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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릴라 세미나]모비딕 1주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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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담상 작성일20-03-19 15:21 조회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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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맞은 게릴라 세미나!

장장 700페이지에 달하는 모비딕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큰 고래를 연상시키는 분량에좀 쫄아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웬걸! 내용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하여 쑥쑥쑥 페이지를 넘겼답니다.

역시 거장은 다르구나~ 싶었죠ㅎㅎ


모비딕은 주인공 이슈메일(이슈마엘X, 아슈메일X)이라는 청년이

문득(?)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들로 시작하는데,

이 고래를 잡으러 간다는 것 자체가 많이 생소하긴 합니다.

한반도야 워낙 먹을 거 많고 부족한 거 없으니 굳이 험한 바다까지 왜 나가냐 싶지만

당시 19세기 서양에서는 고래잡이가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었나 봅니다.

고래 기름은 촛불을 밝히는 데 흔히 사용되었고

영국의 왕위 계승식에서 후계자의 머리에 바르는 기름에도

향유고래기름(다른 고래 말고 only 향유고래!)이 쓰였다고 하니,

굉장히 귀하면서도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이겠지요.



향유고래인 모비 딕




하지만 이 책에서 고래를 잡는다는 건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슈메일은 고래잡이를 주 업으로 삼는 낸터컷 사람들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는데요,

그들이 바다를 소유하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지구의 3분의 2는 낸터컷 사람들의 것이다. () 다른 뱃사람들은 그 바다를 지나갈 권리밖에 없다. 상선들은 다리의 연장이고, 군함들은 바다에 떠 있는 요새일 뿐이다. 노상강도들이 길을 따라 다니듯 바다를 따라다니는 해적선이나 사략선조차도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육지의 파편인 다른 배를 약탈할 뿐, 바닥이 없는 깊은 바다에서 생활의 양식을 끌어내려 하지는 않는다. 낸터컷 사람들만이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 의존한다. (허먼 멜빌, 모비 딕, 작가정신, p.103)

단순히 생각해보면 고래잡이나 해적이나 해군이나 바다 위에서 생활하니 뭐가 다르겠어? 싶지만

펠레그 선장이 이슈메일의 상선 경험(-고래잡이 경험)을 엄~청 얕보듯

거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요는 생활의 중심이 바다냐, 육지냐의 차이 같은데요,

단순히 어느 쪽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지를 말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바다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이때 근영샘은 우리가 흔히 익숙한 해변의 바다보다도

대양 한가운데에 놓인 배 위를 떠올려보라고 하셨습니다.

주위에는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뿐

내가 몸을 실은 배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입니다.

이 바다에서는 어떤 외부적인 것도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도달할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배가 몸을 실은 파도의 출렁거림과 시시때때로 바뀌는 날씨,

그리고 그것들만큼이나 예측불가능한 나의 심정만이 이 세계의 전부입니다.


반면 육지에는 안전과 안락, 난로와 저녁식사, 따뜻한 담요, 친구들,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고 편한 육지에 있으면 되지, 왜 굳이 힘들게 바다에 나가는지 싶지만

재밌는 건 이 육지야말로 배에게는 가장 절박한 위험이 된다는 겁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분명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져

휘몰아치는 강풍을 맞이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기댈 곳 하나 없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 순간에는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가라앉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강구해야 하건만,

잠시라도 따뜻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상상하는 데 신경을 빼앗긴다면?

눈앞에 닥쳐오는 파도를 보지도 못하고 금세 가라앉아 버릴 겁니다.

그렇기에 바다에 사는 자들은 누구보다 안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위험 속에 뛰어듭니다.

배의 유일한 친구가 바로 배의 가장 고약한 원수인 것이다!”(앞과 같은 책, p.152)


모비딕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이 바다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고 매력적인 인물들입니다.

그중 가장 강렬한 건 피쿼드 호의 선장인 에이해브입니다.

모비딕이라는 향유고래에게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선장!

일등 항해사 스타벅이 말 못 하는 짐승한테 복수라니!”하며 말려보지만

그의 이성으로도 에이해브를 막질 못합니다.


자네는 좀 더 낮은 층을 볼 필요가 있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판지로 만든 가면일 뿐이야. 하지만 어떤 경우든, 특히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 엉터리 같은 가면 뒤에서 뭔가 이성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그러나 합리적인 무엇이 얼굴을 내미는 법이야. 공격하려면 우선 그 가면을 뚫어야 해! () 나는 녀석한테서 잔인무도한 힘을 보고, 그 힘을 더욱 북돋우는 헤아릴 수 없는 악의를 본다네. 내가 증오하는 건 바로 그 헤아릴 수 없는 존재야. () 나를 모욕한다면 나는 태양이라도 공격하겠어.” (앞과 같은 책, p.217)

에이해브의 복수는 참 묘한 끌림을 주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왜 그렇게 죽자살자 매달리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강렬한 파토스만큼은 무시하기 힘듭니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복수를 할 수나 있을까요?

보통은 차라리 모욕을 감수하고 얌전히 사는 쪽을 택하지 않을까요?

어렵습니다;;


그 이외에도 모비딕에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 많습니다.

뭐 결국에는 이슈메일만 남는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그들이 바다 위에서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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