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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테일 세미나s2] 5주차 『올랜도』 후기

게시물 정보

작성자 권재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05 09:57 조회1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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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테일 s2 다섯 번째 후기를 맡은 권재현입니다!


읽기 전부터 선민샘께서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 읽어도 읽어도 정말 어려웠습니다. 생각해야 할 부분도 읽을수록 많아졌구요. 이 책에서 나오는 올랜도는 남자였다가, 여자로 변합니다. 시간 감각도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시대는 몇백년이 지났는데, 올랜도는 고작 몇 년 나이가 더 들 뿐이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하고 책을 덮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ㅎㅎ


우선 세미나 시간에 여성성에 대해 선민샘께서 디테일하게 들어가시는 부분이 재미있어서 공유해봅니다! 우선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는 다른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보다 가볍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전작에 걸쳐 다루고자 했던 여성문제를 다루는데요. 버지니아 울프의 인상적인 점은 여성은 이런 존재야 라고 딱 정의 내리는 목적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특정 존재로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여성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 남성으로서는 그 성질을 절대 발현시킬 수 없는 것 말이죠!


좀 아리송한데요, 선민샘께서는 남성시절? 올랜도의 예를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올랜도가 처음에 남자였을 때, 올랜도는 몇 대 째 내려오는 전통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올랜도 자신도 칼을 들고 무어인을 베며 거기에 동참해야 할 것 같은 자부심 말이죠. 그것은 남성성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교도를 죽이며,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가문)을 계속 확인하는 일. 그 남성성은 몇 대에 걸쳐서 자기 몸 안에 깊히 박혀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모든 행동과 생각들이 여기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올랜도는 이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깊히 박혀서 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이 남성성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까? 자신의 뿌리를 모두 떼는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말이죠. 그것은 남성의 신체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남성의 신체로서, 남성중심의 세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간단하게?! 여성이 됨으로써 남성성에서 쉽게 빠져나옵니다. 하나의 기준만이 중요한 세계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이것은 여성이 되는일로 밖에 해결이 안된다고 본 것이죠.


그렇다면 여성성이란 무엇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고독함? 글쓰기? 무명? 명성에 구속되지 않는 것? 여러 가지 생각 나는 키워드들이 많아서 어디서 풀지 헷갈리더라구요. 그 때 올랜도가 여자가 되어 결혼을 하는 장면, 그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더 자세히 말하면 올랜도가 결혼이라는 시대정신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장면으로 들어가 씨앗문장을 썼습니다.


그녀는 그 시대정신에 교묘하게 경의를 표시해서, 다시 말해, 반지를 끼고, 황야에서 한 남자를 발견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풍자가나 냉소주의자나 심리학자가 되지 않고 -이런 것들은 금세 들켰을 것이다 시대정신의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던 것이다. (...) 그녀는 자기 시대와 싸울 필요도 없고, 그것에 굴복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바로 그 시대에 속하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남아있었다.

, 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234p


이 부분을 읽고 문득 여성성이란 우회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성성이 단지 남성성에 저항하거나 혹은 회의주의로 빠지는게 아니라, 흔히 시대정신에 따라 주어진 의미를 계속 비틀고 뒤집으면서 이전의 기준들에서 요리조리 탈피하는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다만 글을 쓰면서 그 장면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지는 못했는데, 이번 후기를 통해 그 장면에 더 머물러보고 싶습니다.


올랜도는 시대정신에 영향을 받아 결혼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힘들어 했습니다. 손이 아파 그토록 좋아하던 글도 써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무조건 시대정신에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연인이었지. 남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녀는 연인을 원했지만, 그것이 빅토리아 시대에 따라 남편과 부인으로 정의되는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올랜도는 갑자기 모험을 시작합니다. 남자를 찾기 위해 자연 속으로 걷고 또 걷습니다. 이 부분이 신기했습니다. 남자였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점 지어준 짝을 만나거나, 혹은 우연히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데 직접 자신의 연인을 찾으러 나섭니다. 멀리 그에게 정해진 환경 (영국의 사교계 혹은 터키 외교관)에서 만난 사람과 사귀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점을 발견하며, 달라서 오는 불편함이 더욱 커질 때 애인을 떠납니다. 남자였을 때 올랜도는 자연을 좋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속한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여자가 되어서는 연인을 찾아 자신이 속해있던 환경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집니다. 동시에 자연 속으로 점점 들어갑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귀족 저택과 사교의 현장을 떠나지 않고서는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원하는 관계를 생성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그러면서 자연 속의 수많은 생물들과 만나고 느끼고 교감합니다. 그 끝에 갑자기 나타나 그의 연인이 된 남자, 마머 듀크 본스롭 쉘머딘(이름이 참 깁니다^^)을 만납니다. 올랜도는 그 이름에서 낭만적이고, 기사도적이며, 정열적이고, 우울하면서 결연하고, 떼까마귀의 푸른빛과 까악까악 거리는 웃음소리 뱀처럼 꼬면서 떨어지는 깃털?!을 느낍니다. 올랜도가 자연에서 만났던 수많은 동식물(남성과 여성을 뛰어넘어)들과, 그들과 맺었던 관계를 상징하는 그런 이름처럼 느껴졌습니다. 올랜도는 그를 쉘, , 본스롭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면서, 또 그와 계속 이야기하면서 그의 다름을 계속해서 발견하며 이해해나갑니다. 올랜도는 모험을 통해 자신과 다른 것들과 계속해서 부딪히고, 예전처럼 그것을 불편한 것으로만 남겨두지 않습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모든 다름들이 신기하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올랜도는 느낍니다. 그리고 그와 결혼합니다.


하지만 결혼이 끝난 후에도 올랜도는 자신의 행위가 시대정신에 끼쳤을 영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결혼을 하지 않고도, 올랜도는 나름 방식으로 자신의 짝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했습니다. 잠깐, 그런데 이것을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편은 항상 케이프 혼으로 항해하고 있는데, 이걸 정말 결혼이라고 할 수 있어?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이게 결혼인지 아닌지, 스스로도 의심스럽고 미심쩍습니다. 혹시 올랜도는 여전히 자신의 결혼이 시대정신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것을 계속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게끔 시대정신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그녀는 결심합니다. 자신이 시대정신과의 관계가 정확이 어떤지 글로써 정의하기로 말이죠. 올랜도의 말에 따르면, 글은 손이 쓰는게 아니라 온 몸이 쓰는 것이니까요. 글은 곧 올랜도 자신을 나타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어떤 글을 쓸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올랜도는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올랜도가 쓴 글을 볼까요?


그리고 나는 들판으로 갔노라,

움터 오르는 풀은 흔들리는 백함의 꽃받침에 가려 있고,

뱀처럼 생긴 시무룩하고 낯선 꽃이여,

어두운 보랏빛 목도리를 한 것이 이집트 소녀들 같으니

같은책, 233p


그녀의 온 몸이 글을 쓰고, 쓴 글에 대해 온 몸이 다시 반응합니다. ‘이집트 소녀는 아니야라고. 들판으로 간 내가 발견한 백합의 꽃받침에 가려있고 뱀처럼 시무룩하고 낯선 꽃은 왜 이집트 사람이며, 소녀여야 하는 것일까요? 시대 정신은 나에게 어둡고 낯선 무언가는 유럽인에게는 신비롭게 느껴지는 이집트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녀의 몸은 이집트 소녀는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대신 풀은이라고 쓴 것은 잘했다고 칭찬해줍니다. 이제 그녀는 압니다. 자신이 생성할 수 있는 말과 감각이 있다는 것을! 저는 이 글이 그녀에게 확신을 주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더 이상 그녀에게는 남편이 어디에 있던 케이프 혼에 가던 말던, 그건 중요하지 않디는 것도요. 올랜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뭐 살아만 있으면 된 거 아니겠어? 난 그 사람이 좋고, 그 사람의 다양한 면면들과 소통하며 알아가는 일이 즐겁고, 그 사람은 항해하는 사람이고, 그러다 돌아오면 우리는 다시 얼굴을 보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안하는지 생각하는게, 아니 아무리 작더라도 시대정신과의 연결고리를 떠올리는 일이 뭐가 중요해?'라는! 올랜도가 시대정신을 벗어나서 자신만의 길을 간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글쓰기입니다. 그녀가 쓰는 것이 무엇이던 시대정신을 반영한 언어를 끊임없이 지워나가고, 그 자리에 그 언어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녀가 느꼈던 감각들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일 말이죠!


우회하기로 씨앗문장을 썼을 때, 저는 올랜도가 시대정신을 생각하는 한 편 시대정신을 스쳐지나가는 듯하면서 쌩하고 멀리 도망쳐버리는 일, 그렇게 해서 자신의 길을 내는 일이라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하지만 후기를 써보면서 우회하기가 제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치열한 과정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민샘께서 말씀하셨던 올랜도에게 켜켜히 쌓여있던 시간성, 그리고 올랜도 주변을 둘러싼 공간으로부터 우회해 자신만의 길을 생성해나가는 과정은 치열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올랜도는 그 시대 빅토리아 시대정신에 영향을 받아 결혼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랑은 결코 결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하나의 언어로 정의되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로 몸을 던집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자연이었습니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태도로 세상은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결을 그녀는 계속해서 느낍니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씁니다. 자신의 언어를 생성해냅니다. 그녀는 단순히 시대정신을 비껴나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를 통해서 자신만의 길을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고 싶었던 여성성-여성적 글쓰기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있을 때, 자신이 시대정신을 마음껏 이용하는게 아니라, 시대정신 자체가 아예 중요해지지 않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되어 좋았습니다.


후기를 통해 제 생각을 새롭게 정리해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어줄지도 궁금합니다! 제 후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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