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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 소설 세미나 5주차 후기 - <펜테질리아>

게시물 정보

작성자 소담상 작성일20-01-17 19:32 조회36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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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 소설 세미나 마지막 주차 후기를 맡은 소담입니다.

벌써 세미나가 끝?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최저의 출석률을 자랑했습니다만ㅎㅎ

그래서인지 더욱 아쉽기도 했네요~

마지막 시간은 다른 샘들도 일로 바쁘시고 지안샘도 갑자기 아프시는 바람에

철수샘과 수정,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조촐하게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책은 소설 아닌 희곡,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


<펜테질레아>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희곡입니다.

펜테질레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 여전사 부족의 여왕으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펜테질레아와 그리스 영웅인 아킬레우스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는 참~ 간단하지만

이 책을 읽는 묘미는 무엇보다 펜테질레아와 아킬레우스의 광란하는(!) 감정선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사랑에 빠져 아킬레우스를 굴복시키고자하는 펜테질레아에게

이미 포로는 충분히 잡았으니 돌아가자는 부하들의 충고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아킬레우스를 잡기 위해 몇 번이고 미친 듯이 절벽을 오르려는 펜테질레아!

그런 다음 그녀가 광란하는 여인처럼 / 암벽을 기어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불타오르는 욕정 속에서 이곳저곳 헤매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올가미에 얽혀 있는 노획물을 / 탈취하려는 헛된 희망을 품고서.

() 그녀는 갑자기, 말과 말 탄 여인이, / 떨어지는 낙석에 휘말려서,

마치 지옥으로 떨어지듯이, / 암반의 가장 밑자락까지 추락합니다.

그런데 목이 부러지지도 않고 배우는 바도 없습니다.

그녀는 다만 몸을 추스르고 다시 기어오릅니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펜테질레아, 지만지드라마, p.33-35)

아킬레우스도 마찬가집니다. 아마존 전사들이 트로이 편인지, 그리스 편인지 당최 종잡을 수 없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오디세우스와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게 퇴각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알은 체도 안 하는 듯, 아니면 아예 말을 못 알아듣는 듯

아킬레우스는 펜테질레아와 전쟁을 치루기 위해 출전합니다.

참 어떻게 보면 어느 쪽에나 민폐나 끼치는 노답 커플!

하지만 이들의 역정적인 사랑을 보면 미쳤구나싶다가도

묘하게 통쾌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벼락에 맞은 것처럼 그들의 그야말로 미친(!) 몸짓은

트로이VS그리스의 전쟁 구도도 박살내고

아마존 여전사 부족의 규율도 박살내고

결국에는 그들 자신마저도 파괴시켜 버립니다.

이걸 좋고 나쁨에서 논한다면야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그 모든 걸 뒤흔들어 놓는 강렬함이라니!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이 격렬한 사랑을 광기라고 억누르고

아주 현명한, 그래서 정말 무미건조하고 활기 없는 삶을 살아가기만 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저희는 관계에서 특히 이런 식으로 억누르는 면모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부부나 연인, 가까운 친구와 있다 보면

여러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싫음이나 짜증과 같은 부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감정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관계를 깨뜨릴까 두렵기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감정을 하나하나 억누르다 보면 결국

사소한 사건으로 펑! 터져 버리거나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관계가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그런 감정들이 나를 꿰뚫고 지나가도록 하여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법을 배우자! 라고는 하였습니다만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무턱대로 말하는 것도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자아를 지키고자 할 때 나타나는 감정과 변용태는 또 어떻게 다른지?

등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했네요ㅎㅎ

결국 완벽하게 딱! 정리된 것은 없었습니다만~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던 과정이 참 즐거웠습니다ㅎㅎㅎ

2월에 읽생 학기가 시작하면 또 이렇게 신나게 떠들 수 있겠죠?

철수샘이 기대하는 새학기가 빨리 다가오길 바라면서ㅋㅋ

이만 세미나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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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철수님의 댓글

철수 작성일

셋이 머리를 맞대고 천개의 고원 680쪽부터 몇 페이지를 한 문장씩 읽어가면서...
펜테질레아에서 나왔던 것이랑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세미나였습니다.
671쪽 공리1에 "전쟁 기계는 국가 장치 외부에 존재한다"라는 말이,
아가멤논과 오뒤세우스가 드러내는 국가 장치에 포획되지 않은 아킬레우스가 전쟁 기계를 지속적으로 작동시킨다는 말과 엮이고, 마찬가지로 펜테질레아도 '그녀가 속한 민족의 집단적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라는 것과 엮이는 것을 확인했었지요.
그리고, 천개고원 681쪽 마지막에 "또한 사랑이건 증오건 그것은 이미 감정이 아니라 변용태이다... 변용태는 화살처럼 신체를 가로지른다. 변용태는 전쟁 무기인 것이다.....따라서 이상의 어떤 경우에도 <자아>는 한 명의 등장 인물에 지나지 않으며, 그의 몸짓이나 감동은 탈주체화된다"라고 적은 것이...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겠으나, 변용태라는 것과 자아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동작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구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5권의 책을 읽었는데...
확실히 혼자 읽는 것보다 같이 읽어보니, 내가 정말 띄엄띄엄 읽는구나를 알게 되더군요.
특히 우연과 필연 같은 경우에는 너무 기술적인 것에 함몰되어 읽다보니, 모노가 어떤 것을 강조하는지를 많이 놓치고 읽었구나란 걸 알게(?) 되었고, 펜테질레아도 좀 감동을 받았을 법 하나 그렇지 않은 제 모습이 좀 거시기하단 생각...

아무튼 같이 읽어준 다섯 분, 희영샘, 지안샘, 주영샘, 수정샘, 소담샘... 많이 고맙습니다.
새학기 2월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