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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크로스, 우리도 철학한다!] 9주차_가라타니 고진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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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보루 작성일20-05-19 14:28 조회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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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장크로스, 우리도 철학한다!] 가라타니 고진의 탐구수업 9주차 후기입니다.

이번 시간은 지난 수업에 이어서 '제6 파는 입장'의 뒷부분을 읽어나갔습니다.


여러분은 사회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요? 우리는 사회를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저에게 이 질문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만큼이나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것으로 다가옵니다. 막연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상호주관의 지평 위에 놓인 사회를 고진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함께 따라가 보아요!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이다. 그러나 이는 가치 있는 대상이 사회적 규범(코드)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는커녕 교환은 맹목적인 비약이며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라타니 고진, 탐구, 새물결, 111)

오호, 고진은 상품의 가치를 사회적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그런데 이때 상품의 가치라는 것은 하나의 규범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맹목적이며 근거 없는 교환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를 좀 더 설명하기 위해 고진은 자본론에서 마르크스가 말하는 노동의 사회적 성격상품을 생산하는 노동 특유의것으로 이해합니다.


노동의 사회적 성격상품을 생산하는 노동 특유의것이어야 한다. 이는 노동 일반의 특성이 아니라 상품 교환이 노동에 부여하는 특성이다. 따라서 사회적 성격은 노동이 아니라 상품 교환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가라타니 고진, 탐구, 새물결, 112)

고진은 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노동 일반의 특성에서 찾지 않고, ‘상품을 생산하는노동의 과정, 상품 교환의 과정에서 부여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아까부터 상품 교환의 과정에서 사회적 성격을 발견하려는 고진의 집착(?)이 무진장 느껴집니다... 대체 상품 교환의 과정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길래 그러는 것일까요? 또한 고진은 공동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교환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사회적 성격과 무관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왜 그런 것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상품의 출현 과정을 따라가 보아야 합니다.


생산물의 직접적 교환은 일면적으로는 단순한 가치표현 형태를 띠지만 다른 면에서는 아직 가치표현 형태를 띠지 않는다. () 어떤 사용 대상이 교환 가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하는 최초의 모습은 그 상품이 비사용 가치로서, 즉 소유자의 직접적 욕망을 넘어선 양의 사용 가치로서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나타날 수 있다. (자본)

생산물의 직접적 교환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사물은 상품이 아니라고 마르크스는 말합니다. 어떤 사용 대상이 교환 가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즉 상품이 될 가능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교환을 거쳐야 합니다. 교환을 거친다는 것은 나와 사물 간에 맺는 1차적 관계, 혹은 사물에 내재된 기대되는 사용용도를 벗어나 사물이 비사용 가치를 띠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물이 비사용 가치를 띠면 교환 과정에서 고정된 기준이 되는 양적 가치 척도를 나타낼 수 있기에 전혀 다른 사용 용도를 지닌 사물과의 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교환 가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 1) 비사용 가치


모든 물건은 인간에게 그 자체로서는 외적이며 따라서 양도될 수 있다. 양도가 상호적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각자를 양도될 수 있는 모든 물건의 사적 소유자로서,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독립된 사람으로 상대할 일을 단지 암묵적으로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 (자본)

또한 교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나와 물건의 관계가 사물을 대상으로 두고 주인인 내가 그것을 소유하는 사적 소유관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건을 나의 소유로 두고, ‘서로를 독립된 사람으로 상대할 때 사람들이 상호적으로 물건을 양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교환 가치가 될 수 있는 가능성: 2) 사적 소유 인정(상호 타인)


비사용 가치와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상품이 교환 가치로서 인정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소비를 해왔기에 이러한 교환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앞서 말한 전제들이 당연하게 작동하지 않는 사회체계도 존재합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가족 내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것들을 자식이 그 값을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하는 빚, 채무로 받아들이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무 자르듯 상호타인으로 여기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마르크스가 상호타인이라는 관계를 자연발생적인 공동체 성원 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던 것도 이러한 성질 때문일 것입니다.


상품 교환은 공동체의 경계선, 즉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 또는 다른 공동체의 성원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물건이 일단 대외적 공동생활에서 상품이 되면 반작용으로 내부의 공동생활에서도 상품이 된다. (자본)

공동체 내부에서는 앞서 말한 방식의 교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재화를 물물교환하거나 시장에서 가격이라는 메커니즘에 따라 상품을 거래하는 교환의 메커니즘 대신 사회적 규범과 관례가 교환의 영역을 관장합니다.

그러나 공동체의 외부, 공동체와 공동체의 사이에서는 내부의 규칙 체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끊임없는 규칙의 변경이 있으며 규칙의 변경을 금지하는 규칙은 있을 수 없”(113)습니다. 고진은 공동체의 외부, 공동체의 사이에 위치하는 그러한 장소를 사회라고 부르고 거기에서 성립하는 규칙 체계 고유의 특성을 사회적이라 부릅니다.


이 공간(시장)이 확대되어 여러 공동체를 전면적으로 포섭하는 데까지 이르는 경우 그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처럼 간주된다. 고전 경제학은 그러한 공동체, 즉 폐쇄된 단일 균형체계의 모델로부터 출발한다. (가라타니 고진, 탐구, 새물결, 113)

고전 경제학은 공동체의 외부, 혹은 사이에 마련된 이 공간을 하나의 공동체처럼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지는 다수체계적인 시장에서의 사회성’, 즉 맹목적인 비약을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시장(=사회적 공간)은 근본적으로 다수체계적입니다. 여기에서의 균형은 규칙에 의해 교환이 조절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개개의 교환이 끊임없이 규칙을 변경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114)입니다.


시장 경제의 균형 작용이 규칙에 의한 교환의 조절이 아니라 개개의 교환에 의한 목숨을 건 도약이라는 비연속성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교환이 이루어질 때 실은 등치하는 것에는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으며 그 이전에 규칙도 없다는 것에서 고진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것 고유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고진은 사회라는 것이 고정된 규칙체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규칙의 변경과 도약의 과정을 이행해야 하는 사회적인 규칙체계로 엮인 공간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번 장에서는 상품 형태에 존재하는 사회성에 대해 탐구해보았습니다.

(1) 상품이 되려면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2) ‘교환은 사용 가치를 정지시킨다. (비사용 가치)

(3) 끊임없는 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지는 공동체-공동체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진다. (교환의 사회적성격)


철학입문 수업 첫 시간, 수영쌤은 저희들에게 탐구를 읽으며 분석적 읽기 연습을 함께 해나가는 것을 이 강독 수업의 목표로 잡아주셨어요. 고진이 비판하는 세계, 나아가려는 세계, 이를 위해 이용하는 철학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고진의 논의를 쫓아가는 데 급급해서 놓치는 지점들을 수영쌤이 외부자적 시선에서 짚어주시는 것이 좋았습니다.

고진의 논의를 따라가는 것도, 전체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의 논의가 쏠려있는 지점을 비판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습니다. 탐구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지만, 오늘 내가 이해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돌아보며 다음번에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디뎌보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려 합니다. 함께 길을 헤매고 있는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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