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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1기 청공 1기

[청년공자스쿨] 일지(9)너도 나 미워하니? <완결>

게시물 정보

작성자 민지에요 작성일18-04-09 23:08 조회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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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일지9_너도나미워하니(2)_김민지.hwp


2018.4.9 청년공자스쿨일지9

너도 나 미워하니? (2)

인간관계에 임하는 피곤한 자세 3단계

김민지

 

1단계. 너도 나 미워하니?

점장 욕하던 동료들이, 점장 앞에서 돌연 모습을 바꿔 살갑고 싹싹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나는 기함했더랬다. 그리고는 강한 의혹에 사로잡혔다. ‘내 앞에서 짓는 표정은 진짜야?’ 그 여파로 가는 곳마다, 마주하는 사람마다 속으로 ‘(사실은)너도 나 미워하니?’라고 묻게 되었다. 그 일은 무척이나 피로했다. 짧은 순간 상대방이 보이는 언어와 비언어들을 스캔하고, 거기에 망상과 추리를 덧붙여야 했으니 말이다. ‘대체 이 사람의 본심은 뭘까?’ 그렇게 2주를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본심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상대방의 본심, 즉 진짜 마음을 알고 싶었다. 특히 나에게 건네는 호의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었다. 우리 점장처럼 상대가 자신을 싫어하는데도 까맣게 모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미움 받을 게 두렵지만, 미움 받고 있다면 차라리 얼른 알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원하게 본심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거꾸로 던져보았다. ‘내 본심은 뭐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대할 때 내 본심은?’ 말문이 막혔다. 왜냐면 그들을 대하는 내 마음은 시시각각 다채롭게 변하기 때문이었다. 쿵짝이 잘 맞아 친근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행동에 의아하기도 하고, 의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매일매일 일분일초, 새로운 형국이 펼쳐질 때마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은 온갖 방향으로 튄다. 그러니 나에게 본심이 뭐냐고 물어온다면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다양한 데다 어느 것 하나도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심 같은 건 없다.

 

한편 내가 느끼는 두려움을 되짚어보았다. 내가 이 일에 이렇게까지 몰두해있는 까닭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 자신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자신 있나? 하마터면 노력은 한다고 답할 뻔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즈음, 나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느꼈다. 한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와 너무 다른 생각을, 너무 다른 방식으로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답답하다’, ‘지루하다’, ‘이상하다와 같은 일련의 반응들이 저 사람 싫다로 강도를 더해가는 과정은 더없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 도중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날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 이토록 내추럴하다니. 나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게 가당한가 싶었다.

 

2단계. 똑같이 되기

하지만 나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여전히 불편했다. 그들은 점장 하나를 뒷담 까던 단계를 지나 다른 직원들을 번갈아 씹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 어떻게 임해야 내 마음이 편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장으로 진입했다. 그 무리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기로 한 것이었다. 여전히 그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미움 받기 싫었던 탓에 그 집단이 선호하는 대화와 몸짓, 표정과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취해보였다.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그들이 반가워하고 동질감을 느낄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대로 했다. ‘하루의 반나절, 일하는 시간만큼은 이 페르소나로 살자’. 


그들이 누군가를 트집 잡고 눈을 번뜩이면 나 역시 차갑게 웃었다. 당당하다는 듯 가슴을 내민 채, 실수 하나 하지 않을 듯 도도하게 대꾸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쑥덕거리고, 하이에나처럼 상대방을 훑었다. 매일매일 그런 태도로 살다가 일주일 만에 깨봉빌딩으로 돌아왔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모여 얘기를 시작하려고 친구의 눈을 쳐다봤는데 맙소사, 내가 그 마음으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냉소적이고, 방어적이고, 야비한 눈으로 같이 공부하는 이를 쳐다본 순간 소스라쳤다. 일할 때만 쓰려던 가면이 시간이 흐르면 내 얼굴에 달라붙겠다는 짐작이 들었다. 지체 없이 두 번째 방법을 져버렸다.

 

3단계. 맞뒷담까기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동료들이 싫어졌다. 뻔뻔해 보이고, 비겁해보이고, 인색해보였다. 가슴에 넘쳐흐르는 한을 일터 밖에서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니, 자기는 실수 안 해? 본인이 실수할 땐 그렇게 당당해요.” “흉볼 때 짓는 표정이 꼴 보기 싫어. 부정적인 기운 풍겨대는 것도 싫고.” “속으로 생각하지, 왜 굳이 나한테 와서 남욕을 하냐, 괴롭게.” “어째 당당하지 못해? 하고 싶은 말을 그 앞에서 못해서 쌩뚱 맞은 데서 하냐고 왜?”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품에 안겨 한풀이를 네 번쯤 했다. 그런데도 시원하기는커녕 여전히 언짢고 이 얘기를 들어줘야 했던 친구들 역시 그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뒷맛이 텁텁했다. 이런, 남들에게 징징대는 것도 답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체 출구는 어디 있을까? 이토록 지리멸렬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정확히 말해 인간관계를 지리멸렬한 구도로밖에 상정하지 못하는 나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뭘까?

 

하고 싶은 말을 용기가 없어 하지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대는 게 싫다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역시 그러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 헐뜯는 분위기가 불편해. 너는 안 그래?’. 그러나 정작 그 앞에선 딴소리만 늘어놓을 뿐 멀리 달아나서야 참았던 말을 쏟는다. 내가 싫어하던 사람들과 나의 모습이 완벽히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 알고 보면 모두들, 속에 꿈틀대는 말을 어떻게 뱉어야 할지 몰라 끙끙거릴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내가 할 일은 이것뿐이었다. ‘진심을 말하는 연습을 하자.’ 그제야 제대로 된 출구를 찾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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