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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자스쿨1기 청공 1기

<도덕의 계보> 발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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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추 작성일17-11-25 14:01 조회2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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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책읽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도덕의 계보>라는 산은 높았다.

하기야 방황탈출을 하는 동안 그 어떤 책도 높지 않은 책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을 읽는데 써도 너무 썼다, 할 정도로 힘을 썼다. 발제 역시 나로서는 무지하게 힘을 쓴 발제라고 할 수 있겠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정도가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마찬가지였다. 과하게 힘을 쏟은 탓에 책을 읽는 시야는 좁아졌고, 글은 딱딱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파고들며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마치 니체를 샅샅이 조사하려는 듯이 글을 읽었다. 그 사이에 책을 읽는 재미는 저 멀리 달나라로 가있었고, 내 글은 안드로메다에 다다르고 있었다.

  문제는 책을 너무 파악하려고만 한 것이었다. 발제를 한다고 하면, 일단 책을 잘 파악해서 그 논리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도, 사람도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만나는 재미도 없을뿐더러 친해질 수도 없다. 예를 들면, 내가 김니체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치자. 일반적으로 처음 만나면 가벼운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이 사람과 나의 접점을 찾으면 그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고, 의문도 생기고, 또 그걸 풀면서 더 친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김니체 씨와 만나자마자 앞에 노트 펴고 앉아서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그 사람의 모든 걸 알아내겠다는 듯이. 또 틈만 나면 그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이 말은 왜 했지?’, ‘이게 무슨 단어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결국 그 사람과 친해지지도 못했고, 재미도 없었으며, 결국 김니체 씨를 내 마음대로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문제가 뭐였을까?

  무엇보다 책을 읽을 때, 내 마음은 즐거워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책을 편하게 읽어야 한다. 책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작가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편안하게 읽어 내려가면 된다. 불편하게 생각할 게 뭐가 있는가. 그리고 불편하게 읽는다고 더 잘 읽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즐기면 된다. 책에서 웃긴 말을 하면 웃고, 진지한 말을 하면 진지해지고, 문제제기를 하면 같이 의심하면 된다. 사실 이런 것들은 책을 조사하려고 하면 할수록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왜냐? 책을 조사하다보면 특정 단어나 문장에 꽂히기 쉽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지? 왜 이런 단어를 사용했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책이 말하고 있는 문맥이다. 단어나 문장은 문맥을 풀어내는 도구일 뿐이다. 사람사이도 이것과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파고들고, 상대방이 하는 말 중에 맥락 없이 한 문장만 꼽아서 트집 잡는 방식으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게 즐거울까?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책을 읽는 것은 나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읽는 것도 아니다. 그럼 최소한 책을 읽는 내가 즐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책을 읽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게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더 좋고, 관계도 더 잘 풀릴 것이다. 나도 이제 호구조사식이 아닌, 즐겁게 책을 만나봐야겠다. 에세이를 너무 잘 쓰려는 생각도 완전히 놓아야겠다. 어쨌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배우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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