맨 앞에 주석을 살펴보니,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했고 흉노도 정벌하고 유학도 존중한 훌륭한(?) 왕이었더라고요! 전 그래서 '앞으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답니다.

다시 돌아와서, 저도 항우도 완전 멋진 인물이었지만 나중에 기억에 남는건 유방이더라고요. 유방은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을까. 물론 듣는 귀(!)가 있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잘 말해줘야 또 잘 들을 수 있잖아요ㅎㅎ 딸과 아들을 수레에서 세번이나 떨어뜨리고도, 그의 주변에 사람이 많았던 비결이 궁금합니당^^

무영님의 댓글

무영 작성일

예전에 장희빈에 관한 사극이 참 많았습니다. 영국에서는 헨리 8세에 관한 영화 드라마 즉 사극?이 많더라구요.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 역시 사극으로 많더라구요^^ 혼란한 시대적 배경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등장하는 것 같네요^^ 물론 결과적이지만요^^

역사가 과거로부터 단절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역사를 재생산한다는 점이 잘 수용된다면 아이들도 역사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