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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1-2장 수업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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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18 13:52 조회9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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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에서 야생의 사고, 브리콜라주, 기호, 구조, 구체성과 전체성 같은 용어들이 등장했다. 우선 브리콜라주에 관한 논의가 중심축을 이룬다. 나도 야생의 사고에 나와 있는 브리콜라주 설명을 읽었을 때 작년에 유아의 놀이에 대해 연구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한 어린이집 아이들의 놀이를 참여 관찰했다. 그날은 아이들이 산으로 생태놀이하러 가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산행 중에 맘에 드는 나무, 돌, 도토리, 나뭇잎 등을 주어 모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자신의 수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다람쥐를 발견하자 아이들은 다람쥐와 놀고 싶었다. 다람쥐에게 선물을 해 주고픈 아이들은 다람쥐들을 위한 잔치상을 차려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주머니에서 그동안 수집했던 자연물들을 꺼내어 다람쥐 생일상을 차렸다. 이때 아이들은 흥분하면서 다람쥐가 자신들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상을 먹을지,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잔치에 참석한 다람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파티장을 어떻게 장식할지 들을 떠들어댔다. 재료를 수집 과정도 우발성, 다람쥐를 만난 사건도 우발성, 잔치상을 차리자는 프로젝트도 우발성, 한정된 재료로 잔치상과 레드카펫을 만든 과정도 우발성. 계획은 사건을 통해 만들어졌고, 잔치상을 만드는 과정도 끊임없이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다람쥐 생일상을 차린다는 전체성은 놓치지 않았다. 

  그랬다. 선민 샘의 말씀대로 전체를 봐야 쓸모를 알 수 있었다. 쓸모도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 발생한다. 다람쥐 밥상 놀이 사례처럼 산행 중에 우연히 발견한 나무, 돌, 열매들이 다람쥐를 만난 사건과 접목되면서 쓸모가 생겨났다. 다람쥐 잔치상을 만들어주기 한정된 재료의 자연물의 유용성이 살아났다. 

  이렇게 야생의 사고는 특정한 계획 때문에 구성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필요와 우연적 조건이 마주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필요와 쓸모가 생길지 알 수 없기에 이들은 모든 사물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경험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수집된 정보들을 가지고 대상들을 분류하고 배치하였다. 그래서 딱따구리 주둥이와 치통이 연결가능한 거고, 코끼리 부족과 토기장이부족이, 북미 큰사슴과 세계가 연결 가능한 거였다. 이렇게 자유롭게 중구난방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이들의 상상력이 놀라왔다.

  정말 이들은 이렇게 세밀하게 변별하고 다양한 차이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자기의 세계를 다질적이고 잡다하게 만들어놓고 동시에 이것들을 통합하고 전체화하기 위해서 ‘분류한다.’ 분류 자체가 통합하고 전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분류는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모든 성스러운 것은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62) 

  그 분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일정한 기준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 건 없었다. 문빈 샘의 발제대로 “분류의 원리에서 미리 결정된 공리란 없다.” 분류 기준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만들어졌다. 그랬다. 우발성이 기준이었다. 이들은 수많은 차이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질적 차이들 간에 조화와 균형은 어떻게 이뤘을까? 그들만의 노하우와 매뉴얼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없었다. 다만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만 있을 뿐이었다. 

  이점에서 나는 차이와 구조주의가 이해되지 않았던 지점을 깨달았다. 어딘가에 정답이 있을 것이고, 명석 판명한 원리가 있을 것이고, 목적과 결정된 방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았다. 목적론적 사고, 결정론적 태도를 벗어나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지만 그것은 끈질기게도 내 안에 남아있었다. 그러니 ‘미개인들’처럼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고 성찰하면서 우연의 세계를 더듬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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