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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13 13:20 조회12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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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가 만들어내고 믿은 이야기

드디어 현생인류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10만 년 전 부터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고 4만년 정도가 흘러 6만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피엔스의 특징이 시작된다. 막혔던 각 블록에 균열이, 혹은 문이 생기면서 지성들이 서로 넘나들게 된 것. 인지가 유동하게 되었다.

이 유동성, 흐름으로 인해 각 영역들이 겹치면서 이것에서 저것으로의 변신이 가능해지고 이를 테마로 한 미술, 종교, 이야기가 생겨났다는 것에 감탄하면서도 여기에 막대한 역할을 한 언어와 의식의 어려움에 압도되어 그 이상의 생각은 진전시키지 못했다. 특히 유동성으로 인해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 것을 두고 책에서는 모순이 아니라고 했는데 우리들 모두 왜 모순이 아닌지를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책에서는 이누이투족등 현재 수렵채집인들이 사냥의 대상인 곰을 존경하고 친척으로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잡아먹는다며 이는 모순이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두 사고가 다른 출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곰을 잡아먹는 것은 자연사와 먹을 것을 구하는 문제와 관련된 분화된 영역에서, 곰을 토템으로 숭배하는 것은 모든 것이 뒤섞인 데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연결되고 중첩되었다고 해서 분화가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어떨 때는 분화영역에서 어떨 때는 중첩된 상태에서 일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내용만으로는 모순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미솔샘이 비슷한 경우를 말했다. 작년에 본 다큐에서 곰을 사냥해서 잡아먹어놓고 곰 머리를 집에 가져와서 머리에 장식을 하고 뽀뽀하고 신처럼 모시더라는 것. 이 어찌 모순이 아닐까? 미숙샘도 아이 이야기를 했다. 귤을 먹으라고 주었더니 자장 자장 도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왠 걸 홀라당 까 먹더라고.

선민샘은 바로 그게 제의라고 했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상황(곰은 나의 먹이감인 동시에 나와 연결되었다는 느낌. 곰이 반은 나 자신인 것 같은 느낌)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그 형식을 창안해낸 게 제의라고. 만약 죄책감을 느껴 먹지 못한다면 굶어 죽는다. 그것은 분열증이다. 먹지도 못하고 안 먹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는 것은 유동상태에만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 것도 못하고 죽는다. 샘이 이에 해당하는 예를 말해주었다. 샘이 읽은 동화책에서 토끼는 풀을 먹다가 문득 풀이 생명체라는 걸 느끼고 죄책감에 먹지를 못한다. 풀은 괜찮다고 계속 말했지만 토끼는 굶다가 죽는다. 그러니 어떻게든 끊어내고 결정해야 한다. 그 끊어내는 절단, 채취의 형식이 제의이고 언어의 차원에서는 환유와 은유이며 추상화라고.(ㅎ제대로 정리가 된 건지~~~) 그렇다면 신화도 하나의 제의형식이라고 할 만하다. 어느 책에선가 신화는 함부로 말하지 않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말했다고 읽은 것도 같다.

추상화는 이 모순처럼 보이는 것을 통합하는 것이다. 통합이 안되면 즉 네안데르탈인이라면 어떨까? 그냥 죽이는 걸로 끝이다. 희진샘이 말한 동화가 그것이다. 아이들이 푸줏간 놀이를 역할 분담해서 했다. 그런데 백정 역할을 맡은 아이가 동물 역할을 맡은 아이를 정말로 목을 찌르는 게 나온다. 어른이 알고 기겁해서 말리긴 했지만. 즉 통합이 안되어 더 높은 차원으로 추상화되지 못하면 상대를 죽이거나 자신이 죽거나이다.

언어의 역할이 더 심오하게 느껴지는 건 그 무한한 생산성 때문이다. 언어는 원래 의사소통을 위해 사회적 영역에만 속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어는 사회 영역의 벽에 스며들어 밖으로 나가 다른 영역에 침투하고 그것은 다시 사회영역으로 침투해 사회영역은 범람하게 된다. 모든 영역으로 흘러든다. 이렇게 언어는 유동상태를 만든다. 그러나 계속 흐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것을 절단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또한 언어다. 절단할 때 세계에서 가장 사피엔스의 삶을 제압하는 어마어마한 그것, 즉 전체 자연을 무엇, 예를 들면 곰 혹은 독수리등을 선택하는데 그 전체의 부분을 택하는 것을 환유라 하고 그것을 곰이나 독수리가 아닌 인간과 동일시 하는 것을 은유라 한다. 이러한 은유와 환유를 함으로써 거기에서 이전과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게 추상화이며 또 유동의 흐름을 다르게 만들어낸다. 그러면 또 이것을 절단한다. 또 의미가 만들어지고, 즉 하나씩 더 ~~그러면서 추상화는 반복되고 점점 복잡한 유동이 생성된다. 유동이 먼저인지 절단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무한한 생성, 유동의 가속화~~~~쓰다 보니 이렇게 정리가 되는데 선민샘 열강을 듣다보니 글쓰기도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뒤엉켜 흐르는 유동을 어디선가 잘라내서 정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글쓰다 보면 뜻하지 않은 생각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다시 유동을 발생시키는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유진샘도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구석기인도 참 힘들게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나는 그 샘의 감수성에 놀랐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지어낸 이야기, 즉 신화나 민담이 우리가 지금 글 쓰는 게 힘들 듯 힘들게 지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막 경외감이 일었다. 그래서 래비 스트로스도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은 철학을 하고 윤리를 창한해 낸 사람이라고 했을까?

그림동화에는 사냥꾼과 동물과의 관계를 중시한 스토리가 많다. 대부분 숲에서 굶주릴 때 동물을 만난다. 사냥하려는 찰나 동물이 살려달라고 사정한다. 꼭 은혜를 갚겠다면서. 사냥꾼은 동물의 청을 들어주고 목숨을 잃을 위기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전에 살려주었던 동물이 나타나 사냥꾼을 구해준다. 사냥꾼은 명사수일수록 동물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그 옛날 수렵인 사피엔스가 사냥기술을 익혀 명사수가 될려고 했던 것도 마구 죽이지 않고 최소한만 죽이기 위해 즉 적중하고 고통없이 빨리 죽이기 위해 기술을 익힌 게 아닐까? 그 신중했던 관계의 윤리가 19세기 그림형제가 채록했던 당시에는 동물과의 직접관계가 아니라 다른 관계에서 동물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선민샘에 의하면 수렵사고의 흔적이 남은 게 아닐까?

이에 비하면 아직도 수렵을 하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그림동화보다 훨씬 더 옛날 수렵인들의 냄새를 풍긴다. 지금 내 옆에는 사냥꾼과 들소가 나오는 동화책이 있는데 들소가 된 인디언이야기이다. 들소 떼를 따라다니던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위대한 사냥꾼이 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남자는 들소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냇가 덤불속에서 들소를 기다린다. 들소 한 마리가 터벅터벅 걸어오자 그는 얼른 활 시위에 화살을 걸고 단단히 잡아당긴다. 잠깐 눈을 한 번 깜박인 사이 들소는 아름다운 여자로 변해 있었다. 자신의 부족이 아닌 다른 부족 여자였다. 남자는 여자에게 반해 결혼하고 아들도 낳는다. 남자가 사냥 간 사이 부족들은 여자와 아들을 핍박하고 여자는 아이를 데리고 자신의 들소의 나라로 가 버린다. 사냥에서 돌아온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찾아 산넘고 강건너 들소의 나라에 도착하는데 들소의 족장은 수많은 들소와 송아지 무리에서 너의 아내와 아들을 찾아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아들 송아지는 기지를 발휘해 자신은 귀를 쫑긋할 것이고 어머니 들소 등위에는 도꼬마리를 붙여놓겠다고 한다. 덕분에 사냥꾼은 위기를 면하고 사냥꾼의 용기에 감동한 들소들은 기를 모아 사냥꾼을 들소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인간과 들소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풀어나가는 형식이 남자의 위대한 용기와 지헤로 나타나 있다. 들소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들소가 될 만큼 둘은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사피엔스는 느꼈다, 인지가 유동함으로써 생긴 의식이다. 그러니 위대한 사냥꾼이란 함부로 죽이지 않는 사람이다. 윤리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그들은 이러한 스토리를 만들어놓고 이 세계를 믿었다. 우리는 매번 부딪히는 관계의 형식을 어떻게 만들어갈까? 석기시대 사피엔스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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