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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유기행 s4] 10주차 마지막시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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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기 작성일19-07-09 20:41 조회7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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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벌써 하지도 지나고 소서였던 지난 일요일, 여름의 한복판에 저희 서유기 팀은 무사히 10회차의 세미나를 잘 마쳤습니다. 마지막 시간 후기를 쓰고 있는 경석입니다.

이번 서유기 시즌4 동안에는 플라톤의 책 네 권을 읽었더랍니다. 그리고 이번 마지막 시간 때는 정리(?)의 차원에서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중의 2플라톤주의를 뒤집다(환영들)’를 같이 읽어보았습니다.

이해 따위는 거절하는 범접불가의 안티 오이디푸스를 몇 페이지 깔짝거린 것이 전부인 저로서는 실질적으로 처음 접하는 들뢰즈 책이었습니다. 익히 듣던 바와 같이 어렵다는 느낌이 앞섰는데, 다 읽고나니 의외로 재미있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잘 모르지만 차이를 강조한 철학자로 들었던 들뢰즈의 특징을 직접 맛본다는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환영의 개념을 앞세워 플라톤을 뒤집고 니체를 불러오는 부분에 흥미가 갔습니다. 니체의 우상의 황혼(이데아의) 사본은 저물고 환영의 새벽이 다가옴을 다룬 책이라고 쓴 부분에서는 , 그 유명한 니체 책이 그런 내용이었구나!’하며 살짝 흥분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읽은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이해됩니다. 저희가 세미나 내내 읽었듯이,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통해 덕과 훌륭함, 아름다움의 극히 높은 가치를 계속 강조하곤 했습니다. 대우주와 소우주(인간?)를 이야기하며, 인간의 혼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주의 원리에도 부합됨을 이야기합니다.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형상이라는 표현도 직접 사용하면서, 우주 안에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도덕과 훌륭한 혼의 차원을 전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플라톤적인 형상, 이데아, 근거라는 개념은 들뢰즈가 이야기하듯이, 우리가 사는 일상 세계(이차적인 세계)에서 참된 주장자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 참된 것을 판정하는 기준은 일차적인 세계의 이데아를 이 이차적인 세계에 얼마나 담아내고 구현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플라톤의 변증법은 경쟁의 변증법으로 명명되고, 플라톤의 책에서 종종 언급되는 윤회 신화는 이차적인 현실 세계로 환생하기 이전 이데아를 살짝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로 부각됩니다. 이렇게 플라톤의 도덕 체계는 이데아에 근거를 두는 체계로 구성됩니다. 플라톤적 관점에서 환영은 이데아를 충실하게 담아낸 도상적 사본에 대조되는, 거짓되고 열등한 사본입니다. 환영은 이데아에 외형적인 유사점을 보일지 모르지만, 본질적,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이데아에 반대되는, 책의 표현대로 내화된 상이성’(34p)을 특징으로 합니다. 플라톤에게 환영은 사본의 사본’, ‘무한히 격하된 도상’, ‘무한히 느슨해진 유사성’(33p)입니다.

여기서 들뢰즈는 갑자기 현대 예술, 최근의 문학적 기법을 거론합니다. 이들은 동일성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이질적인 계열들이 뭉쳐져 각자 발산하는 혼돈을 보여주고 이 혼돈이 작품 안에서 감싸여지는 식으로 구성됩니다. 이질적이고 발산하는 계열들의 합치는 그 존재의 파열이나 사라짐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서로간에 접속을 성립시키고 내적인 공명을 일으키며 이를 통해 원래의 기초 계열들 자체를 넘어서 버리는 강제된 운동을 불러옵니다. 이런 들뢰즈의 논의는 동일성과 유사성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이 허황됨을 보여줍니다. 즉 들뢰즈가 보기에, 이데아를 분유하고 세계에서 드러나게 하는, 순수성과 동일성로만 이루어진 도상적 사본이라는 특권적 위치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다수의 분산적인 계열들이 접속-공명을 통해 뭉쳐져 혼돈 속에 싸여진, 이를테면 환영일 뿐입니다.

들뢰즈는 오로지 서로 유사한 것만이 차이를 낳는다”, ”오로지 차이들만이 서로 유사하다, 세계를 읽는 두 가지 방법을 거론합니다(41p). 두 상반된 관점은 유사성을 기본으로 그 안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인가 아니면 차이가 우선하고 그 차이 위에서 유사성이 발생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이해됩니다. 차이를 중시하는 철학자 들뢰즈는 물론 후자의 입장이고, 계속 쓰듯이 유사성도 차이의 기반 위에서 생산된 결과물로 설명합니다. 이런 들뢰즈의 관점은 이데아-사본 쌍의 근거 있음을 허물어뜨리고 탈근거(49p)의 철학으로 연결됩니다.

니체-들뢰즈를 잘 모르지만 그들의 탈근거 철학은 긴 세월 서양 철학에 지배력을 행사했던 소크라테스-플라톤의 도그마적 이상주의, 고고한 도덕-이성 우선론을 근본부터 다시 보게 만드는 시선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이번 세미나 중에도 플라톤의 책을 읽으며 알지 못할 반감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덕의 훌륭함을 밀고나가는 소크라테스의 논변이 실제 현실을 떠난 이상론,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공허한 이야기들이라는 소감도 제법 제기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실제 우리가 접하는 현실과는 어느 정도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들뢰즈가 플라톤을 뒤집는 근거, 환영과 차이가 난무하는(?) 세계로 보는 관점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었습니다. 당장 내 안에서도 내가 모르던 부분,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하루에도 수 십번 솟구쳐 올라오는 현실 속에서, 이질적인 계열들의 접속과 충돌, 상호작용과 공명 등을 담은 환영과 혼돈을 내세우는 들뢰즈의 이야기에 좀더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할까요?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교사의 지식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옮겨지는 (동일자적?) 교습보다는, 오히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치고받으며(?) 공명하는 느낌으로 지성을 나눌 때 교사들은 더 뿌듯함을 느낀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 읽고 쓰는 생활에 무게를 두는 세미나 학인들의 입장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글쓰기를 할 때 철학자의 사상을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를 공부하듯 흡수하는 (동일자적?) 학습보다는, 나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요소와 접속하고 충돌하면서 그의 운동 폭이 원래의 기초 계열들 자체를 넘어서버리는 그런 강제된 운동’(40p)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공부의 목적이 아닌가 하는 말도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처럼 살 수 없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기존과는 다른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효과들이 고생해서 책읽고 글쓰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닐까 하는 말도 있었습니다. 들뢰즈에 의하면, 보편적인 와해를 도와주는 환영은 적극적이고 즐거운 사건’(48p)으로 표현됩니다. 고고한 동일자적 입장에서 모든 차이를 감추고 누르며 사는 매끈한 삶 뒤에서 이면적인 불안에 시달리기 보다는, 차라리 각각의 동굴 뒤에는 그보다 깊은 다른 동굴들이 열려있’(49p)음을 자각하고 환영의 와해 작용을 또렷하게 받아들이라고 종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질적이며 발산하는 계열들을 한꺼번에 긍정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우리의 역능’(39p)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 준수 샘이 말씀해주신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 본인은 자신의 철학적 논변이 글로 옮겨지는 것을 거부해 책을 쓰지 않았으며, 우리가 세미나에서 소크라테스의 목소리라고 읽었던 그 많은 대화들은 사실 플라톤의 목소리가 더 클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10주간의 세미나를 거치며 플라톤의 책이 쓰여진 배경적 요소도 많이 짚어볼 수 있었는데, 그런 배경 속에서 플라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크라테스를 내세워 담아냈을 거라는 이야기죠. 이를테면, 젊었을 때 정치에 뜻을 두었다 접은 플라톤은 책 속에서 정치가와 철학자를 견주기도 하고, 당시 제국주의적으로 재팽창하면서 물질을 중시하고 도덕이 해이해지는 아테네 상황에서 도덕과 혼의 올바름이란 가치를 더 무리하게(?)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상황적 이해도 더 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막바로 도덕과 바른 삶을 주제로 다루는 플라톤의 책들을 읽으며 세미나 제목대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에 푹 빠져서 허우적대며 많은 공부를 했던 10주였습니다. 8분의 학인들 모두 수고 많으셨고, 또 다른 세미나에서 다시 만나 재미있는 이야기들 나눌 기회를 기대해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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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지혜님의 댓글

김지혜 작성일

우왓 경석샘 후기쓰시려고 책을 다시 읽으셨을것같은 느낌이 ㅎㅎ
초월성을 철학으로 끌고들어온 플라톤과 플라톤의 철학을 밀고나가서 뒤집어버린 들뢰즈!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던 시간이었네요 ㅎㅎ