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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유기행 S2] 2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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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ris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9-12 21:04 조회4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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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유기행 S2] 2주차 후기

박주영

   이번 주에는 키토 교수의 명저인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1~4장을 읽었는데, 이 책은 시즌1에 읽었던 책들에 비해 이해하기가 쉬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대해 알아갈수록 현재의 삶의 양식과 사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저번주에 이어 척박한 환경에서도 여가를 즐기며 살아가는 고대 그리스인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조건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거친 기후와 빈약한 농산물 등 살기에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들이 결핍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결핍감이 있으면 아무리 소유한 것이 많아도 가난할 수 밖에 없지요. 척박한 환경으로 노동을 해봤자 수확하는 생산물의 차이가 크지 않았기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필요없는 노동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들은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얻으려 애쓰지 않음으로써 여가를 확보했고, 그 시간을 집 바깥에서 보냈어요.

   그럼 이들은 여가시간에 무엇을 했을까요? 시간이 많아도 돈이 없어서 여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현대인에게 고대 그리스인들이 가진 여가시간은 그리 즐겁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가를 쇼핑, 여행, 음주, 골프 등 뭔가 소비하는 방식으로 보내는 것에 익숙하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도시, 농촌 등 장소를 막론하고 여가시간에 동료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자신의 지혜를 가다듬고 행동박식을 개선했어요. 사실 플라톤의 향연은 소크라테스 등 그리스인들이 저녁에 술 마시며 에로스가 무엇인지 얘기하는 내용인데, 이 책은 그들의 여가 및 대화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키토는 그리스인에게 대화는 생명의 호흡이었다고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화를 별로 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본다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영샘은 대화의 능력은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관련된다고 했는데, 현대인들의 빈약한 대화능력, 대화소재 등은 현장을 만드는 능력의 약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시공간을 형성하지 못하기에 타인이 만들어 놓은 현장에 들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돈이 필요한 것입니다.

   한편 키토는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에서 아테네 문화는 아테네 기후의 산물이라고 했는데, 기후, 자연이 삶의 방식 및 사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 어디를 가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유사한 욕망과 삶의 방식을 갖고 있기에 이런 내용이 낯설게 다가왔는데요. 그리스는 영토가 작지만, 지중해성 기후와 아고산 기후가 몇 마일 거리를 두고 공존하며, 바다가 있고, 비옥한 영토와 험한 산악이 번갈아 나타나는 등 매우 다양한 면모를 지닌 지역이고, 동일한 생활방식을 가진 공동체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린 너무 도시에 익숙해져 있기에 농촌, 바다에 대한 감각을 거의 잃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땅에 대한 도시와 농촌의 감각, 바다에 대한 농민과 어부의 감각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예를 들면 농촌공동체의 일원이었던 헤시오도스는 항해를 하고 무역으로 돈을 버는 삶은 자연스럽지 않은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농부였고 자연의 규칙적 주기와 느린 진행에 익숙했기에 장사로 재산을 형성하는 것은 불안정한 직업이었고 많은 위험이 따른다고 봤어요.

   이 밖에 기억에 남는 얘기는 고대 그리스인의 탁월함, 비극적 감수성 등이었는데요. 고대 그리스인은 사건들을 보편적인 섭리, 필연적인 결말로 여겼고, 이를 어떻게 명예롭게 겪느냐가 그들에게 중요했습니다. 영웅적 행위를 하는 원동력은 타인에 대한 의무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무감인데 이는 내 존재를 탁월하게 만들어줄 의무감입니다. 탁월함(아레테, arete)은 특히 자본주의 시대 들어서 사라져버린 가치입니다. 우리는 내 존재의 왜소함을 돈, 권력, 종교 등 다른 것에 가치를 둠으로써 해결하려 하죠. 그리고 존재적 결핍감은 존재를 입증하고 싶은 욕망으로 표출되는데, 과도한 스펙경쟁은 얼마나 우리가 존재적으로 왜소한지를 보여줍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가치있는 것을 얻기 위해 아킬레우스처럼 인생 자체를(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용기와 영광은 죽음을 무릅써야 가능하고, 신들은 은총 하나에 슬픔 두 개씩을 준다고 봤는데,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이루고 얻으려는 현대인들과 너무 대비됩니다. 그리스인은 비극을 선호했지만 인생을 가련하다고 여기지 않았는데요. 비극을 통해 그들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성 앞에서 내 존재를 탁월하게 만드는 영웅적 행위를 보며 인간의 삶을 긍정할 수 있었습니다. 비극이 저변에 흐르나, 인생이 가치 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명랑하고 쾌활한 느낌을 갖죠. 이는 비극적 감수성이지 우울증은 아닙니다. 일리아스 등 그리스 문학에서 자주 나오는 비극의 정신은 고귀한 삶에 대한 욕망으로 표출되는 삶에 대한 열정적인 기쁨과 죽음, 유한성 등 변화시킬 수 없는 삶의 큰 틀에 대한 인식 사이의 긴장에 의해 형성됩니다. 요약하면 비극의 정신은 열정적인 긴장이죠.

   고대 그리스인들의 다양한 면을 보면서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시공간, 욕망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다음 시간에 얘기할 그리스의 폴리스, 민주정(5~8)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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